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밀의료시대 더욱 주목해야 할 ‘세포유리 핵산 검사법’
[특별기고] 정밀의료시대 더욱 주목해야 할 ‘세포유리 핵산 검사법’
  • 이주원 SCL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문의(진단검사의학과)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1.0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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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원 SCL(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문의(진단검사의학과)  

사람의 혈액 속에는 적혈구와 같은 세포뿐 아니라 단백질과 산소, 전해질 등 다양한 물질들이 존재한다. 반면 DNA 등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핵산은 일반적으로 세포 안에만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소 생소하겠지만 우리의 혈액 안에서도 수많은 핵산 분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혈액 속에 핵산이 세포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은 1948년에 발견됐다. 다만 핵산 양과 크기가 너무 작기도 하지만 이를 분석할 기술이 없었기에 여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염기서열 분석기술의 발전이 2010년대부터 피 속의 핵산, 즉 세포유리 핵산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진행이 되면서 세포유리 핵산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세포유리 핵산은 죽은 세포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온 몸의 세포에서 통신 시스템 역할로 돌아다니는 핵산이 훨씬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태어나기 전부터 죽을 때까지 건강이 좋든 나쁘든 우리 몸 속의 세포들은 항시 다른 세포에 세포유리 핵산의 형태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세포유리 핵산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2010년대 염기서열 분석기술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세포유리 핵산에 대한 연구가 급증했고 새로운 검사법 2가지가 도입됐다. 

첫 번째 검사방법은 국내에서도 많은 산모들이 이미 경험했을 비침습적 산전진단(NIPT, Non-Invasive Prenatal Testing)이다. 임신 중에 산모와 태아는 태반을 통해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는데 태반의 일부는 태아에서 온 세포들로 이뤄져 있다. 태아에서 온 세포들도 세포유리 핵산을 내보내는데 이 극미량의 태아 세포유리 핵산은 염색체 숫자에 이상이 있을 위험성의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는 양이다. 비침습적 산전진단의 도입으로 태아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양수 천자 검사법의 시행 횟수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두 번째 세포유리 핵산 검사는 암환자의 암세포에서 나온 세포유리 핵산을 검사하는 액체 생검이다. 지금까지는 종양조직을 직접 채취, 즉 고형 생검을 통해 검사를 해왔는데 채취가 불가능한 경우도 간혹 있고 채취를 고르게 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또 암이나 암의 재발을 찾을 때 영상검사를 활용했는데 영상에서 보이면 이미 종양이 어느 정도 커져 질환이 진행된 후 발견되기 때문에 검사의 효율성이 낮았다. 이에 고형 생검의 단점을 보완하고 영상검사보다 암 발생과 재발을 빨리 알 수 있는 액체 생검이 선진국에서 도입되기 시작했다. 고형 생검의 단점을 보완, 환자의 불편감을 줄이면서 항암제를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추후 재발 감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현재 초창기 단계이며 앞으로 시행 건수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세포유리 핵산이 몸 속의 통신 시스템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장기이식, 심장질환, 안과질환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포유리 핵산을 이용한 검사법이 개발되고 있다.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정밀의료로 의료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요즘 세포유리 핵산에 대한 연구가 개인 맞춤의료시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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