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편대숙주질환, 꺼져가는 생명의 불에 희망이라는 장작을 넣다
이식편대숙주질환, 꺼져가는 생명의 불에 희망이라는 장작을 넣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2.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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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운(26세·남·가명) 씨는 현재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앓고 있다. 백혈병 투병과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를 위해 살자는 생각으로 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김시운(26세·남·가명) 씨는 현재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앓고 있다. 백혈병 투병과 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를 위해 살자는 생각으로 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평범(平凡)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보통(普通)의 또 다른 말일까. 아니면 튀지 않고 모난 구석 없이 무난한 삶을 말하는 것일까.

일반인이라면 평범함을 벗어나 비범한 삶을 꿈꾸곤 한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로 다가갈 수 있다.

“내가 매달려 있는 것에서 손을 떼고 어딘지 모르지만 뚝 떨어져 가고 싶구나. 저 가엾은 철 지난 잎새처럼.” 소설 ‘마지막 잎새’ 속 주인공 존시가 죽음을 기다리며 하는 대사다.

소설 속 존시는 폐렴을 앓고 있었다. 지금이야 폐렴은 큰 병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죽을 병이었으니 어린 나이에 청천병력이 따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존시의 가장 큰 문제는 폐렴이 아니라 살아날 것이라는, 즉 일상을 이어갈 희망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다 문득 심한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마지막 한 장의 잎이 담장에 남아있는 것을 본 존시는 ‘희망’을 되찾게 된다.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하루하루 건강해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계단을 걷는 동영상이나 밥을 다 먹은 사진 등을 보내면서 제가 아닌 어머니를 위해 살자는 생각으로 처음을 버텼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는 현재 이식편대숙주질환을 앓고 있다. 정말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며 자기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이나 수혈 시 주로 발생하며 이식된 공여자의 T세포가 환자의 정상적인 몸세포를 이물질로 인식, 공격하며 발생한다. 문제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전신 다발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심할 경우 일상생활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갖고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는 2020년부터 만성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만성폐쇄성질환(COPD)이 발병했고 중증호흡장애를 앓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폐수술 후 COPD 악화로 현재 폐이식을 대기 중이다. 김시운(26세·남·가명) 씨와 만나 그의 투병일기를 들었다.

- 이식편대숙주질환 진단은 언제 받았는지.

2016년 20세 때 급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이후 같은 해 9월, 2017년 9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숨이 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운동량이 적어서 그런 줄 알았다. 이후 재발해 2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었는데 그때 교수님이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화장실만 가도 숨이 찰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폐섬유화 증상이 제가 겪는 증상과 너무 똑같아서 병원에 방문했다. 결국 2020년 3월 만성이식편대숙주질환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진단받았다. 현재 오른쪽 폐는 손상돼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됐고 왼쪽 폐는 손상이 진행되던 중 병원을 방문해 제 기능을 하고 있다.

- 일상생활이 어려울 것 같은데 당시 심정은.

처음 구강숙주나 발 통증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숙주반응이 잘 와야 백혈병 치료확률이 높고 이식된 세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서 좋게 잘 받아들였다. 폐숙주 반응이 왔을 때는 갑자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남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가기 힘들어져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친구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도 가고 취업도 하는데 혼자 병상에 있고 걷지도 못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자괴감에 무척 힘들었다.

- 큰 자괴감에 휩싸였을 것 같다.

5살 때 아버지께서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때 생긴 빚으로 15년 동안 어머님이 고생했다. 다행히 고등학교 때 조금씩 빚이 정리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백혈병에 걸려 또 빚을 지게 됐다. 이런 점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백혈병을 진단받았을 때 솔직히 ‘내가 죽음에 이렇게 가까워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숨 쉬기가 힘들어지니 ‘이렇게 곧 죽겠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이나 수혈 시 주로 발생하며 이식된 공여자의 T세포가 환자의 정상적인 몸세포를 이물질로 인식, 공격하며 발생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이나 수혈 시 주로 발생하며 이식된 공여자의 T세포가 환자의 정상적인 몸세포를 이물질로 인식, 공격하며 발생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삶을 포기하지 않고 병마와 싸우게 된 계기는.

어머니란 존재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29세부터 홀로 우리를 키워오셨다. 남들보다 배는 힘들게 사시면서 약한 모습을 보이신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백혈병 진단 당시 어디선가 혼자 울고 오셨는지 얼굴이 부은 채로 귀가하시며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하셨다.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 맘이 정말로 무너졌다. 이후 어떻게든 낫자는 생각을 갖고 입원 당시 계단을 걷는 동영상이나 밥을 다 먹은 사진 등을 보내며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 힘들지 않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어머님이라는 존재가 나를 버티게 했다.

