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의료] 분만시 ‘회음부절개’, 그게 과연 굴욕일까요?
[똑똑한 의료] 분만시 ‘회음부절개’, 그게 과연 굴욕일까요?
  • 김성지 기자
  • 승인 2013.12.10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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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은 하늘이 준 축복이다. 성인이 돼 가정을 꾸리고 잉태된 아이를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느끼는 임신과 출산은 과정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선물이다. 여자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분만 시 3대 굴욕’이라는 게 있다. 제모 또는 내진, 관장, 마지막으로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며 성적수치심까지 느낀다는 회음부 절개다.

회음은 질 입구와 항문을 잇는 중간 부분이다. 내진과 관장, 회음부 절개는 자연분만을 위해 거쳐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지만 여성인권 문제 등으로 3대 굴욕 없이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분만 시 회음부를 절개하고 봉합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분만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조직손상을 막기 위해 회음부절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태아의 머리가 나오기 직전 회음부에 큰 저항이 생기는데 이때 회음부 조직 일부를 절개해 분만을 쉽게 하고 조직이 찢어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회음부를 절개할 경우 일정한 방향으로 깨끗한 상처가 생기지만 절개 없이 분만하다 회음부가 찢어지면 봉합도 어렵고 염증도 잘 생길 수 있어 회복이 느려진다.

우리나라 산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미국에서는 회음부절개가 없는데 한국에서만 한다는 것이다. 서양 여성들은 동양인과 체형이 달라 골반과 회음부 조직 탄력성이 좋아 절개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여성이 초산에서 회음부 조직손상 없이 출산한다는 것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산모의 골반크기와 조직 탄력성에 따라 회음부절개를 하지 않고 분만할 수도 있다. 태아의 머리가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나와야 하고 산모가 태아를 밀어내는 힘과 아이를 받아주는 사람과 호흡도 중요하다. 무리해서 힘을 주거나 바깥 골반이 작으면 회음부가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 그래서 적절한 시기에 분만을 돕기 위해 회음부를 절개한다.

회음부를 절개할 때는 태아 크기와 골반 크기, 질과 항문의 거리를 포함한 회음부의 길이와 넓이에 따라 절개방법과 길이가 달라질 수 있으며 둘째 출산일 경우 절개하지 않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관장과 내진, 제모, 회음부절개에 따른 통증도 크지만 이를 3대 굴욕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맞이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아름다운 출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기를 맞이할 때 전쟁터 백병전처럼 정신없이 임할 문제는 아니다. 산모 스스로 어머니가 될 준비를 하면서 세상을 처음 맞이할 내 아기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출산 과정에서 더 필요한 일은 아닐까.

<헬스경향 김성지 기자 ohappy@k-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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