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작은 산딸기 ‘복분자’가 품은 무수한 효능
[한동하의 식의보감] 작은 산딸기 ‘복분자’가 품은 무수한 효능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08.22 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등산하다 보면 풀숲 한구석에 빨간 산딸기가 눈에 띈다. 산딸기는 나무에서 열리기 때문에 나무딸기라고도 부른다. 보통 6~7월에 열려 약간 철이 지난 듯하지만 그래도 부지런한 사람들이 이미 따 놓은 산딸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산딸기는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이다. 일반 딸기도 장미목 장미과로 같다. 아마도 일반 딸기는 평지에서 비교적 쉽게 살아갈 수 있어서 풀로 자라났을 것이고 산딸기는 험준한 산속에서 생명력을 키우다 보니 나무로 자라났을 것이다. 그만큼 산딸기는 일반딸기에 비해 기운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산딸기는 ‘복분자(覆盆子)’라고 한다. 복분자 이름에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먼저 <본초강목>에는 ‘신장에 유익하고 소변이 자주 나오는 것을 줄이며 복용하면 요강을 엎어 버릴 정도로 오줌이 세게 나오므로 이와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라고 했고 ‘복분자씨가 엎어 놓은 항아리 모양과 유사하므로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라고도 했다.

복분자는 기운이 평이하면서도 따뜻한 편에 속한다. <본초정화>에는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고 약간 뜨거우며 독이 없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맛이 달고 시다’고 했다. 복분자는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하고 성질은 따뜻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복분자는 남성의 성기능을 강화시킨다. <동의보감>에는 ‘남자의 경우 신정(腎精)이 고갈된 것과 남자의 음위(陰痿)에 주로 써서 성기를 단단하면서 발기시간을 늘려준다’고 했다. 음위는 발기불능을 의미한다. 또 복분자는 환을 만들어 오래 먹으면 좋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남성의 발기가 되지 않는 증상에 복분자를 술에 담갔다가 불기운에 말린 다음 가루 낸다. 이것을 해가 뜰 때마다 술로 3돈씩 복용한다’고 했다.

남성 성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에도 복분자가 포함돼 있다. 오자연종환은 구기자, 토사자, 복분자, 차전자, 오미자로 이뤄진 환약이다. <의감중마>에 ‘남자에게 원인이 있어서 자식이 없는 것을 치료한다’고 한 것을 보면 오자연종환은 남성 성기능 개선을 목표로 한 처방이었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신장을 보하고 신을 따뜻하게 한다’고 했다. 또 <약산호고종방촬요>에는 ‘허를 보하여 끊어진 대를 잇는다’고 했다. 복분자를 술로 담가 먹거나 가루 내 환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이 내용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통틀어 언급한 효능이다.

아니나 다를까 복분자는 여성 불임에도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여자의 경우 자식이 없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여자가 먹으면 자식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의학입문>에는 ‘임신하려는 여성은 반드시 자주 마셔야 한다’고 했다. 꾸준한 섭취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복분자가 여성불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마도 자궁건강과 함께 배란 등과 관련된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복분자는 일반 딸기보다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숨겨진 건강 효능은 무수하다. 강한 신맛이 걱정된다면 플레인요거트에 섞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복분자는 눈을 밝게 한다. <별초단방>에는 ‘간을 보해서 눈을 밝게 한다’고 했다. 말린 것을 가루 내 먹거나 생으로 먹어도 좋다고 했다. <의학입문>에는 ‘눈을 밝히고 예장(翳障)을 없앤다’고 했다. 예장이란 안구의 흰자위 부분의 각막에 붙어서 자라나는 살을 말한다. 보통 눈에 백태가 끼었다고도 하는데 정확한 명칭은 익상편으로 불린다. 익상편은 초기 증상은 없지만 커지면서 안구불편감, 시력저하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로 노년층에 많이 생기는 것을 보면 노화와 관련된 증상으로 여겨진다.

또 <본초정화>에는 ‘눈을 밝게 해주고 눈물을 그치게 해주며 습기를 거두어들인다’고 했다. 찬바람을 쏘이면 눈물이 자주 나서 고생하는 노인 분들이 많은데 복분자는 외부의 물리적인 자극감을 줄여주기 때문에 눈물이 덜 나게 한다. 노파심에서 말하면 복분자는 눈을 마르게 하는 것이 아닌 눈물샘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으로 안구건조증에도 도움이 된다.

복분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베리류에는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성분이 풍부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복분자도 그렇고 일반적인 베리류를 생으로 구하거나 시중에서 가루로 낸 것을 구했다면 한 숟가락 정도를 플레인요거트에 섞어 먹으면 한결 섭취하기 편하다.

복분자는 안색을 좋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안색을 좋게 한다. 오래 먹으면 좋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했다. 복분자는 항산화성분과 함께 비타민C가 풍부해서 항산화, 염증조절, 모세혈관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피부 톤을 밝게 한다. 복분자 가루를 이용해 피부팩을 해도 좋은데 복분자와 녹차가루를 1:1로 섞어 꿀로 반죽해 활용하면 된다.

복분자는 힘이 나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힘이 나게 한다. 힘이 2배가 된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기를 보익하고 몸을 가볍게 하고, 속을 따뜻하게 하며 힘을 북돋아준다’고 했다. 복분자에는 레몬산, 사과산, 개미산 등의 유기산이 풍부한데 이러한 유기산들은 우리 몸에서 힘을 내는 아데노신3인산(이하 ATP)를 만들어내는 데 활용된다. ATP는 자동차로 치면 일종의 가솔린에 해당한다. 따라서 신맛이 나는 유기산들은 일시적으로 근육의 힘을 증폭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복분자는 항노화작용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머리가 백발이 되지 않게 한다’고 했다. <본경속소>에는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고 했다. 복분자에는 항산화작용이 뛰어난 폴리페놀 함량이 높아 항산화와 함께 항노화에 도움이 된다. 사실 노화는 산화돼 가는 과정으로 산화가 더딜수록 노화도 느려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복분자는 항산화를 통해 노화를 억제한다.

복분자는 폐기능을 강화시킨다. <본초강목>에는 ‘복분자즙에 꿀을 약간 섞어 달여서 묽은 고(膏)를 만든 다음 조금씩 복용하면 폐가 허한(虛寒)한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의학입문>에도 ‘복분자는 폐허(肺虛)를 치료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복분자는 노인들의 만성기침에도 좋다고 할 수 있고 특히 찬바람을 쏘이면 기침하는 기관지과민증에 의한 만성기침에 좋겠다. 만일 만성기침이 있다면 복분자(1회 8그램)와 오미자를 1:1의 비율로 하루 2차례 정도씩 차로 달여서 먹으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요강을 엎는다는 복분자라는 이름은 과장된 표현일 수 있다. 제아무리 소변 줄기가 강해진다 하더라도 요강을 엎는다면 낭패일 것이다. 참으로 효능을 기억하기 쉬운 해학적인 이름인 것 같다. 하지만 요강이 엎어질지 말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자. 요강은 엎어질지언정 건강만은 바로 일으켜 세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