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구기자’는 구겨진 몸‧마음을 활짝 펴준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구기자’는 구겨진 몸‧마음을 활짝 펴준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5.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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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차(茶)로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은근히 많다. 대부분 약초의 뿌리나 줄기, 잎만을 차를 즐긴다. 그런데 구기자는 열매, 나무의 줄기와 뿌리껍질, 그리고 잎까지 모두 차로 마실 수 있다. 구기자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구지자나무는 통화식물목 가짓과의 낙엽 관목이다. 보통 가짓과라면 가지, 고추, 감자, 토마토 등만 알고 있는데 구기자나무도 가짓과라는 것이 의외다. 우리가 보통 구기자라고 하는 것은 구기자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구기자는 기운이 서늘한 편에 속한다. 일부 서적에 보면 성질이 따뜻하다고 한 기록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의서에는 성질이 서늘하고 찬 편에 속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구기자 열매와 마찬가지로 줄기나 뿌리도 성질이 서늘하다. <본경속소>에는 ‘줄기껍질은 차고 뿌리껍질은 아주 차며 열매는 약간 차다’라고 했다.

구기자는 전형적인 보약에 속한다. 실제로 많은 한의서 보약 처방에 구기자가 많이 들어간다. 만일 구기자가 포함된 처방이라면 보약으로 여겨도 무방할 정도다.

구기자는 성기능을 강화한다. <급유방>에는 ‘정기를 더하고 골수를 잘 간직하게 한다. 음기를 튼튼하게 하여 양기까지 굳세게 만든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오로칠상(五勞七傷)으로 성생활을 잘하지 못하는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다. 오로칠상이란 갖가지 종류의 과로와 함께 다양한 이유로 몸이 축난 것을 통칭하는 명칭이다. 따라서 구기자는 만성피로에도 좋고 몸에 활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속담에 ‘남편이 먼 길을 떠날 때 새우젓을 먹이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천리 먼 길로 집을 떠나거든 구기를 먹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남편이 먼 곳으로 집을 나설 때 구기자를 먹으면 정력이 강해지지만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구기자는 항노화작용이 있다. <급유방>에는 ‘혈(血)을 길러주고 눈을 밝게 하며 정신을 편안하게 하고 노화를 방지한다’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으며 더위와 추위를 타지 않고 장수한다’고 했다. 구기자는 대표적인 항노화 식품이다.

구기자는 안색을 좋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생기는 증상에 구기자를 술로 담가 오래 먹으면 얼굴이 아이처럼 된다’고 했다. <본초정화>에는 ‘정기가 부족한 것을 보하고 안색을 바꿔준다’라고 했다. 굳이 술이 아니더라도 구기자를 끓여서 먹거나 환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향약집성방>에는 ‘구기자전(枸杞子煎)은 여자의 신비하고 효과있는 처방으로서 천금을 주어도 전하여 주지 않는다는 처방으로 신단전(神丹煎)이라고도 한다. (중략) 부인이 임신하지 못하는 것과 냉병에도 효과가 있으니 항상 복용하면 안색이 좋아지고 15∼16살 같이 보이게 한다’고 했다. 구기자는 여성의 피부 건강뿐 아니라 여성 난임에도 도움이 된다.

구기자는 나무의 줄기와 뿌리, 잎까지 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 있어 과다섭취에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구기자는 술로 담가 먹어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구기자 5되를 청주 2말에 갈아 7일 동안 담갔다가 꺼내어 찌꺼기를 제거하고 마신다’고 했다. <외대비요>에는 구기주(枸杞酒)의 효능으로 ‘허한 것을 보해 주고 허로로 인한 열을 제거하며 살집을 기르고 안색을 좋게 하며 사람을 살찌고 튼튼하게 하며 간허(肝虛)로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구기자를 술로 담가 먹으면 구기자의 유효성분이 좀 더 빠르게 흡수되고 전신에 고루 퍼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구기자나무는 나무의 줄기나 뿌리, 잎까지도 약으로 사용한다. <단곡경험방>에는 ‘구기자나무는 줄기껍질, 뿌리껍질, 빨간 열매를 주로 쓰지만 잎도 같은 효과가 있다’라고 했다. 특히 어린잎은 과거 국을 끓이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했다.

특히 뿌리는 지골피(地骨皮)라고 해서 약으로도 다용한다. <본초정화>에는 ‘뼈의 열을 없앤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살집의 열을 잘 풀어주고 혈과 뼈를 식혀 준다’고 했다. 이러한 증상은 몸속이 후끈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 나쁜 열감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이것을 보통 골증열(骨蒸熱)이나 허열(虛熱)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열감은 체온계상으로 재어지는 열이 아니라 본인만 느끼는 자각열이다.

또 <본초강목>에는 ‘뿌리껍질은 풍비(風痺)과 습비(濕痹)를 치료하고 근골(筋骨)을 튼튼하게 한다’라고 했다. 풍비나 습비는 비바람을 맞으면서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팔다리의 마비증상이나 저림증상을 말한다. 따라서 지골피는 관절염에도 도움이 된다.

구기자와 함께 나무껍질과 뿌리껍질은 갈증을 줄여준다. <본초정화>에는 ‘구기자는 목이 마르는 증상, 갈증이 나서 물을 찾는 것, 신장병으로 인한 소갈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나무껍질은 열로 인한 소갈을 치료한다’라고 했고 <동의보감>에는 ‘뿌리껍질은 소갈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구기자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 비슷한 효과가 있는 셈이다.

유독 구기자의 효능이라면 몸을 보하는 효능과 함께 눈을 밝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구기자에는 베타인과 지아잔틴이라는 카로티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간기능을 활성화시켜 피로해소 효과가 있고 예로부터 안구건강에 최고의 약재로 손꼽혀왔다.

여름철에는 보통 생맥산을 많이 만들어 먹는다. 생맥산은 여름철 기력을 보충하는 효능이 있다. 그런데 구기자도 좋다. 구기자와 오미자 각 100그램을 믹서기로 갈아서 끓는 물 1리터에 넣어 3일 정도 우려낸 후 냉장 보관해 놓고 1주일 동안 차처럼 마시면 좋다. 여름철 무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고 갈증을 줄여줄 것이다.

그런데 구기자는 많이 먹으면 설사를 한다. <본초정화>에는 ‘소화기가 약해서 설사를 하는 자에게는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찬 소음인들이 구기자를 진하게 다려 먹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본초강목>에는 ‘지금 사람들은 대부분 구기자를 보해 주는 약으로만 여기는데 허실(虛實)과 냉열(冷熱)을 살펴 써야 한다’라고 했다. 구지자는 허증(虛症)과 열증(熱症)에 적합하다.

구기자를 섭취하면 구겨진 몸이 쫘악 하고 펴질 것이다. 피부도 펴지고 관절도 펴지고 정력도 펴지고 눈의 깃든 신명(神明)도 펴지고 수명도 길게 펴진다. 구기자로 구겨진 몸과 마음을 활짝 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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