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감염은 이제 만성질환…조기진단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HIV감염은 이제 만성질환…조기진단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 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2.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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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
김연재 센터장은 “HIV감염은 빠른 진단을 통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꾸준히 치료받으면 전파도 되지 않고 일상생활 또한 가능하니 HIV노출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저 없이 검사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이하 HIV). 과거에는 감염되면 곧 죽는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만성질환이 됐다. 빠른 진단을 통해 관리를 잘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장기화된 코로나19와 아직 만연한 편견이 진단을 위한 검사를 가로막고 있다.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감염병임상연구센터장은 이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며 진료실 안팎에서 HIV감염인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를 만나 코로나19로 변한 HIV감염실태와 앞으로 치료를 위해 펼쳐야 할 전략에 대해 들었다.

- HIV란 무엇인가. 감염되면 모두 에이즈환자가 되나.

HIV감염과 에이즈는 다른 개념이다. HIV감염은 말 그대로 HIV에 감염된 상태를 뜻한다. HIV감염 후 바이러스 증식 등으로 체내면역세포가 파괴되면서 면역저하가 일어난다. 그 결과 기타 감염·암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태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일명 에이즈라고 한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국내 HIV감염실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나.

기본적으로 HIV감염 치료법은 코로나19 전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감염관리 자체가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HIV감염과 에이즈는 정부당국의 정책과 지원,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HIV감염관리의 1차 관문역할을 하던 보건소의 인력과 역량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며 HIV검사 업무가 중단됐다. 이로 인해 실질적으로 검사율부터 감염인 신규진단수가 줄어드는 등의 영향이 있었다.

이후 지난해 4월경부터 보건소에서 신속항원검사 업무가 중단되고 HIV검사업무가 재개됐다. 통계로 나와 있진 않지만 병원에 방문하는 신규 감염인 수가 그다지 늘지 않은 것으로 보아 HIV진단업무가 재개됐는데도 검사받지 않거나 양성진단을 받았는데도 병원 방문을 꺼리고 있다고 본다.

- HIV감염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검사와 진단이라고.

HIV완치제나 백신은 개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HIV감염인이 치료제를 복용함으로써 체내에 있는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타인에게 전파시키지 않는 것이 감염유행을 조절하고 억제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따라서 HIV노출위험이 크다면 주기적으로 검사받아 빨리 진단받고 바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 그런데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식이 검사현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HIV감염 의심 시 가장 간편하고 안전하게 검사받을 수 있는 방법은. 

HIV감염검사 시 우려스럽고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한다면 검사비용, 개인정보 노출 등을 꼽을 수 있는데 보건소의 HIV검사가 이러한 점을 해소할 수 있다. 다양한 의료기관, 유관단체를 통해서도 검사받을 수 있지만 일단 보건소에 방문하면 개인정보 노출 없이 무료로 익명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건소에서 HIV검사를 받으면 확인검사까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다. 먼저 보건소를 처음 방문하면 익명·무료인 신속검사, 즉 선별검사를 시행하는데 결과가 20분 만에 나온다. 이후 양성이 나오면 정밀검사(확인검사)를 진행하는데 이 결과가 나오기까지 7일 정도 소요된다.

- HIV검사에서 양성진단을 받은 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과거에는 감염인 개별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처방할 치료제를 선별하는 데 최소 2주가 걸렸다면 최근 치료경향은 신속치료, 당일치료가 핵심이다. 감염사실을 인지한 시점에서 가장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감염인의 치료예후가 좋고 바이러스 억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져 또 다른 전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일치료가 가능한 이유는 ▲치료제가 많이 발달해 내성발생률이 높거나 위험한 부작용 발생률이 적다는 점 ▲에이즈로 질환이 진행됐거나 HIV감염 외에도 여러 동반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던 과거와 달리 건강상태가 좋은 HIV감염인들이 많다는 점 등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2030년까지 에이즈 종식을 위한 ‘95-95-95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에 대한 성과는.

UNAIDS는 에이즈 종식을 목표로 2020년 95-95-95 캠페인 전략을 발표했다. 2016년 발표했던 90-90-90 전략의 목표치를 올린 것인데 ▲HIV감염인의 95%가 검사를 통해 감염사실을 인지하고 ▲확인된 감염자의 95%가 치료에 돌입하고 ▲치료자의 95%가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자료 빅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우리나라는 아직 90-90-90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다. 치료율과 바이러스 억제율은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지만 진단율이 약 60% 정도로 굉장히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진단되지 못한 감염인들이 조속히 진단될 수 있게 관련 정책 마련과 홍보, 교육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 질환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해 보이는데.

HIV감염인 본인도 HIV, 에이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진료하다 보면 놀랄 때가 더러 있다. 예를 들면 어떤 경로로 전파되는지 인식이 부족하다. HIV는 성매개 감염병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일상생활로는 전파되지 않는다. 심지어 HIV감염인과 위험도 있는 성관계를 하더라도 본인이 감염될 확률이 1.3%라는 보고도 있었다.

따라서 같이 식사하거나 대화하는 등 일생생활이나 평범한 신체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체액이 피부에 노출되더라도 감염위험은 없다. 이러한 오해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HIV분야에는 U=U(미검출=미전파) 개념이 있다. 복약지도에 따라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시행해 혈액 내 바이러스가 미검출 되는 수준이라면 타인에게 HIV가 전파되지 않는다는 치료개념이다. 치료를 통해 HIV가 잘 억제된 감염인은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가졌을 때도 전파되지 않았다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U=U 개념이 전 세계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바이러스 억제가 잘 이뤄지는 감염인은 타인에게 HIV를 전파시키지 않기 때문에 감염인이나 질환 자체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HIV검사를 망설이는 HIV고위험군이나 현재 치료 중인 HIV감염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HIV감염은 이제 만성질환이라고 부른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완치되진 않지만 건강한 생활습관, 치료제 복용 등으로 관리만 잘 하면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는 질환인 것이다. 문제는 HIV노출위험이 있으면서도 주기적으로 검사하지 않는 경우이다. 감염사실을 모른 채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키거나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에이즈를 포함한 다양한 건강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이 HIV노출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기적으로 HIV검사를 받고 스스로 건강상태를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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