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 복잡한 탈장엔 로봇수술이 든든한 해결사”
“어렵고 복잡한 탈장엔 로봇수술이 든든한 해결사”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2.23 07: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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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형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

· 복벽탈장부터 재발탈장까지 증상 다양
· 고난도탈장엔 로봇수술 대안될 수 있어
· 초고령사회 목전…탈장에도 경각심 가져야

이형순 교수는 “복벽탈장, 재발탈장 등 어렵고 복잡한 탈장에는 로봇수술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많은 탈장환자가 절망하지 않고 본인에게 적합한 수술을 통해 활기찬 일상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이 노인으로 태어나 결국 아기의 모습으로 죽음을 맞지 않습니까. 이처럼 사람은 나이 들면 모든 조직이 아기처럼 연해집니다. 특히 복벽이 약해지는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 바로 탈장입니다.”

가히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설명이었다. 이형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는 나이 들수록 복벽이 약해지는 만큼 초고령사회가 되면 탈장환자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탈장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은 여전히 낮은 실정이라고. 암처럼 악성질환은 아니다 보니 설령 발생해도 수술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형순 교수를 만나 미처 몰랐던 탈장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한 번쯤 들어봤어도 막상 어떤 병인지 잘 모르는 국민이 많다. 탈장은 어떤 질환인가.

탈장은 말 그대로 복강 내에 위치해야 할 내장 일부가 다른 조직을 통해 복강 밖으로 돌출돼 나오는 질환이다. 대부분 약해진 복벽을 통해 소장이나 대장이 빠져 나오며 어느 곳이든 발생할 수 있지만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 소아와 성인 모두 발생하는데 원인은 다르다고. 

소아 탈장은 복벽의 틈새를 갖고 태어나는, 즉 선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성인은 나이 들면서 복벽이 약해지거나 격렬한 운동, 변비, 만성기침에 의한 복압상승 등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젊은 성인은 격렬한 운동으로 인한 스포츠탈장이 많으며 노인은 복벽이 약해지거나 만성변비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소아와 성인탈장은 증상에도 차이가 있나. 

우선 아이들은 표현이 서툴다 보니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출생 직후 발견하면 다행이지만 몇 주 또는 몇 달 뒤에도 발견을 못할 수 있다. 주로 아기를 목욕시키거나 기저귀를 갈면서 발견하게 되는데 서혜부에 튀어나온 덩어리 또는 부어올라 있는 종괴 등이 보이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이가 힘을 주거나 울 때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잠들거나 누운 자세에서는 작아지거나 다시 들어갈 수 있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중요하다. 

성인은 배에 힘을 주거나 무거운 짐을 들면 사타구니 한쪽에서 부풀고 묵직한 통증이 느껴진다. 다만 이 또한 누워서 쉬면 괜찮아지고 탈장 부위를 누르면 부풀었던 부위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기도 한다. 따라서 탈장인지 긴가민가할 때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탈장은 절대 자연치유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방치하면 탈장구멍에 장이 끼어 다시 복강 내로 들어가지 못하는 감돈상태에 이른다. 감돈은 장괴사, 장폐색 등을 일으켜 생명에도 치명적이다. 실제 감돈으로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가 1년에 4~5건 정도는 되는 것 같다. 

- 탈장의 주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그 변천사가 궁금하다. 

탈장은 약해진 복벽 틈을 보강하거나 막아야 하기 때문에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근대적인 탈장수술의 시작은 1800년대 이탈리아 외과의사 바시니가 개발한 조직봉합법의 개복수술이다. 말 그대로 개복 후 근육과 인대를 봉합하는 방법인데 이때 조직 사이에 팽팽하게 긴장이 존재하고 약해진 조직을 봉합하다 보니 재발률이 높았다. 

이에 재발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수술방법이 개발됐으며 그중 가장 눈에 띄게 재발률을 낮춘 방법이 인공막을 사용한 무긴장수술법이다. 인대와 근육을 바로 봉합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막을 대줌으로써 장기가 못 빠져나오게 하는 것이다. 무긴장수술법의 결과는 훌륭했으며 현재 가장 전 세계적으로 많이 시행되고 있는 탈장수술의 표준이 됐다. 

이후 1980년도에 복강경기술이 발전하면서 탈장수술 역시 복강경으로 진행하게 됐다. 덕분에 통증과 합병증위험을 줄이고 빠른 회복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넘어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복강경수술에 비하면 역사는 매우 짧지만 로봇수술만이 갖는 이점은 분명하다. 특히 그 이점은 고난도의 탈장수술에서 더 빛을 발한다. 이에 어렵고 복잡한 탈장에서는 로봇수술을 적극 시도하는 추세다.   

