“버려지는 고구마, 너무 안타까웠다”
“버려지는 고구마, 너무 안타까웠다”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04.21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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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실구 황토고구마 대표

· 식량위기상황서 버려지는 고구마 자원가치 높여
· 가격폭등으로 대체곡물 절실...농가소득에도 기여

이실구 대표는 “헐값에 유통되거나 버려지는 식량자원을 상품화하면 세계적인 곡물수급 비상상황에서 대체곡물의 역할은 물론 지역농가소득 확보와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련 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실구 대표는 “헐값에 유통되거나 버려지는 식량자원을 상품화하면 곡물수급 비상상황에서 대체곡물의 역할은 물론 지역농가소득 확보와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관련 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여파로 유럽의 곡창지대가 막대한 타격을 입으면서 세계적으로 식량공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발 물가상승)을 우려, 곡물수출을 막아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추세다.  

18일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월 곡물수입량은 196만4000톤(7억5831만달러)으로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6% 상승했으며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보다는 무려 47% 올랐다. 

우리나라도 식량자급률이 낮아지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대체식량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국내에서 버려지는 고구마 및 식감이 떨어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자색고구마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전라도 해남에 자리 잡은 농업회사인 황토고구마가 그곳. 이실구 대표를 만나 관련기술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 간단한 기업소개 부탁한다.

농업회사 황토고구마는 2021년 3월 고구마 주산지인 해남에 설립됐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건강에 좋은 해남고구마를 소재로 맛과 영양을 최대한 살리면서 보다 위생적이고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헐값에 유통되거나 버려지는 판매규격 외 고구마를 활용한 제품을 개발, 지역농가소득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한 곡물가격 폭등에 대비한 대체곡물로도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 해남군에서 한 해 버려지는 고구마의 양과 처리방법은.  

2021년 해남군 농정과 집계에 따르면 해남군의 고구마생산지면적은 약 2199ha이며 재배면적(ha)당 20~21톤 정도 생산된다. 약 4만톤의 고구마 수확 시 발생하는 규격외품, 예를 들어 ▲검은태 ▲골진 것 ▲찍힌 것 ▲상처과 ▲작은 사이즈 등은 재배면적당 약 20%인 8000톤 정도 발생한다. 이 중 약 30%인 2400톤은 수거 시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버려지거나 헐값에 유통된다.  

황토고구마 임직원이 자사의 대표제품 군콜 자색고구마 생산공정을 지켜보고 있다. 이 제품은 해남산 자색고구마와 저분자 피쉬콜라겐이 함유된 천연 재료제품이다. 

- 고구마 규격외품 중 버려지는 작은 고구마의 가치를 올리는 기술은 무엇인가. 

작은 고구마의 경우 수확 시 버려지거나 수거해도 애물단지이다. 다듬고 포장했을 때 인건비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해 기술적으로 껍질을 벗겨 높은 온도에서도 타지 않게 구워 상품화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껍질을 벗길 때 자동화기술을 이용해 고구마 형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식감은 더욱 높이는 기술이 바로 우리 회사만의 차별화된 점이다. 이는 농민과 가공공장 입장에서는 바로 소득으로 보장되고 나라 전체 입장에서 본다면 버려지는 자원의 가치를 높여 대체곡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자색고구마 역시 영양가는 높지만 식감이 떨어져 상품화하기 어려운데 이에 적용된 기술은.

자색고구마는 이증기로 쪄내면 퍽퍽하고 구우면 딱딱해지기 때문에 식감이 떨어져 상품화하기가 쉽지 않다.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된 모든 열매나 구황작물은 대부분 쓰거나 떫어 그냥 먹기에도 식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전신조직에 산소와 영양을 원활하게 전달,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는 자색고구마를 반복적으로 열처리해 식감은 부드럽지만 떫지 않고 달지 않은 제품으로 출시했다. 

황토고구마는 기술적으로 고구마 껍질을 벗겨 높은 온도에서도 타지 않게 굽는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 고구마 형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식감은 더욱 높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 ‘군고구마’ 제품의 경우 고구마 형상은 그대로 살아있되 껍질을 깨끗이 벗겨 식사대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고구마는 외피, 내피, 육질로 구성되는데 외피와 내피가 약 35%, 육질이 65%이며 외피∙내피와 육질의 성분이 다르다. 이에 착안, 과일과 구근류 박피방법을 응용해 외피와 내피 및 육질을 분리 처리하는 방법을 썼다. 또 박피 후 시간이 지나면서 고구마표면이 산소와 반응해 갈변이나 흑변되는 경우가 많고 가공이 어려워 특수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타지 않게 구워 군고구마 식감을 살리는 것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 고구마 안에 콜라겐을 함유해 영양가를 높였는데 방법은.  

고구마의 육질 속에는 많은 줄기(심)가 있어 가공이 쉽지 않다. 신제품인 ‘군콜’은 가공 중 온도를 변화시켜 줄기를 깨끗이 제거하고 일정온도에서 콜라겐을 첨가해 만든 신개념제품이다. 또 가장 중요한 식감을 높이기 위해 여러 번 굽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을 복합적으로 응용해 앞으로 ▲단호박 ▲밤호박 ▲밤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갈수록 간편한 식사대용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원물을 이용한 밀키트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 식량위기상황에서 버려지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곡물을 활용한 귀사의 기술이 유용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30여년 동안 고구마를 어떻게 상품화할까 고민하며 살았다. 앞으로 고구마의 잎과 줄기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고구마의 입과 줄기에 고구마보다 영양가가 높고 좋은 성분들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 버려지는 곡물을 상품화한 귀사의 기술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전에 고구마수확시기에 산지농협 수매현장을 방했을 때 목격한 것이 있다. 바로 생식판매 규격외품의 경우 아예 수매 자체를 하지 않는데 농민을 위한 단체인 농협에서도 그렇다니 씁쓸했다. 결국 이런 고구마들은 헐값에 팔거나 종자용으로 쓰든지 버려야 한다. 또 정부지원자금으로 웅장한 보관창고(저온창고)에 막대한 자금을 쓰고도 관리부실로 썩히는 경우도 수없이 봤다. 이 자금을 가공산업 발전에 쓴다면 우리처럼 작은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지금 같은 세계적인 곡물수급 비상상황에서 대체곡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오랜 기간 아무리 노력해서 제품을 개발해도 턱없이 부족한 자본으로 생산시설이 부족해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것이 업계의 실정이다. 앞으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버려지거나 헐값에 유통되는 자원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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