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든 당신, 애쓰지 말고 내 몸부터 들여다보세요
마음이 힘든 당신, 애쓰지 말고 내 몸부터 들여다보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8.1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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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마음이 흔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어느 정신과 의사의 작고 느릿한 몸챙김 이야기)
허휴정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신종감염병 등으로 우리 삶이 급격히 변하면서 우울감을 겪는 이들이 많아졌다. 마음챙김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이유다. 물론 장기화된 코로나19로 현 상황에 익숙해지거나 저마다의 방법으로 우울감 극복에 나선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거나 막상 용기가 안 난다면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몸을 움직여보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휴정 교수는 최근 마음이 힘든 이들을 위로하는 에세이 ‘마음이 흔들면 몸을 살짝 움직입니다(어느 정신과 의사의 작고 느릿한 몸챙김 이야기)’를 출간했다.

에세이에는 허휴정 교수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에세이에 따르면 허휴정 교수는 출산을 앞두고 갑자기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면서 우울과 좌절감 등 부정적인 감정에 빠졌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이 마음의 병이기보다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깨닫고 몸을 직접 느끼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해결책을 찾아나갔다고.

허휴정 교수는 우리 마음이 몸과 연결돼 있는 만큼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살짝’ 움직이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넨다. 여기서 살짝은 ‘천천히, 작고 느리며, 부드럽게’ 움직이라는 의미. 즉 전력질주하면 주변 풍경을 볼 수 없지만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면 미처 보지 못했던 길거리의 예쁜 들꽃들까지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휴정 교수는 “우리는 외부의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 탓에 정작 스스로 내 몸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며 “몸을 자기만의 감각과 움직임으로 찾아 나갈 때 가장 편안하고 자기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허휴정 지음/생각속의집/224쪽

나아가 허휴정 교수는 자신의 이러한 경험을 환자들과도 공유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를 찾는 환자 상당수도 마음의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신체 증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에 허휴정 교수는 환자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는, 즉 다양한 몸 작업을 한 경험을 소개했다. 성폭행 생존자와 발바닥 감각을 느끼며 걷고 가정 폭력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환자와는 그라운딩을 하며 몸과 바닥과의 안정감을 다졌다고.

허휴정 교수가 이렇게 몸의 움직임을 통한 마음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몸 안에 깃든 회복탄력성 때문이다.

허휴정 교수는 “우리 몸 안에는 살고자 하는 의지 또한 깃들어 있다”면서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저 뭔가를 해볼 수 있도록 따뜻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그 정도가 아닐까”라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내 몸은 내가 잘 알지만 우리는 정작 마음이 힘들 때 나보다도 주변 상황, 주변 사람을 먼저 탓한다. 하지만 힘든 마음을 회복하고 일어서려면 내 몸이 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소리를 들었다면 뭔가를 거창하게 하려 애쓰기보다 작고 부드럽게 움직여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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