- 로봇수술만이 갖는 이점은 무엇인가. 

복강경수술은 보조 의료진이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해서 손떨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카메라를 포함해 모든 기구가 고정돼 있어 우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또 3D의 고해상도 영상으로 10배 확대된 시야로 수술할 수 있으며 로봇 팔은 사람 손처럼 다각도로 움직일 수 있어 보다 섬세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특히 이러한 로봇수술의 이점들은 복벽탈장, 오래된 탈장, 거대탈장, 재발탈장 등 전문가조차 난색을 표하는 고난도의 탈장수술에서 큰 원동력이 된다. 수술이 어렵다는 말에 절망에 빠져 있던 환자들은 물론 수술 부담이 컸던 의료진에게도 희망적인 대안이 생긴 것이다. 

2000년대가 개복에서 복강경수술로 넘어가는 시대라면 2020년대는 복강경수술이 로봇수술로 넘어가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뒷받침되면 로봇 탈장수술이 복강경 탈장수술을 대체할 최소침습 탈장수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현재까지 일산병원의 탈장수술 성과는 어떠한가. 

일산병원은 현재 연간 약 300례의 탈장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개복부터 복강경, 단일통로 복강경, 로봇수술까지 다양한 수술방법을 환자의 성별, 나이, 질병 중증도 등에 따라 맞춤 제공한다. 특히 연간 탈장수술 중 50% 이상을 복강경 또는 로봇수술 등의 최소침습수술로 진행함으로써 통증과 흉터를 줄이고 환자의 빠른 일상 회복을 돕고 있다. 로봇 탈장수술은 지난해 5월 처음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약 30례 시행했다. 로봇 탈장수술 후 재발하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었다. 

-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임상경험과 노하우도 중요할 것 같다. 탈장수술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그간 많은 탈장환자를 수술하면서 환자군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증상이 없는 환자부터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삶의 질이 매우 떨어져 있는 환자들까지 임상양상이 매우 다양한 것이다. 따라서 환자와 관련된 여러 요소를 고려해 개복, 복강경, 로봇 중 적절한 수술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환자가 평소 어떻게 생활해왔는지, 활동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노년기를 활기차게 보내려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다 보니 산책을 꼭 해야겠다면서 수술에 적극 의지를 보이는 고령환자도 많아졌다. 

섬세한 병력청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재발탈장과 전립선암수술 환자 등에서는 이전에 어떤 방법으로 수술했느냐에 따라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재발과 합병증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탈장은 간단한 수술로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 결코 아니다.

- 수술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환자들은 더 고민이다. 특히 로봇수술은 비용 부담으로 결정하기 쉽지 않은데.  

로봇수술의 이점이 분명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이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로봇수술을 시행했을 때 더 예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되는, 즉 로봇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적극 권하고 싶다. 

대표적으로 복벽탈장은 의료진도 고개를 젓는 매우 고난도의 케이스로 꼽힌다. 복강경으로 수술해도 재발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 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의 다관절시스템과 확대된 시야 등은 이 난관을 뚫게 해준다. 의사들이 신세계를 봤다고 표현할 정도다. 

복벽탈장, 재발탈장, 거대탈장 등 복잡하고 어려운 탈장이 발생한 환자들에게는 로봇수술이 든든한 해결사가 될 수 있다. 홀로 끙끙 앓거나 섣불리 절망하지 말고 담당의료진과 적극 상의해 늦지 않게 수술받았으면 한다.  

TIP. 이형순 교수가 강조하는 탈장수술 후 이것만은!

1. 탈장수술 후 한 달간은 격렬한 운동, 무거운 물건 들기 등 피하기

* 특히 근육을 키우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 등산 등은 재발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함

2. 가볍게 걷기, 조깅 등 무리가 가지 않는 적절한 운동을 통해 복벽 강화하기

* 윗몸일으키기는 복압을 올려 재발위험을 높일 수 있음. 걷기, 조깅은 몸을 전체적으로 탄탄하게 하면서 복벽도 강화할 수 있음

3. 채소, 과일 고루 섭취해 변비 예방하기

4. 만성기침은 심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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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결 2023-12-29 10:18:10
제가 만난 의사 선생님 중에 가장 좋으신 분입니다. 진중하시고 친절하시고 실력도 좋으사고 한 5년전 아들 수술때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