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유난히 작은 강아지…‘간문맥전신단락’ 의심하세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유난히 작은 강아지…‘간문맥전신단락’ 의심하세요!
  • 서정욱 지엔동물병원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5.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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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욱 지엔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정욱 지엔동물병원 대표원장

“반려견이 너무 작은 것 같아요.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견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반려견이 다른 강아지보다 유난히 작게 느껴진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급여하는 식단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질환으로 인해 발육부진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간문맥전신단락’도 발육부진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 중 하나다.

간문맥전신단락은 간을 거치지 않는 비정상적인 혈관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부분은 선천적으로, 간 기능이 미숙한 태아로 있을 때 가지고 있던 우회혈관이 자연적으로 닫히지 않고 그대로 남으면서 발생한다. 드물게는 간염, 간경화, 지방간 등과 같이 간에 생긴 질환으로 여러 개의 혈관이 만들어지면서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흐름이라면 장, 췌장, 비장, 위에서 나온 혈액은 간문맥을 타고 간에 들려 영양분 흡수와 해독과정을 거친 후 심장으로 간다. 그런데 간을 거치지 않는 혈관이 있다면 혈액 중 일부가 비정상적인 혈관을 타고 영양분과 독성물질을 그대로 가진 채로 바로 심장으로 향할 수 있다. 이 혈액은 결국 심장에서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이처럼 영양분을 실은 혈액이 간으로 충분히 가지 않으면 간이 덜 자라게 되고 몸집도 작을 수밖에 없다. 즉 앞서 말한 것처럼 발육부진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 간에서 해독됐어야 할 암모니아가 해독되지 않고 전신으로 퍼지면 체내 암모니아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이때 암모니아 뇌까지 전달돼 신경세포를 손상하면 반려동물에게 발작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문맥전신단락을 치료하려면 혈액이 제대로 흐를 수 있도록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생긴 혈관을 막아줘야 한다. 단 혈관을 갑자기 막아버리면 혈액이 흐르는 방향이 바뀌면서 문맥고혈압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혈관을 서서히 닫아줄 수 있는 아밀로이드 링이나 셀로판 밴드를 이용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조기에 진단해 간 기능이 망가지기 전에 빠르게 수술받을수록 예후가 좋은 편이다.

예전에는 반려견이 작을수록 귀엽다고 생각하며 작은 것을 문제라고 인식하는 보호자가 많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반려견의 성장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동물병원으로 내원하는 보호자가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질환을 빠르게 발견하는 일도 상당히 많아졌다. 그러니 반려견이 작다고 느껴지거나 성장이 느린 것 같다면 주저하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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