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 괴롭히는 ‘외이염’, 어떻게 진단·치료할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견 괴롭히는 ‘외이염’, 어떻게 진단·치료할까
  • 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09.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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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안산 조이고양이병원 X 조이강아지병원 외과원장

반려견의 외이염은 동물병원에 방문하는 가장 주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치료가 잘되지 않고 재발해 동물병원을 옮겨가면서 치료를 이어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외이염은 세균감염, 곰팡이감염, 진드기감염, 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 호르몬질환, 이도 폴립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특히 말라세치아라는 곰팡이균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하며 2~3개의 원인이 혼합된 경우도 흔하다.

보호자에게 ‘감염’이라고 말하면 ‘어디에서 옮았을까요’라고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세균과 곰팡이는 외부 감염보다는 무해한 상태로 피부에 상재해 있다가 면역이 저하되거나 균들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과다 증식해 발생한다.

외이염이 발생하면 귀를 자주 털거나 뒷발로 긁고 비비는 증상을 보인다. 귀 표면에 발적이 있거나 갈색 또는 노란색의 분비물이 귀에서 배출되기도 하고 귀에서 악취가 난다. 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집에서 세정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동물병원에 방문해 초기에 검진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병원에서는 검이경을 통해 귀 내부의 상태를 육안으로 살펴보고 현미경 도말검사를 통해 세균, 곰팡이 등 감염이 발생했는지 평가한다. 초기 또는 경증 외이염은 간단한 검사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중증 감염이나 중이염까지 의심되면 세균 배양 및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하거나 알레르기, 호르몬검사, CT 검사 같은 정밀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외이염이 발생한 반려견에 레이저치료를 진행하는 모습

외이염 치료는 반려견, 수의사, 보호자 모두가 한 팀이 돼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이염은 가장 쉽게 접하고 치료하는 질환인 한편 완치에 이르기까지가 생각보다 까다로운 질환이기도 하다.

감염이 발생했다면 이에 맞는 외용제, 내복약을 처방하며 아토피, 호르몬질환과 같은 기저 질환이 동반됐다면 이에 대한 치료도 병행돼야 한다.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주 1~2회 정도 레이저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치료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매우 쉽게 재발한다. 초진 이후에도 주기적인 중간 점검을 통해 질병이 잘 낫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모든 외이염을 한 번에 치료해주는 만능약은 없다.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충분한 기간을 갖고 꾸준히 치료받을 것을 당부한다.

반려견 귀의 해부학적 구조(사진=픽사베이)

외이염은 다양한 약물을 사용하는 내과치료가 핵심이지만 때때로 외과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강아지의 귀는 사람과 달리 수직이도, 수평이도로 구성된 ‘L’자 형태도 이뤄져 있어 구조적으로 통풍이 잘 이뤄지지 못한다. 따라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이도 내부에 삼출물이 생겼을 때 세정 역시 쉽지 않다.

이러한 귀를 시원하게 열어주는 수술이 바로 수직이도절제술, 일명 젭스(Zepp’s)수술이다. 젭스수술은 ‘L’자 형태에서 귀 입구부터 수평이도가 시작되는 부분까지에 해당하는 수직이도를 외부로 노출되도록 성형해주는 수술이다. 환기를 원활히 해 감염원의 증식을 막고 세정과 약물치료를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수술만으로 외이염이 완벽히 치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과치료를 할 때 상당히 큰 시너지 효과가 있다. 특히 만성 말라세치아 감염으로 고생하는 반려견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

보호자에게 수술을 말하면 과잉진료는 아닌지 거부감을 느끼는 보호자도 있다. 하지만 수술의 의미와 효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한다면 귓병을 해결하는 데 신의 한 수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만성외이염이 있다고 무조건 수직이도절제술을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외이도의 변성이 심하게 진행돼 있거나 고막 안쪽 귀의 깊숙한 부분까지 돌이킬 수 없는 병변이 발생했다면 이도를 모두 절제해내는 전이도적출술과 외측고실절골술(TECA-LBO)이 필요하다. 수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직이도절제술 전(왼쪽)과 후의 모습

외이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피가 날 때까지 긁을 정도로 가려움이 심하며 어렵게 치료했는데도 너무나 쉽게 재발하는 참 얄미운 질병이다. 다양한 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한 번에 이를 해결하는 만능치료제는 없다. 보호자의 꾸준한 관심과 관리, 다양한 무기를 적절히 활용하는 수의사의 치료가 외이염을 잘 이겨나갈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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