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임신, 미리 알면 나도 아기도 지킬 수 있죠”
“고위험임신, 미리 알면 나도 아기도 지킬 수 있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1.3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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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영주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이영주 교수는 “고위험임신은 예방·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산모 스스로 내 몸에 대해 잘 알고 고위험임신을 관리하면 아기와 건강히 만날 수 있으니 불안해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가질 것”을 당부했다.

우리 사회가 출산율 저하만큼이나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 고위험임신이다. 최근 결혼·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고령임신을 포함, 임신 전후 합병증으로 인한 고위험임신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이 임신 후 처음 산부인과를 방문, 뒤늦게 본인의 몸 상태를 알곤 한다. 이영주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진료실 안팎에서 여성들의 건강한 임신·출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를 만나 고위험임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고위험임신 하면 사실 개념이 모호하다. 고령임신과 많이 헷갈리기도 하는데. 

고위험임신을 막연히 만35세 이상 고령임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령임신은 고위험임신에 포함되는 것이다. 즉 고위험임신이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고령의 나이뿐 아니라 임신 전,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에 임신 관련 합병증이 발생하거나 관련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경우도 고위험임신에 해당한다. 

- 고위험임신 하면 다양한 질환들이 함께 언급되는데 대표적으로 어떤 질환이 있나.

이 또한 임신 전과 임신 중, 출산 후로 나눠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임신 전은 고혈압,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 이미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고위험임신에 해당한다.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있는 경우도 임신합병증 발생위험이 높기 때문에 고위험임신으로 본다. 임신 중에는 조기진통, 조산, 임신성고혈압, 임신성당뇨를 진단받은 산모, 출산 후에는 색전증, 산후출혈이 발생한 산모가 고위험임신에 해당한다. 

- 조산기가 있는 산모들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하지만 막상 일상에서 조산의 위험신호를 알아차리긴 힘들 것 같다.  

조기진통(자궁수축)과 자궁경부변화, 이 두 가지 증상이 37주 이전에 있다면 조산의 강력한 신호로 바로 병원으로 와야 한다. 

먼저 자궁수축은 밤에 잘 일어난다. 자다가 깰 정도로 배가 뭉치거나 딱딱해지면 자궁수축 신호다. 또 자궁경부가 변하면 질 분비물이 평소보다 많아지면서 색깔이 노란색으로 변한다. 보통 임신 후에는 질 분비물이 증가하는데 이때 색깔은 회색이나 하얀색이다. 그런데 이 색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냄새도 심하게 날 수 있다. 

질 분비물 증가와 더불어 갈색 혈도 비칠 수 있는데 만삭인 경우 이슬이 비치는 것일 수 있지만 37주 이전에 관찰되면 바로 병원으로 와서 담당의료진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 조산위험이 높은 산모들은 출산 전 어떤 치료를 시행하나.

조산은 치료라기보다 늦추는 것이 맞다. 조산의 가장 큰 문제는 아기가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 경우 미숙아합병증 등이 발생해 아기의 생명도 위협하기 때문에 다양한 약물치료를 통해 최대한 조산을 늦추게 된다. 

일주일 이내 조산할 위험이 높은 산모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폐 등 장기 성숙을 위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이다. 여러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34주 이하의 임신부에서 조산위험이 높으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이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이나 조산아 합병증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어 꼭 필요한 치료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 치료는 보통 이틀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그 기간 자궁수축억제제를 함께 투여한다. 자궁의 조기수축을 막아 조산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또 33주 이하의 임신부에서는 태아 뇌병변의 발생을 낮추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한다. 

조산을 늦출 수 있는 약물치료 방법은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이며 현재 우리 병원에서도 산모의 상황에 맞춰 해당 치료들을 신속하게 시행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고위험산모센터는 24시간 고위험임산부를 전담하는 의료시스템을 구축, 산모가 출산 전부터 출산 후까지 안심하고 건강 회복에 집중할 수 있다.