-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치료옵션이 별로 없다.

숙주반응이 없어질 때까지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총 6년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백내장과 무혈성 괴사가 생겼다. 백내장은 수술을 받았고 무혈성 괴사는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9월 폐숙주 반응 때문에 기흉이 발생해 수술을 받았다. 또 폐숙주 반응이 강하게 왔기 때문에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에 면역억제제를 대신해 룩소리티닙을 두 알 복용하고 호흡기치료를 진행했다. 이미 폐는 망가졌기 때문에 폐숙주를 완전히 치료할 수 없었지만 현상유지는 가능했다.

문제는 룩소리티닙은 비보험 약이라는 것이다. 정부에서 보험료 등 의료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한 달에 병원비, 교통비, 약제비, 산소 튜브 유지비 등 경제적 부담이 크다.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고 있어서 다른 약제비는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룩소리티닙은 하루에 한 알 복용 중인데 급여가 되지 않아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또 산소 튜브는 한 달에 5만원 정도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약들은 괜찮은데 룩소리티닙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 폐이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는 폐이식을 기다리며 현상유지가 목표다. 따라서 스테로이드 한 알, 룩소리티닙 한 알을 복용하고 있고 록시트로마이신, 세티리진염산염 등 폐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약을 복용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또 호흡기 확장제인 티오트로퓸/올로다테롤도 쓰고 있다. 폐이식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하기로 해서 4개월에 한 번씩 서울로 방문하고 있다. 병원 방문이 힘들긴 하지만 다행히 블로그(https://blog.naver.com/norn5936/222934666165)의 투병일기를 보신 분이 저와 어머니가 민간 구급차 129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상황이다.

- 폐이식 후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은.

중학교 때 챙겨주신 선생님이 있다. 그분께 한 번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후 백혈병에 걸렸을 때 격리실에 있느라 친구들을 못 만났고 이식 후에는 면역력이 낮아 또 만나지 못했다. 아직 연락이 끊기지 않은 친구들과 만나고 싶다.

김희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미니인터뷰] 김희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 조혈모세포이식은 무엇인지.

조혈모세포이식은 혈액종양(백혈병, 악성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환자에게 항암치료나 전신방사선치료를 진행한 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암을 사멸시키는 세포치료법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조혈모세포 공급원에 따라 ▲골수조혈모세포이식 ▲말초혈액조혈모세포이식 ▲제대혈조혈모세포이식 등 3가지로 나뉜다. 또 공여자의 종류에 따라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는 ‘자가조혈모세포이식’ ▲혈연 간이나 타인 간에서 시행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일란성쌍둥이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는 ‘동계조혈모세포이식’ 등이 있다.

- 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한 질환은.

조혈모세포이식 적응질환은 ‘동종골수이식’과 ‘자가말초조혈모세포이식’으로 나눌 수 있다. 동종골수이식에는 ▲백혈병 ▲악성림프종 ▲중증재생불량성빈혈 ▲면역부전증, 혈색소이상증 등 선천성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에서 이뤄진다. 반면 자가말초조혈모세포이식은 ▲악성질환(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다발성골수종, 악성림프종) ▲유방암, 난소암, 소세포폐암 등 고형암에서 적응증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백혈병과 재생불량성빈혈 등에 주로 사용됐으나 죄근 림프종, 고형암, 유전질환으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이식을 받을 수는 없으며 환자 개개인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검사를 진행한다.

- 조혈모세포이식 후 주의사항은.

조혈모세포이식은 부작용이 많다. 일반적으로 위장관 부작용, 탈모, 구강·위장질환, 만성피로, 급성·만성이식편대숙주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내분비질환, 불임뿐 아니라 정신·장·간·신장 등의 여러 장기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자가조혈모세포이식환자들은 암 재발률이 매우 높다.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고형암(몸에서 덩어리를 형성하는 암) 발생위험이 대조군 환자의 1.7배로 높다. 암종별로는 위암이 3.7배며 두경부암, 부인암, 갑상선암, 대장암 위험은 각각 3.2배, 2.7배, 2.1배, 2배 높다. 따라서 정기검진을 통해 암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밖에도 최근 독감예방접종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식 후 6개월~1년 이후 접종할 수 있다. 정확한 것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다.

급성 및 만성이식편대숙주질환의 1차 치료로 스테로이드가 사용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치료는 체액 저류로 인한 다리 부종, 고혈압, 녹내장, 백내장, 얼굴 부종, 당뇨를 유발하거나 고혈당, 감염위험 증가, 골다공증 및 골절 등 여러 부작용을 동반한다. 실제 약 50% 정도의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에 실패하며 스테로이드 치료에 실패한 경우 아직 표준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아 환자 불편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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