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가·진료 제한…의사도 환자도 외면
낮은 수가·진료 제한…의사도 환자도 외면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9.29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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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나 한 복지시범사업] ⑦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
정부가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제한적인 의료서비스 ▲낮은 수가 등을 이유로 환자와 의료기관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제한적인 의료서비스 ▲낮은 수가 등을 이유로 환자와 의료기관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대로 된 복지정책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들지만 잘못된 정책은 국민의 세금만 축내기 마련입니다. 일단 한 번 만든 제도는 없애거나 축소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에 본지는 ‘하나 마나 한 복지시범사업’이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일곱 번째 주제는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입니다. <편집자 주>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의료비지출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무엇보다 나이 들수록 거동이 힘들어지다 보니 방문진료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2019년 12월 27일부터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을 진행, 현재 3차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시범사업에 대한 의료기관참여율이 저조해 본 사업으로까지 전환될지는 미지수다.

■시범사업 3년, 사업진척 부진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의 주내용은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에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가 직접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범사업 참여의료기관은 방문진료가 가능한 의사가 1인 이상 있는 의원이다. 대상은 질병‧부상 및 출산 등으로 인해 진료의 필요성이 있지만 보행이 곤란‧불가능한 환자다.

세부적으로는 ▲마비(하지·사지마비·편마비 등) ▲수술직후 ▲말기질환 ▲의료기기 등 부착(인공호흡기 등) ▲신경계 퇴행성질환 ▲욕창 및 궤양 ▲정신과적 질환 ▲인지장애 등이다. 시범사업의 유형은 방문진료료Ⅰ’과 ‘방문진료료 II’ 로 구분된다.

문제는 의료기관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차의료 방문진료수가 시범사업 참여기관은 지난해 9월 기준 343곳이지만 이 중 실제 방문진료 후 수가를 청구한 기관은 136곳에 불과하다.

■본인부담금 30%...의료서비스는 한정적

게다가 환자부담금은 30%에 이르는데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는 ▲진단 ▲구강섭취약, 연고, 좌약 처방 ▲만성질환, 단순한 급성·아급성질환 관리 ▲혈압계, 산소포화도측정기 등 기본검사 ▲교육검사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로 의료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질환은 고혈압, 당뇨 등으로 내과나 가정의학과뿐이다. 고관절질환, 치매, 재활 등의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제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2025년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가구가 2020년 464만 가구에서 2050년 1137만5000가구로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시범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서비스를 넓히고 수가를 높여 의료기관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인의학회 이언석 학술이사는 “방문진료 의료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초고령사회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의 일차의료가 어떤 서비스모형을 마련해야 할지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은 수가, 외면하는 의료기관

의료기관의 저조한 참여율 역시 문제다. 실제로 3차 참여기관 모집 중 정원 미달로 복지부는 6월 13일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 바 있다.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낮은 수가때문이다. 방문진료수가는 2022년 기준 방문진료료I는 12만4280원, 방문진료료II는 8만6460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별도행위료는 방문진료료II만 산정할 수 있다.

게다가 방문진료는 소아·공휴·야간 등 각종 가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외래진료시간에 방문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해도 실익이 없다. 결국 지난해 9월 기준 지금까지 총 2962명만이 방문진료를 받았다.

반면 일본은 방문진료수가를 의사 1인당 환자 1인에 25만9300원에 행위료, 진료, 검사, 처치, 사후계획 등을 단계별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각각의 수가를 책정해 보상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 교통비 등이 별도로 추가된다.

또 싱가포르는 방문진료를 만성질환뿐 아니라 다중약제내성균, 암, HIV양성, 비강영영관섭식, 요로관, 결장루설치 등의 중증환자와 치매, 파킨슨병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이때 가정진료는 방문당 150~220달러 수준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장현재 총무부회장은 “고령화사회에서 방문진료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방문진료료' 하나로 일원화해 수가를 인상하기보다 방문진료수가를 세분화하고 진료난이도에 따라 여러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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