- 고위험임신 하면 고혈압과 당뇨병을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임신하면 체액량이 임신 전보다 30~40% 증가한다. 또 태아에게 충분한 당 공급을 위해 인슐린 내성 또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임신 기간에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은 본인이 해당 질병의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혈압·당뇨병 가족력, 비만은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이에 해당하면 임신 후 혈압계를 구비해 아침 기상 후와 식전에 꼭 혈압을 측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때 고혈압(140/90)에 가까운 수치가 나온다면 그날은 하루 네 번 정도 혈압을 재면서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만일 네 번 중 두 번 이상 혈압이 높게 나오면 바로 병원에 와야 한다.  

임신성당뇨는 자각하기 더 어렵다. 다뇨(소변이 자주 마려움), 다음(물을 많이 마심), 다식(많이 먹음) 등 흔히 말하는 당뇨병의 3대 증상이 임신기간에도 흔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고 적극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는 산모는 임신하자마자 내당능검사(임신성당뇨검사)를 시행하며 임신 24주~28주에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내당능검사도 잊지 말고 꼭 받아야 한다. 

- 고혈압과 당뇨병은 꾸준한 약물치료도 중요한데 사실 임신 중엔 감기약 하나도 조심스럽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우선 생활습관 교정을 먼저 시행한다.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유산소운동을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5번 할 것을 권고한다. 식사는 당지수가 높은 탄수화물 위주보다는 당지수가 낮은 단백질, 칼슘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하고 채소, 과일을 통한 섬유질도 충분히 섭취한다.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혈압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에게 안전한 약제를 선택해 복용하게 된다.

당뇨병 역시 생활습관 교정이 우선이다. 이것으로 혈당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인슐린을 투여한다. 아직까지 먹는 혈당강하제는 태아에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임신 중에는 인슐린을 투여해 혈당을 조절한다. 

- 고혈압과 당뇨병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출산 후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임신기간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은 산모는 출산 후에도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해당 산모가 중장년이 됐을 때 혈관 관련 질환, 즉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의 발생률이 2~3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임신성당뇨를 진단받은 산모는 출산 후 6주 뒤 내당능검사를 시행하고 1~2년까지 정기적으로 검사하면서 현성당뇨(임신 전부터 당뇨를 앓고 있는 경우)로 이행되지 않았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19 발생 후 산모의 정신적스트레스가 임신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해외 연구결과. 육체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로도 조산, 신생아중환자실입원, 임신합병증위험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현재 고위험산모센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고위험산모센터는 지난해 9월 첫발을 내디뎠다. 이곳은 고위험임신에 해당하는 산모들이 입원해 치료받는 곳이다. 무엇보다 임신하면 마음이 편해야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후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으로 조산과 임신합병증 발생이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위 그래프 참조). 

이에 우리 센터는 전문가가 항상 곁에 머물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바로 달려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공간을 구성했다. 센터 내부에 전문의 당직실을 배치하고 24시간 진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소아청소년과 및 신생아 중환자실 교수진이 처음부터 분만에 함께 참여해 혹시 모를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전문가가 24시간 곁에서 케어하고 있다는 믿음을 줌으로써 산모가 안심하고 몸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센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고위험임신 나아가 여성 건강관리에 있어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조언한다면. 

자기 몸에 대해 모르는 여성들이 의외로 참 많다. 생리가 갑자기 불규칙해져도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가볍게 넘긴다. 그런데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반드시 전문가와 얘기해야 한다. 여성의 몸은 사춘기, 임신과 출산, 폐경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한다. 따라서 산부인과를 임신 후 처음 찾는 곳이 아닌, 생애주기별로 내 몸을 건강하게 보살펴주고 관리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일찍부터 친해지는 것이 좋다. 

특히 고위험임신 대비를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자궁에 문제는 없는지,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은 없는지 나의 몸 상태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설령 고위험임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받아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임신 전부터 관리를 시작하면 임신 후에도 미리 잡힌 습관덕분에 더 바짝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고위험임신은 충분히 예방·관리 가능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일찍부터 전문가와 함께 관리를 시작하면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점은 믿을 만한 전문가를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보통 병원은 몸이 아프고 나서야 찾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질병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산부인과를 임신해서가 아닌, 조금이라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편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늘 환자 곁에 머물 수 있는 의사가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카카오톡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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