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해진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맞춤전략으로 삶의 질 되찾는다
다양해진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맞춤전략으로 삶의 질 되찾는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7.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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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보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생물학제제, 기존 치료 효과 없던 환자들에 희망 
· 기저질환, 복용약 등 고려해 안전한 약제 선택
· 다양한 지원제도로 치료비 부담도 덜 수 있어

이보인 교수는 “다양한 치료제 개발로 궤양성대장염의 증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며 “담당의료진과 힘을 합쳐 본인에게 잘 맞는 치료전략을 설계해 꾸준히 치료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대한장연구학회가 발표한 2019 염증성장질환 팩트시트에 따르면 궤양성대장염환자는 2019년 기준 3만7439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발병률, 즉 새롭게 이 병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2017년부터 큰 증가 없이 완만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더욱이 생물학제제 같은 최신 치료제 개발로 궤양성대장염환자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당장 완치는 어려워도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면서 일상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의료진과 힘을 합쳐 본인에게 잘 맞는 치료전략을 짜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전략을 통해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이보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 궤양성대장염은 과거만 해도 서구질환으로 인식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가 는 이유는.

여전히 연구되고 있는 질병이라 증가 이유를 딱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 발생원인 또한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소인, 장내세균총 변화, 식이, 약물, 흡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막연하게 추정되며 그중에서도 서구화된 생활습관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되고 있다.  

- 궤양성대장염만의 특징적인 증상은. 여름에는 장염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여름철 장염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 등을 섭취해 발생하는 급성장염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2~4주 내로 증상이 호전된다. 반면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만성적 또는 반복적으로 염증이 발생해 평생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완치도 불가능하다. 특히 궤양성대장염은 항문 바로 위에까지 염증이 발생한 경우가 많아 상태가 악화되면 혈변을 보게 된다. 

현대인에게 흔해진 과민성장증후군과도 혼동하기 쉬운데 궤양성대장염은 밤에도 설사할 수 있고 빈혈, 체중감소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한다. 반면 과민성장증후군의 경우 전신증상은 잘 나타나지 않으며 주로 기상 후나 오전에 설사하는 경우가 많다. 

- 궤양성대장염에서도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됐다. 이로 인해 찾아온 변화는. 

궤양성대장염 치료에는 크게 항염증제(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조절제가 사용된다. 가장 최근에 도입된 생물학제제는 증상 소실은 물론 대장 점막까지 치유하는 효과를 보여 기존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뿐 아니라 여러 이유로 기존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장기간 치료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대안이 됐다. 이로써 본인에게 맞는 생물학제제를 선택해 삶의 질을 회복하고 장기간 투병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 생물학제제 등장으로 궤양성대장염의 치료목표 또한 진전이 있었다고. 

대장 점막까지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내시경적으로 봤을 때도 병변이 완전히 치유되는 ‘내시경적 관해’ 도달을 최종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궤양성대장염의 ▲단기간 치료목표는 임상적 관해 ▲중간 치료목표는 혈액과 대변에서의 염증마커가 정상화되는 생화학적 관해 ▲장기적 치료목표는 내시경적 관해와 삶의 질의 정상화다. 물론 기존치료제들도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지만 내시경적 관해로까지 도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 치료제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치료전략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궤양성대장염 치료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약제를 한 단계씩 올리는 일명 ‘스텝 업(Step-Up)’ 방식의 치료가 위주였다. 하지만 관해 유도‧유지와 더불어 대장 점막 치유에도 효과를 보이는 생물학제제가 등장하면서 질환 초기 단계에서부터 생물학제제를 사용하는 일명 ‘탑 다운(Top Down)’ 방식이 효과적인 치료전략으로 언급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환자중심의 치료가 더욱 강조되면서 궤양성대장염 역시 ‘테일러드 트리트먼트(Tailored-Treatment)’, 즉 환자 맞춤치료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전문가마다 치료전략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른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물론 질환의 중증도가 높거나 재발이 잦은 경우, 염증범위가 넓은 환자 등에서는 가급적 조기에 생물학제제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궤양성대장염이 10년, 20년 오래되면 암 발생위험이 높아지고 장의 구조적 손상으로 인해 일부 환자에서는 장절제술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생물학제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위험요인이 없는 환자들은 기존치료제로 증상을 조절하면서 하나씩 단계를 올리는 스텝 업 치료를 유지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단 생물학제제 같은 보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등장한 만큼 환자 상태를 고려하는 맞춤치료를 최대한 지향하면서 빨리 약을 올리는 조금은 가속화된 스텝 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최근 임상현장에서도 이러한 치료전략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 이러한 치료전략을 통해 실제로 많은 환자가 효과를 보고 있나.

오랫동안 항염증제와 면역조절제를 사용했는데도 관해에 도달하지 못하고 잦은 설사와 복통, 혈변 등으로 일상에 어려움을 겪던 환자가 있었다. 하지만 생물학제제 사용 후 완전한 임상적관해와 내시경적관해에 도달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다. 

또 생물학제제 사용 후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는 여성환자들도 많다. 물론 궤양성대장염이 악화하면 가임률도 떨어지고 조기에 유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치료로 증상이 잘 조절되면 임신‧출산율은 일반 가임기여성과 동일하다. 이 점을 꼭 명심하고 아이를 갖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치료제 선택과 치료순서를 정하는 데 있어 특별히 고려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보다 환자에게 가장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이에 환자의 중증도, 즉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와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등 예후를 고려한다. 연령, 기저질환, 현재 복용약 등도 고려해 안전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일부 환자는 관절통 등 전신증상도 갖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특히 더 약물 선택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더불어 기존에 생물학제제를 사용했던 환자라면 과거 그 약제에 효과나 반응이 어떠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래도 첫 번째 생물학제제에 효과가 없었다면 두 번째 생물학제제도 잘 안 들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일부 생물학제제는 결핵, 폐렴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생물학제제 선택 전 잠복결핵 여부, 결핵 과거력 등 환자의 병력을 청취해 가장 안전한 약제를 선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 위험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 치료제 개발 상황을 볼 때 궤양성대장염의 완치가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전망하나.  

환자들을 생각하면 완치 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향후 10년 이내에 완치에 다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궤양성대장염환자라고 해도 증상과 그 정도가 매우 다양하고 차이도 많이 나기 때문이다. 또 아직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계속 연구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궤양성대장염을 정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궤양성대장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환자들의 다양한 증상과 상태에 맞는 맞춤치료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최근에는 장내세균총 등을 통한 병행치료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현재는 한 가지 생물학제제만 사용하지만 특정 환자에서는 여러 가지 생물학제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합요법 등을 통해서도 더 좋은 치료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치료비 부담도 만만찮다. 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궤양성대장염처럼 완치가 어려운 희귀 및 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시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산정특례제도, 본인부담상한제도, 재난적의료비지원사업과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 등이 있으며 각 병원 사회사업과를 통해서도 의료비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 궤양성대장염의 치료를 위해 환자 스스로도 적극 노력한다면 치료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 끝으로 궤양성대장염환자들에게 당부의 한 말씀 부탁한다. 

평생 궤양성대장염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꼭 인지시킨다. 완치는 어려워도 궤양성대장염은 충분히 증상 조절이 가능하고 또 이를 통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질병이다. 효과가 좋은 치료제들도 속속 개발돼 출시 대기 중이니 선택한 치료제에 효과가 없어도 덜컥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의료진과 힘을 합쳐 또 새로운 치료전략을 찾으면 된다. 그 희망 여정에 끝까지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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