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휴먼케어 구현하는 미래병원 구축해야”
“토털휴먼케어 구현하는 미래병원 구축해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2.2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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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포스트코로나시대에는 병원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며 “의료인과 지자체, 국가 등 모두가 힘을 모아 지금부터 미래병원에 대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감염병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닌 인간으로의 회복, 즉 토털휴먼케어를 구현하는 따뜻한 곳이 돼야 한다. 함께 같은 꿈을 꾸고 지혜를 모으면 상상 속에만 있는 미래병원을 우리 대한민국이 선도적으로 만들 수 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메시지전달창구는 책이었다. 그는 ‘나는 미래의 병원으로 간다’라는 저서를 통해 정년퇴임을 앞두고 지난날을 정리하면서 바람직한 미래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 미래병원의 핵심개념인 ‘슬로 메디신’의 구체적인 의미는. 

질병의 진단·치료에 있어서는 이른바 패스트트랙을 구축해 환자의 기다림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데도 급하다고 약을 쓰고 수술부터 하는 것은 올바른 의료의 방향이 아니다. 당장 눈앞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도 환자가 또 다른 질병으로 고통을 겪게 된다. 환자의 10년 이후 건강까지 생각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스스로 일어서도록 기다려주는 ‘슬로 메디신(slow medicine)’이 필요한 까닭이다. 

- 첨단기술이 주가 되면서 미래에는 의사-환자 간 소통이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지 않다. 의사의 일을 인공지능이 덜어준다면 그 시간에 의사는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오히려 지금보다 더 깊은 소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10년간의 영상검사데이터를 5분 안에 분석해 모니터에 보여주면 의사는 이를 환자와 함께 보면서 궁금한 점을 즉각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단 기계가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제대로 잡아내려면 환자의 얘기를 잘 듣는 의사가 돼야 한다. 환자는 의사의 말이 가슴에서 우러나왔는지, 형식상 하는 것인지 다 안다. 미래병원에서는 슬로 메디신과 함께 환자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가 바탕이 되는 ‘딥 메디신(deep medicine)’ 환경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 미래병원의 설계적 측면에서 통합이 아닌 ‘분리’를 강조한 이유는.  

코로나19 같은 신종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우리 삶을 강제로 멈출 수 있다. 이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염환자와 비감염환자 ▲소독물품과 의료폐기물 ▲외래와 입원환자 ▲경증과 중증환자 ▲급성과 만성환자 ▲원내자율주행과 수동주행 ▲로봇과 인간의 수행영역 ▲자가 보행가능환자와 불가환자 ▲진료실, 시술·수술실, 연구실 ▲수술 전 환자와 수술 후 회복 중인 환자 등 10가지 측면에서 분리된 미래병원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우선 환자와 의료진의 엘리베이터부터 따로 만들고 복도도 지금보다 30cm는 더 넓혀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전부터 병원의 모습을 고민하고 디자인해야 한다. 병원 건물은 50년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다. 

- 미래에는 디지털헬스가 더 활성화될 것이다. 보완해야 할 점은.

스마트폰에 개인건강기록(PHR)앱을 설치해 혈압, 심전도 등 자신의 생체정보를 기록하는 건강관리방식은 미래병원에서도 핵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환자데이터가 병원과 잘 연계되지 않는다. 원격의료, 개인정보보호문제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 병원과 환자데이터 간 촘촘한 연결망을 확보해야 한다. 의료진은 이를 보고 실시간으로 피드백하는 한편 환자는 이를 토대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선도적인 디지털헬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모델이 어느 한 병원에서 만들어지면 전국적 확산을 통해 궁극적으로 의료사각지대까지 디지털헬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나눔의 가치도 항상 강조했는데 미래병원의 나눔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병원은 찾아오는 환자만 잘 보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 안 보이는 환자들도 보듬을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장애인, 탈북자 등 의료약자까지 품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병원문턱을 넘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가 먼저다. 참된 미래병원은 누구나 자유롭고 편리하게 진료받는 병원이다. 

- 미래의료를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한마디 조언한다면. 

미래는 기다린다고 해서 절대 그냥 오지 않는다.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디면서도 미래병원을 늘 상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또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병원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잘 듣고 팀워크를 중요시하기 바란다. 고독한 영웅의 시대는 간 지 오래다. 

- 퇴임 후 계획은.

그간 경영일선에 있으면서 부정맥의사로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특히 많은 의료진과 함께 진행하던 연구를 잘 매듭지어 부정맥치료의 새로운 스탠다드(표준)를 제시해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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