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개정된 자동차보험…환자들 ‘두 번’ 울린다
[특별기고] 개정된 자동차보험…환자들 ‘두 번’ 울린다
  • 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2.08 1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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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대한한방병원협회 부회장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교통사고 상해 환자에 대한 보상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오히려 치료에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보험사에서 부상 정도를 인정하지 않거나 치료기간을 임의로 조정하는 등 실상 부당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개정된 자동차보험 약관을 인지하지 못해 나타난 문제라며 개인에게만 책임을 미루기보다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기존에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를 앓고 있던 A씨의 경우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목 통증이 크게 악화돼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목디스크는 상해 9급에 해당되는 질환이지만 보험사에서는 기왕증(환자가 과거에 경험한 질환)이 있었다는 이유로 상해 등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상해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 환자에 대한 보상기준이 개정되며 보험사에서 경상 이상의 상해 등급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위와 같이 기왕증을 근거로 상해 등급을 불인정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제6조2항에 따르면 사고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된 경우 조속한 원상회복을 위해 치료가 이뤄지도록 돼 있다. 이에 의료진은 교통사고가 해당 질환을 얼마나 심화시켰는지 ‘기왕증 기여도’를 산출한 뒤 기왕증과 교통사고 상해를 구분해 치료한다. 그런데도 전문적인 소견을 무시한 채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건강권이 동시에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를 들자면 사고환자 B씨는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 상해 치료를 위해 한방병원에 2주간 입원 후 통원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이어 보험사 측으로 진단서를 제출하려 했지만 보험사에서는 ‘올해부터는 치료를 받을수록 합의금이 줄어든다’며 빠른 합의를 종용했고 치료기간을 줄일 것을 권유했다.

자동차보험 개정과 함께 경상 환자가 4주를 초과해 진료를 받으려면 진단서를 제출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4주 이후에도 치료가 더 필요한 경우 의료진에게 추가적인 진단서를 발급받으면 명시된 기간까지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에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채 치료기간을 임의로 조정하며 환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 해당 사례뿐 아니라 ‘올해부터 4주 치료만 가능하다’ 또는 ‘치료를 많이 받으면 보험료 할증이 늘어난다’ 등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한 측의 입장만 담긴 기형적 제도가 꼽힌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현업 의료진을 배제한 채 금융·보험업계 실무자들만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지난 8월 대한한의사협회가 금융감독원 앞에서 펼친 릴레이 1인 시위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 또한 문제다. 연구를 통해 도출한 자료가 아닌 금융감독원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몇몇 자문위원의 의견을 토대로 개정안을 구성한 만큼 내용을 뒷받침할 근거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논의 없이 도출된 일괄적인 기준이 환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보험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연봉의 47%에 달하는 역대 최대 성과급을 지급한 곳도 있을 정도다. 그동안 최악의 손해율을 운운했던 것과 상반되는 분위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보험료 인상과 건강권 침해 등으로 고통받는 고객들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측으로 기울어진 제도로 인해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를 겪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현장과 피해자의 입장이 담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자동차보험 개정을 빌미로 명확한 근거 없이 사고 피해자의 건강권이 침해당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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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2023-02-08 19:11:55
의협은 조용하던데 한의사들만 난리네,,?ㅋㅋㅋㅋ 나이롱으로 먹고사는거 뻔히 아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