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자폐스펙트럼장애’ 원인 관련 새 유전자변이 발견
세계 최초 ‘자폐스펙트럼장애’ 원인 관련 새 유전자변이 발견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2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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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유희정 교수팀, 환자‧가족 대규모 유전체 연구 통해 성과
단백질 비부호화영역 집중 연구…이곳의 유전자 변이 뇌발달 영향 확인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 패러다임 변화 및 치료제 개발에도 기대감 높여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와 가족으로 이뤄진 대규모 유전체 연구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관련 있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김은준 단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대규모 유전체 연구를 통해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은 유전체 영역인 비부호화 영역에서 중요한 변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의사소통장애나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핍과 함께 반복적행동이나 관심사의 협소를 특징으로 하는 발달장애이다. 대개 만 2세 전후에 특징적인 증상이 드러나 진단이 가능한데 어린 나이에는 뇌가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간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에는 유전자 변이가 큰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유전자 변이 중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지, 또 그 유전자가 생애 초기 뇌발달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징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없으며 가족들은 환자가 충동성이나 불안 같은 증상이 보일 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발생원인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치료제 개발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희정 교수팀은 유전제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그간 연구에서 배제됐던 유전체 영역인 비(非)부호화(Non-coding) 영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를 위해 연구에 적합한 자폐스펙트럼장애환자 및 가족 813명으로부터 혈액을 공여받아 유전체를 분석하고 인간 줄기세포를 제작해 태아기 신경세포를 재현했다.

연구결과 생애 초기 신경발달단계에서 삼차원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부호화 영역에 있는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 변이에도 원격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뇌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근본원인을 밝히기 위한 유전체 연구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조명하고 유전자 변이가 뇌 발달에 미치는 변화를 재현함으로써 기존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집중됐던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의미를 가진다”고 전했다.

아울러 기존 북미와 유럽 위주로 진행되던 연구에서 벗어나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코호트를 구축하고 유전체 분석모델 기틀을 마련, 향후 자폐스펙트럼장애 연구에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교신저자 유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한국인 자폐스펙트럼장애환자 및 가족 고유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며 “해당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환자 분들과 가족들의 헌신에 매우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논문은 세계적인 정신의학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으며 해당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보건산업진흥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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