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환절기 코막힘엔 ‘목련꽃봉오리’가 최고
[한동하의 식의보감] 환절기 코막힘엔 ‘목련꽃봉오리’가 최고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0.0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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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봄이 되면 목련꽃이 화사하게 핀다. 가을에 무슨 목련꽃 이야기를 하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목련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말하고자 한다. 가을 환절기가 되면서 비염이나 축농증 등으로 인한 코막힘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은데 목련꽃봉오리는 콧병에 좋다. 특히 코막힘이 있다면 목련꽃봉오리를 구해보자.

목련(木蓮)은 낙엽교목으로 봄에 꽃이 피며 꽃봉오리를 신이(辛夷) 또는 신이화(辛夷花)라고 한다. 신이(辛夷)는 맛과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본초강목>에는 ‘이(夷)는 싹[荑(이)]이다. 처음 날 때는 싹과 같으면서 매운맛[신(辛)]이 난다. 그리고 처음 필 때는 붓끝과 같아서 북쪽 지역 사람들은 목필(木筆)이라 한다’라고 했다. 정말 그러고 보니 신이화는 붓끝처럼 생겼다.

목련은 보통 자색과 흰색이 있다. 이 중 약으로 사용할 때는 자색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꽃은 도홍색과 자색 두 종류가 있는데, 약에 넣을 때는 자색을 써야 하고 꽃이 활짝 피기 전에 채취해야지 활짝 폈으면 좋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색의 구분 없이 사용한다.

‘봉오리’와 ‘봉우리’ 두 단어는 참 헷갈린다. 봉오리는 꽃봉오리처럼 뭉뚝하게 둥글다는 의미고 봉우리는 산의 정상처럼 높이 솟아오른 곳을 의미한다. 이것을 쉽게 기억하는 방법으로 ‘오리가 꽃봉오리를 따 먹었다’ 또한 ‘우리 저 산봉우리를 올라가 보자’로 기억하면 쉽다. 이것은 필자만의 기억법이다. 물론 목련꽃봉오리를 봉우리와 헷갈릴 일은 없지만 본 칼럼에서는 신이화로 부르도록 하겠다.

신이화는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하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매우며 독이 없다’고 했다. 신이화는 맛이 맵고 기운이 가벼워서 뭉친 기운을 흩어주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양(陽)에 속한다. 장부로는 폐(肺)와 위(胃)에 영향을 미친다. 또 꽃이기 때문에 머리 쪽으로 기운이 올라간다. 이들 내용만 봐도 신이화의 효능은 가히 짐작 가능하다.

신이화는 코막힘에 특효다. <동의보감>에는 ‘코가 막힌 것을 뚫어 콧물이 나오게 한다’고 했다. <명의별록>에는 ‘구규(九竅)를 이롭게 하고 코막힘을 뚫고 콧물을 치료한다’고 했다. 구규(九竅)는 몸에 구멍으로 난 눈, 코, 귀 등의 기관들을 말한다. 신이화는 코뿐 아니라 온몸의 답답함을 풀어준다. 처방에도 아주 흔하게 사용된다.

신이화는 찬 공기에 의한 만성적인 코막힘에 특히 좋다. <본경속소>에는 ‘신이화는 조금만 피곤하거나 물만 약간 닿아도 바로 코가 막히면서 콧물이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바로 없어지거나 얼마 후 다시 재발하면서 여러 해 동안 낫지 않는 질병에 적합하다’고 했다. 즉 찬 자극에 민감한 경우, 만성적인 경우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별한 독성이 없기 때문에 하루 용량으로 20~30그램까지 복용이 가능하다.

신이화는 환절기 코막힘완화는 물론 두통, 얼굴 부종, 치통 등 생활 속 다양한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신이화는 달여서 마시는 것 외에 외용제로도 사용했다. <단곡경험방>에는 ‘코막힘을 통하게 한다. 가루를 내어 총백(파뿌리)와 차를 달인 물에 조금씩 1돈을 먹는다. 또 솜에 싸서 콧구멍을 막는다’고 했다. 일정 시간 동안 막아뒀다가 솜뭉치를 빼내면 코가 뚫려 있을 것이다. 또 코안에 군살이 생겨서 코막힘과 통증이 있을 때는 신이고(辛夷膏)라는 고약을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신이고는 콧병에 살구씨 기름을 발라주는 것처럼 코안 점막에 발라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신이화는 두통, 얼굴 부종, 치통 등 머리와 얼굴의 제반 증상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는 ‘풍(風)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두통이 있을 때 신이화를 베개에 넣어 베면 좋다고 했다. 신이화가 효과를 볼 수 있는 두통은 찬바람을 쏘였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두통이다. 특히 코막힘과 함께 동반되는 두통에 특효다. 코막힘과 함께 두통도 사라진다. 반대로 열이 치받쳐 오르는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이화는 얼굴 부종에도 좋다. <동의보감>에는 ‘얼굴이 부으면서 치아까지 당기며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얼굴의 부종과 치아의 통증은 위경(胃經)과 관련이 있다. 앞서 신이화가 폐와 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는데 위(胃)의 경락인 족양명위경은 안면과 상악골 쪽을 지배한다. 따라서 치통은 특히 상악골의 위쪽 치통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신이화는 기미를 없애고 얼굴을 반짝이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면간(面䵟, 기미)을 치료한다. 얼굴기름을 만들어 내서[作面脂] 광택이 난다’고 했다. 얼굴 기름을 만들어 낸다는 말은 얼굴 피지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지 분비가 안 되면서 건조한 경우는 도움이 되지만 피지분비가 너무 활발해 얼굴이 번들거리는 경우는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신이화는 어지럼증에도 좋다. <명의별록>에는 ‘수레나 배멀미처럼 어지러운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러한 증상은 말초성 현훈으로 주로 귀의 균형감각의 문제로 인한 것이다. 귀와 관련된 효능은 별도 기록이 없지만 신이화는 귀의 전정기관의 문제로 인한 증상을 개선시킨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신이화는 머리를 맑게 한다. 앞서 구규(九竅)를 통하게 한다고 했는데 많은 문헌에는 신이화는 눈을 밝게 한다고 했다. 또 <의문보감>에는 ‘신이화의 매운맛과 따뜻한 성질은 개규(開竅)하므로 코막힘과 정신이 혼모(昏冒)한 것을 모두 치료한다’고 했다. 눈도 밝아지고 어지럼증도 줄어들고 코막힘이 해결되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신이화는 머리와 관련된 모든 증상에 도움 안 되는 것이 없다.

인터넷을 보면 신이화차라고 해서 활짝 핀 목련꽃잎을 말려서 차로 마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꽃봉오리가 핀 이후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신이화는 꽃봉오리 상태로 한 번 깨뜨리거나 가운데 심지를 제거해 끓여서 복용한다. 별다른 부작용은 없지만 기운이 너무 없는 경우는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본초정화>에는 ‘기가 허약한 사람은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신이화는 맛이 맵고 기가 가벼워 기운을 흩트러트린다. 따라서 너무 기운이 없는 경우는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신이화가 단지 코막힘에만 도움이 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신이화는 코막힘과 더불어 두부와 얼굴의 다양한 증상에 신기한 효과가 있다. 신이화는 생각지 못한 귀한 가을철 건강지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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