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섬유화 진행단계별 발병기전 첫 규명…치료제 개발 탄력
간섬유화 진행단계별 발병기전 첫 규명…치료제 개발 탄력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1.2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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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간질환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초기와 후기 각기 다른 면역세포 관여 확인
(왼쪽부터)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 병리과 정은선 교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국군고양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준 전문의

간은 재생능력이 뛰어난 장기지만 만성간질환으로 손상과 재생이 반복되면 간섬유화가 발생한다. 간섬유화는 간세포에서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정상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간에 흉터가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흉터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경화로 발전하며 이 경우 간암 발병위험도 높아진다는 것. 따라서 간경화와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간섬유화를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의료진이 간섬유화 단계별로 각각 다른 면역세포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첫 규명, 간섬유화에 대한 보다 정밀한 치료계획 수립과 치료제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와 병리과 정은선 교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이상 교신저자), 국군고양병원 이재준 전문의(제1저자) 연구팀이 사람의 간섬유화 초기단계와 후기단계에서 각각 다른 면역단백 발현 양상을 보이는 단핵세포가 관여함을 디지털공간프로파일링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유전체 분석 최신기술인 디지털공간프로파일링은 인체조직 내의 특정한 위치를 지정해 해당 부위의 유전체 및 단백질 발현 정도를 분석하는 검사법으로 많은 질환의 발병기전을 밝혀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간질환자 83명으로부터 얻은 조직검체에서 간섬유화와 관련된 유전자 및 단백질을 추출하기 위해 디지털공간프로파일링을 시행한 결과 초기 간섬유화 단계에서는 조직 단핵구(tissue monocytes)가, 후기 간섬유화 단계에서는 대식세포의 아형인 상흔 관련 대식세포(scar-associated macrophage)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하단 그림 참고).

*그림 1 : 면역단백 발현 양상에 따른 단핵세포들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낸 지도. 조직 단핵구는 원(∙), 상흔 관련 대식세포는 별(★)로 표시돼 있다.
*그림 2 : 단백질 발현결과에 따른 단핵세포 발현 양상. 그림 1과 비교, 대입해 보았을 때 초기 간섬유화에서는 조직 단핵구가, 후기 간섬유화에서는 상흔관련 대식세포의 발현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초기와 후기 간섬유화를 구분하고 예측할 수 있는 단백질 조합도 함께 발굴했는데 6개의 단백질로 이뤄진 이 단백질 조합은 내부검증(internal validation)에서 높은 예측도를 나타내 향후 간섬유화 치료제 개발에 있어 표적물질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간경화는 국내에는 약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으며 그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금까지 간섬유화 연구들은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섬유화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번처럼 다수의 환자 검체를 활용해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수많은 면역조절단백을 동시에 분석하고 발병기전을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섬유화 진행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며 “간섬유화 및 간경화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에서 연구결과를 토대로 향후 간섬유화 치료 약제 발굴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평성모병원 병리과 정은선 교수는 “간섬유화는 간의 문맥역(portal area)에서 시작하는데 간문맥역으로 검사부위를 특정 지어 시행한 이번 연구가 향후 간경화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어떠한 면역세포가 관여하는지를 아는 것은 간섬유화 및 간경화의 진행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초기 및 후기 간섬유화에 각각 다른 면역단백 발현을 보이는 단핵세포가 관여함을 밝혀냄으로써 향후 간섬유화 단계에 따른 섬세하고 정밀한 치료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Multiplexed digital spatial protein profiling reveals distinct phenotypes of mononuclear phagocytes in livers with advanced fibrosis’라는 제목으로 세포·분자 생물학분야 국제학술지 Cells(IF=7.666) 1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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