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마취과전문의…‘여의사’란 사실 아셨나요
한국 최초의 마취과전문의…‘여의사’란 사실 아셨나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2.12.12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마취과분야 첫 획 그은 ‘신정순 의사’ 평전 출간
김애리·윤정환 지음/청년의사/456쪽/2만3000원

일반 대중에게 마취는 수술 시 고통을 줄여주는 하나의 간단한 과정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의료현장에는 마취전문의가 늘 상주할 만큼 환자의 생명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이렇게 중요한 마취의 시작을 연 인물은 바로 여성. 한국 최초의 마취과 전문의이자 대한마취과학회 첫 여성회장을 역임한 신정순 의사이다.

최근 그의 삶을 재조명한 ‘신정순 평전-첫 여성 마취과의사의 잠들지 않는 삶’이 출간돼 화제다. 신정순 평전은 ‘마취과의사’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평생 마취과의사를 천직으로 알며 한국 의학발전에 헌신했던 그의 삶을 총망라한 책. 생전에 남긴 기념사진, 주고받은 서신, 개인 소장자료 및 문서를 포함해 의사로서의 삶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평전에 따르면 그는 서울여의전(고려대학교 전신)을 졸업 후 의사 초년기를 미군병원과 스웨덴 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서구의 선진의학시스템을 경험했다. 당시만 해도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외과의사가 되려 했으나 스웨덴의 마취과전문의 노던(Norden)을 보면서 외과와 밀접한 마취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국전쟁 발발 후 스웨덴 적십자병원이 철수되고 스칸디나비아(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의 인적 경제적 지원으로 아시아 최고의 국립의료원을 개원하게 되는데 그는 이때 개원 초기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남성 중심의 의료계에서 여성 의사로서 정체성을 갖고 전진했던 그는 마침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원하던 덴마크 코펜하겐 마취의사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장학금을 받고 참여해 마취과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국립의료원 개원 초기 멤버로서는 병원 운영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에 1년 단위로 파견됐던 스칸디나비아 의료진과 국립의료원 의료진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국립의료원 한국인 최초 마취과장이 돼 수련의(인턴 및 레지던트)의 서구식 수련프로그램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에 맞는 마취과 수련프로그램을 수집하는 데 중심역할을 했다.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국립의료원의 수련지침과 각 임상과의 수련 프로그램은 서울대의 미네소타 프로젝트에 따른 전공의 수련시스템과 함께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의 큰 축을 이뤘다. 국립의료원 의료시스템의 주춧돌이자 마취과전문의로서 스스로도 한층 더 큰 성장을 이뤄낸 시간이 됐던 것이다.

이후 신정순 의사는 모교인 고려대학교로 적을 옮겨 구로, 안산, 여주(현재 폐원) 병원 개원 당시 3개 병원의 수술실, 중환자실 등의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환자 안전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술실을 지켰다고.

또 1993년 은퇴할 때까지 마취과학교실에서 후진 양성 및 고려대의료원 발전에 힘썼으며 정년 퇴임 이후에도 후학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으로 모교사랑을 실천했다.

그는 2010년 8월 영면했지만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마취과의사를 하겠다’는 열정과 의학 발전을 위한 헌신은 많은 후학들에게 여전히 귀감이 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신정순 교수의 딸이기도 한 김애리 교수(고려대 의대 병리학교실 주임교수)는 “어머니께서는 우리나라 근대사와 함께 의사생활을 하신 분으로 현재 우리에게 당연한 여건들을 일궈내신 역사 속 많은 선배님들 중 한 분”이라며 “다행스럽게 부모님과 함께 한 많은 사진, 서류, 문서, 주고받은 편지글이 남아 있어 이 책을 통해 당시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신정순 평전은 청년의사에서 펴냈으며 전국 오프라인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