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했어도 치매는 기계보다 ‘휴먼터치’가 우선”
“시대 변했어도 치매는 기계보다 ‘휴먼터치’가 우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2.0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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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건우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박건우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치매 분야에도 여러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치매는 전문가의 손길이 가장 우선이 돼야 한다”며 “치매 전문인력을 늘리고 이들의 전문성을 강화한 다음 신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나이 들면 치매에 걸리는 걸 두려워하지만 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국가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치매에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기술은 빠르게 발전, 이제 사물인터넷(이하 IOT)과 인공지능(이하 AI) 등의 신기술이 치매분야에도 적극 활용되는 시대가 됐다. 갖춰져야 할 것들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새 옷부터 입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박건우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나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 먼저 개념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국민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을 혼동해 쓰고 있는데 정확히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치매는 뇌가 손상돼 인지기능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못 하는 상태를 말한다. 뇌에 생기는 모든 질환이 치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중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 치매)이 약 70%를 차지, 가장 흔한 원인질환으로 꼽힌다.   

-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환자가 치매환자만큼이나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를 잘 모르는 국민도 많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기능이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다만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치매 전 단계로 불린다. 흔히 건망증과 많이 헷갈리는데 건망증은 정보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주의 집중을 못할 때 또는 다른 생각을 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힌트를 주면 잊었던 걸 금방 떠올린다. 반면 경도인지장애는 인지기능이 저하된 상태이기 때문에 힌트를 줘도 잘 떠올리지 못한다. 

-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신경과를 방문해 신경인지검사 등 필요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무조건 치매는 아니다. 하지만 치매가 아니라면 인지기능이 저하된 다른 원인을 찾아 빨리 조치해야 한다. 그 원인이 치료 가능한 것이라면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뇌에 물이 차는 뇌수두증이 발생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걸음걸이도 나빠지는데 이 경우 빨리 수술하면 완치할 수 있다. 치매발전 가능성이 높은 환자도 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혹여 진행되더라도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운동과 두뇌활동 같은 예방조치도 더 빨리 시작할 수 있다. 

- 그런데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경도인지장애가 경증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어떤 어려움이 있나. 

질환 자체를 경증과 중증으로 논하는 것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차원에서 분류한 것이다. 질병코드분류상 경증과 중증질환으로 나뉘다 보니 경증질환은 동네 병원(1차 의료기관)에서, 중증질환은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해야 한다고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질병코드상에선 경증질환으로 분류돼 있지만 진단은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실 치매는 여전히 연구대상이며 이에 대해 잘 아는 의사도 그리 많지 않지만 국민 입장에선 치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조금이라도 큰 병원에서 제대로 진단받길 원한다. 하지만 대학병원 입장에서 경증질환은 보면 볼수록 손해라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 위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가에서 치매를 중요하게 인식했다면 경증과 중증이라는 잣대로 판단해선 안 된다. 치매는 경증과 중증을 구분하는 데 있어 예외조건으로 빼야 하며 치매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건강보험 차원에서 콘트롤이 어렵다면 별도의 국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치매 전문인력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매 전문인력의 처우 개선에 관해선 진작부터 목소리를 내왔는데 여전히 바뀐 것이 없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상황이 이러한데 신기술이 의료현장에 적극 도입되면서 치매 진단‧치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IOT나 AI 같은 신기술이 도움 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신기술이 필요한 세대가 있고 낯선 세대가 있다.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층은 신기술이 낯선 세대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IOT장비를 사용하게 해봤는데 평소 쓰던 것이 아니다 보니 매우 불편해했다. 

사실 환자들은 신기술보다도 나를 좀 더 전문적으로 잘 보살펴줄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를 원한다. 즉 치매는 기계보다도 전문가의 손길, 휴먼터치가 필요하며 이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따라서 치매환자를 돌볼 인력을 늘리고 이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먼저다.  

인력에 대한 투자 없이 기술 개발에만 투자하면 소용이 없다. 기계는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기계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변했으니 신기술을 당장 사용하라고 하는 것은 환자들에게는 물론 산업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진료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치매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환자가 다수라는 점에서 장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치매는 전문가의 세심한 손길이 매우 필요하다. 병원에 오기 어렵다면 의사가 직접 가면 된다. 원격으로 전달되는 신호에만 의존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순 없다. 원격의료의 필요성은 존재하지만 이 또한 방문진료가 강화되고 나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일부 환자들은 직접 찾아가 진료하고 있다. 치매가 점점 심해지고 파킨슨병에 걸려 움직이기 어려워지면서 보호자만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부정확한 정보 전달로 잘못된 처방이 나갈 수 있다. 환자 없이 보호자의 설명만 듣는 것과 환자를 직접 보면서 보호자의 설명을 듣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 정보가 워낙 많다 보니 어떤 게 진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꼭 기억했으면 하는 치매 예방·관리법은. 

일단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또 주변 사람들과 부지런히 소통하고 쓰기, 읽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뇌의 예비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노년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뇌의 예비능력을 강화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식습관은 콕 집어 어느 한 가지 음식을 강조하기보다 소식하기, 혼자 먹지 말고 여럿이 함께 식사하기를 권고한다. 

- 끝으로 치매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치매 진단이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가족들도 치매를 인정하고 환자도 치매에 걸린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 늦게 진단됐더라도 약물치료와 생활관리를 열심히 하면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물론 아예 안 나빠진다곤 장담할 수 없지만 약을 안 먹으면 병이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특히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조절하는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기존 치료제보다 더 큰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희망을 안고 함께 좋은 결과를 기다려보자. 

※ 박건우 교수는?

박건우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현재 고려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로 재직하며 치매, 파킨슨병, 인지장애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또 고려대의료원 사회공헌사업본부 수장으로서 의료봉사, 해외 원조사업, 통일의료 등 본부가 수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 전반을 이끌며 의료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온기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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