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최근 한 보호자가 필자의 동물병원에서 오열을 한 일이 있었다. 5년 전부터 강아지가 물을 너무 먹는 것 같아 걱정돼 다른 동물병원을 방문했는데 수의사가 “괜찮아요. 물 많이 먹으면 좋죠. 뭐.”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아지가 물을 너무 많이 먹으면 먹지 못하게 제한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가 증상을 들어보니 강아지 쿠싱증후군이 강하게 의심됐다. 실제로 검사해보니 그 강아지는 쿠싱증후군이라고 하는 호르몬성질병에 걸려 있었다. 보호자는 이 사실을 듣고 대성통곡을 했다. “5년 전부터 이상했는데! 왜 괜찮다고 했을까요?”라면서 말이다.
최근 노령견이 많이 늘며 호르몬질환에 걸리는 수가 늘고 있다. 그중 개에게 가장 흔한 호르몬질환이 부신피질기능항진증(쿠싱증후군, Cushing's syndrome)이다. 쿠싱증후군이란 부신피질에서 몸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지나치게 증가해 몸이 스트레스 상태로 바뀌어 각종 염증 및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반려견이 이런 무서운 병에 걸렸다면 보호자가 최대한 빨리 증상을 확인해야 한다. 쿠싱병이 의심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적절한 치료를 속히 받을 수 있다.
쿠싱증후군은 ‘뇌하수체-의존성 쿠싱증후군’과 ‘부신-의존성 쿠싱증후군’으로 나눈다. 개 쿠싱증후군의 80%는 ‘뇌하수체-의존성 쿠싱증후군’이다. ‘뇌하수체-의존성 쿠싱증후군’을 앓는 개는 양성의 뇌하수체 종양을 앓고 있다.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이 지나치게 분비될 때 진단된다.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양쪽 부신의 과증식을 유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지나치게 분비된다. ‘부신-의존성 쿠싱증후군’은 쿠싱증후군의 15~20%를 차지하며 편측성 부신 종양으로 발생한다. 이때는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크다. 부신 자체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된다.
쿠싱증후군 증상은 일반적으로 5가지다. ▲물을 많이 먹는다. ▲밥을 많이 먹는다. ▲오줌을 많이 싼다. ▲배가 빵빵하다. ▲자주 헥헥댄다 등이다. 이밖에도 대칭성탈모, 고혈압, 간 비대, 근육감소 등이 있다. 보통 보호자는 강아지의 음수량으로 쿠싱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강아지의 1일 적정 음수량은 몸무게(kg)x30~70ml이다. 내 강아지가 5kg라면 하루에 물을 150~350ml 정도는 마실 수 있다. 이는 날씨, 컨디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또 강아지가 소변을 보는데 색이 노랗지 않고 투명하다면 쿠싱증후군이나 당뇨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쿠싱증후군 호발품종은 ▲비숑 프리제 ▲미니어처 슈나우저 ▲요크셔 테리어 ▲비글 ▲보더 테리어 ▲잭 러셀 테리어 등이 있었다. 동일 품종 중에서 평균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개는 쿠싱증후군일 확률이 1.44배 더 높았다. 즉 비만한 개가 쿠싱증후군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강아지가 쿠싱증후군 의심증상을 보인다면 조기진단을 위해 동물병원에서 검진받아 확인하길 바란다. 쿠싱증후군은 호르몬성 질병이기 때문에 주기적인 검사와 관리로 호르몬 수치를 잘 관리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지고 방치된다면 고혈압, 혈전, 당뇨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해 수명단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의심증상을 보이면 꼭 동물병원에 방문해 확인하길 재차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