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폐암, 다 같은 폐암 아냐…유전자변이 따라 적절한 치료제 적기에 써야
[특별기고] 폐암, 다 같은 폐암 아냐…유전자변이 따라 적절한 치료제 적기에 써야
  • 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2.11.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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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이승룡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11월 17일은 폐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환자들의 적극적인 치료와 정서적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된 ‘세계 폐암의 날’ 이다.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의 5년생존율(2019년)은 약 34.7%로 다른 암종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하지만 약 10년 전(2006~2010)의 20.3%와 비교하면 생존율이 14.4% 증가하는 등 치료법 발전에 따라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다.

특히 최근 폐암치료에서 정밀 맞춤의료 환경이 잘 구축돼 다양한 유전자변이를 확인하고 이에 따라 각 표적에 적합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폐암에서 규명된 유전자변이는 ▲EGFR ▲ALK ▲MET ▲ROS1 ▲BRAF 등으로 이들 유전자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항암제가 속속 개발돼 폐암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유전자변이에 잘 맞는 표적치료를 적시에 시작하는 것이 폐암치료의 관건이다.

다양한 변이 중에서도 EGFR 변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비소세포폐암환자 30~40%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유전자변이로 현재까지 출시된 EGFR 변이 표적항암제에 좋은 치료반응을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는 1세대 게피티닙, 옐로티닙, 2세대 아파티닙, 다코미티닙에 이어 3세대 오시머티닙, 레이저티닙 등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 중 오시머티닙은 EGFR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 1차 치료와 EGFR-T790M 변이가 있는 환자의 2차 치료 등 3 가지 적응증 모두에서 사용 가능한 표적항암제이다. 또 EGFR 표적항암제 중 대규모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통해 1차 치료에서 3년 이상의 생존기간을 확인하면서 유의미한 전체 생존 개선을 확인한 유일한 치료제다.

특히 오시머티닙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히 나타나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중추신경계 전이에서도 치료효과를 확인해 기존의 표준 치료 대비 명확한 치료 개선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국립암센터(NCCN),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유수의 진료지침에서 오시머티닙을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표준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오시머티닙은 국내에서 2018년 1차 치료제로 쓰도록 허가 받은 후 5년째인 지금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유전자변이인 ALK 표적항암제인 브리가티닙이 허가 후 6개월 만에 급여가 적용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같은 폐암 중에서도 변이 종류에 따라 환자가 겪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 한없이 다른 상황이다.

폐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으로 치료제 사용을 고민하는 환자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다. 특히 뇌전이가 동반된 경우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는데도 아직 급여 승인을 받지 못해 고가의 약가를 힘겹게 부담하면서 치료하거나 아니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제약사에서는 환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약제 환불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부에서는 보험급여를 빠른 시일에 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 폐암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환자들이 더 효과적인 폐암 치료제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전 세계 표준치료를 경제적 부담 없이 선택해 환자 본인의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좋은 소식이 들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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