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방치하면 위험한 ‘담낭점액종’…조기진단과 수술이 중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방치하면 위험한 ‘담낭점액종’…조기진단과 수술이 중요
  • 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7.22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
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

8세 이상의 강아지 환자를 건강검진을 하다 보면 꽤 높은 비율로 담낭에 이상징후가 발견된다. 이 중 대부분은 증상이 없고 혈액검사 수치의 변화를 동반하지 않아 보호자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고지혈증이 많은 슈나우저에서 담낭질환이 높은 확률로 발견된다.

담낭은 간에 둘러싸여 있는 장기로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담는 주머니 역할을 한다. 담낭에 보관된 담즙은 주로 지방을 소화하는 역할을 하며 담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사람의 담관 지름은 10mm 정도인 데 비해 강아지는 평균 3mm, 고양이는 2~2.5mm로 상대적으로 얇은 관을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담즙은 약간의 점성을 가지는 액체이다.

담낭점액종(gallbladder mucocele)은 담낭 내 고체에 가까운 끈적한 점액이 쌓이는 질환이다. 담낭점액층에 있는 분비샘이 과증식해 비정상적으로 두꺼운 점액이 쌓이면서 발생한다. 점액은 담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폐색을 일으키게 되고 점차 담낭이 커지면서 최악에는 담낭파열이 발생하게 된다. 담낭파열 시 소화액이 복강 내로 누출되면서 심각한 복막염에 이어 전신 패혈증을 유발하게 되고 높은 확률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 담즙이 정체되면서 심각한 황달과 고빌리루빈혈증을 유발한다. 부신피질기능항진증, 갑상선저하증, 지나친 안드로겐 분비, 지방 대사의 이상이 있다면 담낭점액종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담낭점액종은 무증상일 때가 많고 혈액검사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다. 초음파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담낭 크기가 커져 있고 정상적으로 검게 보여야 하는 담낭 내부가 키위모양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담관의 폐색이 확인되면 담낭점액종 외에도 담낭염, 담석, 종양 등을 감별해야 한다.

초음파에서 담낭점액종이 의심된다고 무조건 수술하지는 않는다. 담관의 폐색 여부와 담낭의 확장 정도, 초음파 소견, 황달과 주변 복막염 여부 등을 종합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담낭파열의 위험이 적은 초기라면 내과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저지방식이를 하며 주기적인 검진이 추천된다. 하지만 파열 발생 시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중등도 이상의 담낭점액종이 확인된다면 완전 폐색이 아니더라도 수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담낭을 제거하는 담낭절제술을 실시할 때 담낭질환이 있는 환자는 간질환을 동반하는 일이 많아 이상소견이 있다면 간생검도 함께 받는 것을 추천한다.

담낭을 제거하더라도 담관이 남아있어 소화액은 간에서 바로 십이지장으로 흐르게 된다. 이때 담관의 개통성 여부를 확인하고 담관이 막히면 세척해 개통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담낭만 제거되고 폐색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술 후 질환이 더 악화할 수 있다. 설명으로는 단순한 수술 같지만 수술 부위가 깊고 약해져 있는 담낭이 파열되거나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섬세한 조작과 수술하는 사람의 경험이 중요한 수술이다.

담낭절제술을 받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가장 큰 궁금증은 담낭이 없어도 괜찮은지다. 다행히 저장소가 없더라도 간에서 십이지장으로 가는 통로가 남아있어 살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일시적으로 설사나 소화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나친 지방식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 증상이 없고 우연히 발견된 질환을 위해 가볍지 않은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망설여지는 일이다. 수술을 권하는 필자 역시 그 망설임이 공감되고 때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담낭점액종이 방치될 때의 위험성을 겪다 보니 최선의 치료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최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고자 노력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며 담낭점액종이 의심된다면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병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내과적 치료나 식이관리로 잘 유지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나 수술이 필요하다면 주치의와 심도 있게 상의하고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도록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