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진료위기시대가 온다] ③소아청소년과
[전 국민 진료위기시대가 온다] ③소아청소년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6.30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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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지원률 52.5% 급감
소아응급실 폐쇄 병원 속출

머지않아 ‘의료인’ 수입시대가 올 듯합니다. 이는 2022년 전공의 모집상황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인기과인 피부과, 정형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은 모두 정원을 채웠지만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진료과는 ‘정원미달’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흉부외과는 현재 60.3%를 차지하고 있는 50대 의료진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퇴직을 시작합니다. 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2024년부터 소멸돼 당장 밤에 아이가 아파도 진료해줄 전문의가 사라집니다. 산부인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산부인과 중 출산을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는 이미 소멸 직전이며 일부 지자체의 경우 아예 분만실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말 그대로 전 국민의 진료위기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대안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헬스경향은 ‘전 국민 진료위기시대가 온다’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현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부모, 학교, 이웃 모두가 힘을 합쳐 교육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성심성의껏 키운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없다면 과연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급감으로 이러한 의료붕괴현상이 빠르면 1~2년 내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의료공백으로 교수들이 야간당직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기피현상은 이미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소청과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에는 38%, 2022년에는 27.5%로 급감했다. 실제로 올해 전국에서 182명의 전문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불과 42명에 그쳤다.

지속되는 전공의 미달은 인력부족으로 이어졌고 결국 수련을 포기하거나 사직하는 전공의가 생겨났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정원의 56%만 채워진 상황이다. 이러한 의료공백은 결국 교수들의 야간당직으로 이어졌다.

소아응급실의 의료진 부족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수련병원 중 24시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곳은 38%에 불과하다. 또 부산, 대구, 대전 등 광역시 소재 상급병원조차 2년 연속 소청과 전공의가 없는 곳도 있다. 수도권과 경기도 역시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응급실을 닫은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특단의 조치로 전공의 3년제까지 선언했지만 젊은 의사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국내 소아청소년이 인구의 17%를 차지하는 만큼 소청과는 필수의료”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특별예산과 지방예산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만 지원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대응책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성인·소아 동일한 ‘행위별수가’도 문제

소청과는 필수의료과 중 하나이지만 어린이병원이 매년 적자를 거듭하다 보니 병원입장에선 ‘계륵(鷄肋)’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국내에서 가장 잘돼 있다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은 1985년에 개원, 5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4년 190억원, 2019년 13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어린이병원이 있는 부산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강원대병원 등도 서울대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병원이 적자를 보는 가장 큰 원인은 ‘행위별수가제’ 때문이다. 예컨대 한 어린이가 심장병으로 청색증을 앓고 있는 경우 판막시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5명의 의사와 2명의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필요하며 4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성인의 경우 의사 1∼2명에 1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행위별수가제로 인해 건강보험수가는 동일하다.

결국 지금의 의료수가체계로 소아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적자 폭은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아수술의 특성을 고려, 인건비와 시간에 맞춰 수가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역시 어린이병원은 계속 적자이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의 별다른 지원 없이 병원에서 적자를 자체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고용지원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소아청소년병동과 응급실 및 소아전용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에 대한 정부지원계획은 아직 전무한 상태다.

김지홍 이사장은 “국내 필수의료수가는 저출산국가인 일본, 프랑스 등과 비교할 때 1/3 수준”이라며 “선진국에서도 과거 소청과 붕괴위기를 겪었는데 결국 필수의료강화의 일환으로 지방재정투입, 휴일가산, 연령가산 등 각종 지원책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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