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필터 ‘사구체’, 소변·혈액검사만 잘해도 지킬 수 있어
몸속 필터 ‘사구체’, 소변·혈액검사만 잘해도 지킬 수 있어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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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숙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진숙 교수는 “신장 건강은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만 잘 받아도 지킬 수 있다”며 “특히 거품뇨와 단백뇨, 부종 등의 증상이 일시적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지만 계속 된되면 주저하지 말고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진숙 교수는 “신장 건강은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만 잘 받아도 지킬 수 있다”며 “특히 사구체신염은 20~30대 젊은층에서 흔하기 때문에 거품뇨와 단백뇨, 부종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했다.

우리 몸의 옆구리 뒤 양쪽에 나란히 위치한 신장. 주먹만 한 크기에 강낭콩 모양이며 팥색을 띠어 콩팥으로도 불린다. 몸속 노폐물을 제거해 흔히 정수기 필터에 비유되는데 이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구체다. 

이러한 사구체는 살면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돼 그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이를 큰 개념에서 사구체질환이라고 한다. 사구체질환이 발생하면 몸에 나쁜 물질이 쌓여 생명에도 치명적이다. 하지만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없어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김진숙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만나 이러한 안타까운 경우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 사구체질환은 다른 신장질환에 비해 생소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가. 

사구체는 콩팥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로 양측에 약 200만개 정도 존재한다. 가느다란 모세혈관이 마치 실처럼 뭉쳐 공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사구체로 불린다. 노폐물은 걸러내고 우리 몸에 필요한 혈액과 단백질은 빠져 나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구체가 다양한 이유로 손상돼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 사구체질환이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사구체에 염증이 발생하는 ‘사구체신염’이다. 사구체신염은 대부분 면역반응이상으로 발생한다. 감기, 장염 등으로 우리 몸에서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사구체를 공격하거나 사구체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공격하는 항체가 생겨 사구체를 손상시키기도 한다. 사구체신염은 이러한 과한 면역반응 때문에 주로 발생해 면역반응이 활발한 20~30대 젊은층에서 흔히 발견된다. 

- 거품뇨와 단백뇨는 대표적인 사구체 이상신호로 꼽힌다. 하지만 일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증상이라 늘 의문이다.

단백뇨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설되는 것이며 거품뇨는 말 그대로 소변에 거품이 섞인 것을 말한다. 우선 단백뇨가 있으면 거품뇨가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품뇨를 무조건 단백뇨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단백질 외에도 아미노산, 담즙산 등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여러 물질에 의해서도 거품뇨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5분 넘게 거품이 그대로 있거나 물을 내렸는데도 끈적한 것이 남아있다면 단백뇨를 의심해야 하며 이때는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거품이 금방 사라지거나 큰 방울만 몇 개 있는 정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백뇨 역시 전날 심하게 운동하거나 감기에 걸리는 등 컨디션에 따라 일시적으로 나올 수 있다.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소견’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단백뇨 소견이 있으면서 혈압이 높거나 몸이 붓는 등 다른 증상까지 함께 있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다른 증상 없이 단백뇨 소견만 있다면 컨디션을 충분히 회복한 다음 가까운 병원에서 다시 소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때 또 단백뇨가 나온다면 신장내과 진료를 정식으로 받아볼 것을 권한다.    

- 사구체신염으로 진단되면 어떤 치료가 필요한가. 이를 통해 완치도 가능한지 궁금하다.

사구체신염은 종류가 다양해 조직검사결과에 따라 환자에게 맞는 맞춤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사구체신염은 젊은 여성에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은 향후 임신·출산여부를 고려해 약물을 선택한다. 약물치료는 대부분 면역억제제와 생물학적제제로 진행한다. 초기에 진단된 경우 이러한 약물치료를 통해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고 일부에서는 완치도 기대해볼 수 있다.  

하지만 발견이 늦어 이미 신장이 많이 손상된 상태라면 회복이 어렵다. 이 경우에는 신장이 더 손상되지 않게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진행하면서 연관된 합병증을 조절하는 치료를 병행한다. 

-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사구체신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사구체는 모세혈관이 모인 덩어리다. 따라서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혈관에 손상을 주는 질환을 오래 앓으면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신장은 침묵의 장기로 많이 손상되기 전에는 증상이 없다. 따라서 당뇨병·고혈압환자들은 처음부터 신장내과 진료를 병행할 것을 권한다. 당장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해도 혈압과 혈당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1년마다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사구체신염이 심해지면 만성콩팥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국내 20~30대 혈액투석환자의 주요 원인이 사구체신염이라는 보고도 있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손상 및 기능 감소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하는데 콩팥기능이 정상인의 15% 이하까지 떨어지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투석치료나 신장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사구체신염은 간단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만으로도 조기발견이 가능하니 의심증상이 있으면 주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 투석치료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두 가지 방법으로 가능한데 이 중 환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나.  

혈액투석은 인공신장기를 통해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을 정수해 다시 혈관을 통해 넣어주는 것을 말한다. 복막투석은 복강에 특별한 관을 삽입해 깨끗한 투석액을 넣는 방법이다. 각각 일장일단이 있어 담당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현재 대한신장학회에서는 ‘다행’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만성콩팥병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적합하고 안전한 투석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충분히 논의해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의사와 환자가 협력하는 캠페인이다. 

- 투석환자가 일상에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혈액투석이 신장의 모든 기능을 대체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처방된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또 혈액투석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몸에 체액, 전해질, 요독물질 등이 쌓여 식이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저염식을 실천하고 오렌지, 바나나, 토마토, 가공육 등 칼륨과 인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투석환자들은 소변도 잘 안 나오기 때문에 수분섭취도 제한한다. 환자마다 권고되는 수분섭취량이 다르기 때문에 담당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본인의 적정 수분섭취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투석환자들은 출혈 및 감염위험이 높고 약물 사용 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병원 진료를 볼 때는 본인이 투석환자라는 것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투석혈관(동정맥루)을 만든 팔은 다치지 않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팔을 오래 구부리는 자세나 팔찌 착용 등 손목을 조이는 행동을 피하고 이쪽 팔로는 채혈을 해서도 안 된다. 

- 신장은 침묵의 장기라고 하는데 다른 장기보다 관심이 덜 가는 것이 사실이다. 

신장의 크기는 주먹만 하지만 이곳으로 하루에 약 1800리터의 혈액이 지나간다. 신장은 이 과정에서 작은 변화까지도 감지해 우리 몸을 보호하고 일정한 상태로 유지시키기 위해 체액량, 전해질, 혈압, 호르몬분비 조절 등 매우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단순히 노폐물만 걸러내는 장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신장은 기능이 거의 상실되고 나서야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안타까운 경우를 막으려면 정기검진이 최선이다. 다행히 신장이 보내는 이상신호들은 간단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만으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처럼 신장을 나쁘게 만드는 병이 있다면 더더욱 경각심을 갖고 1년마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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