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갈증, 기침가래 없애는 성약(聖藥)…‘하눌타리’ 아시나요
[한동하의 식의보감] 갈증, 기침가래 없애는 성약(聖藥)…‘하눌타리’ 아시나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2.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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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간혹 남부 해안지역이나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나무 담벼락을 타고 덩굴째 자라나 있는 주황색 과일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하눌타리다. 만일 늦가을에 열매를 따지 않았다면 겨울에도 마른 채로 달려 있을 것이다. 요즘은 보기 드물어졌지만 약용가치가 높은 하눌타리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하눌타리는 속씨 식물강으로 박목 박과에 속하는 덩굴성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노랗게 익어가기 때문에 보통 노랑하눌타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다 익으면 짙은 주황색에 가깝다. 마치 작은 호박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하늘타리나 하눌수박(하늘수박)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눌타리는 한자로 괄루(栝樓) 또는 과루(瓜蔞)라고 한다. 열매는 과루실(瓜蔞實), 씨앗은 과루인(瓜蔞仁), 뿌리는 과루근(瓜蔞根), 뿌리에서 얻은 전분을 천화분(天花紛)이라고 한다. 천화분은 뿌리전분이 눈처럼 하얗기 때문에 하늘에서 내린 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눌타리 열매는 맛이 달고 쓰며 성질은 차다. 문헌들을 보면 단지 ‘쓰다’고 한 것도 있는데 약간 달면서 쓴맛이 난다. 하눌타리 열매의 쓴맛은 사포닌과 쿠쿠르비티신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성분들은 소염·진해거담·항산화·항암작용 등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먼저 하눌타리 열매의 효능을 살펴보자. 하눌타리 열매는 기침가래와 함께 가슴이 답답한 것을 풀어준다. <본초강목>에는 ‘폐가 마른 것을 적셔 주고 화(火)를 내리며, 기침을 치료하고 담이 뭉친 것을 쓸어내린다’고 했다. 열매를 말려서 주로 차로 끓여서 먹기도 하지만 열매보다는 씨앗을 주로 기침가래약으로 약용한다.

하눌타리 열매는 소갈(消渴)을 그치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목구멍을 매끄럽게 하고 소갈(消渴)을 멎게 한다’고 했다. 주진형은 ‘소갈을 치료하는 신묘한 약이다’라고 했다. 하눌타리는 열매도 그렇지만 특히 뿌리에 소갈증 치료효과가 매우 많다.

하눌타리 열매는 얼굴의 주름을 없앴다. <본초강목>에는 ‘얼굴을 화사하게 하고 윤택하게 하며 손과 얼굴에 생긴 주름을 치료한다’고 했다. 하눌타리에는 항산화성분이 풍부해서 피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면서 피부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매 속도 사용했는데 <동의보감>에는 ‘열매의 속을 말린 것은 달여서 복용하면 담(痰)을 삭이고 기(氣)를 내리며, 말리지 않은 것은 폐가 마르고 열(熱)이 나면서 갈증이 나거나 변비(便祕)가 있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열매 자체도 장건강에 좋기 때문에 열매 과육과 속을 함께 사용하면 금상첨화다.

다음은 하눌타리 뿌리다. 뿌리는 과루근(瓜蔞根)이라고 하는데 가루를 내거나 전분을 취한 것을 특히 천화분(天花粉)이라고 한다.

하눌타리 뿌리는 맛이 쓰고 성질은 차며 독이 없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고 했다. 일부 서적에 보면 ‘보(補)한다’는 내용도 있지만 보약에 속하지는 않는다.

하눌타리 뿌리는 무엇보다 소갈(消渴)과 열증(熱症)을 제거하는 데 좋다. <본초강목>에는 ‘소갈로 몸에 열이 나는 증상, 번만으로 큰 열이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또 ‘입술과 입이 마르고 숨이 짧은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천화분은 소갈 치료의 성약(聖藥)이다. 진액을 만들어 갈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허열(虛熱)이 있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라고 했다.

<의학입문>에서는 ‘과루근은 순음(純陰)으로 번갈을 풀어주고 진액을 운행시킨다. 가슴 속이 마르는 자는 이것이 아니면 제거할 수 없다’고 했다. 성무기는 ‘과루근은 맛이 쓰고 성질이 약간 차서 마른 것을 적셔 주면서 진액을 소통시키니, 이는 갈증에 마땅히 써야 한다’고 했다. 이런 내용들을 보면 하눌타리 뿌리는 대부분 입마름증상, 즉 소갈증을 없애는 데 특효약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눌타리 뿌리는 종기에 좋다. <동의보감>에는 ‘고름을 빼내며 종독(腫毒)을 삭인다. 유옹(乳癰), 등창, 치루, 창절(瘡癤)을 치료한다’고 했다. 이것을 보면 뿌리에 소염작용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혈(瘀血)을 제거하면서 혈액순환에도 좋아서 여성의 생리불순이나 외상으로 인한 피멍을 제거하는 효과도 크다.

하눌타리 뿌리는 그냥 그 자체로 물에 넣고 달여서 먹어도 좋지만 천화분(天花粉)이라는 전분을 만들어 먹으면 더 효과적이다. <천금방>에는 가루 내는 방법이 나온다. ‘큰 과루근의 껍질과 마디를 제거하고 썰어서 물에 5일 동안 담그는데, 날마다 물을 갈아주고 꺼내서 찧고 간 다음 걸러 내어 가라앉은 고운 가루를 햇볕에 말린다. 이것을 약 3~4그램씩 정도 물에 녹여서 하루 세 번 복용한다. 또는 죽이나 연유에 넣어서 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천화분은 칡전분과 함께 먹으면 더 좋다. <급유방>에는 ‘갈분(葛粉)과 함께 볶아서 익히고 가루 낸 후 끓인 물로 넘기면 폐장이 건조해져 생긴 열갈(熱渴)과 변비를 치료한다’고 했다. 칡뿌리(전분)도 진액을 보충하고 갈증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당뇨병뿐 아니라 신경을 많이 쓰면서 상열감이 있고 입마름이 심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하눌타리 열매의 씨앗, 즉 과루인(瓜蔞仁)이다. <동의보감>에는 ‘과루인은 단맛으로 폐를 보하고 윤택하여 기를 내리니 기침을 치료하는 중요한 약이다’라고 했다.

과루인은 기침 중에서도 특히 담(痰)으로 인한 기침에 좋다. <광제비급>에는 기침의 다양한 원인에 따라서 사용되는 약재를 구별했는데 ‘생강은 한(寒)으로 인한 기침을 치료하고, 오미자는 열(熱)로 나는 기침을 치료하며, 과루인은 담(痰)으로 나는 기침을 치료한다’고 했다.

과루인은 가래가 기관지에 달라붙어서 뭉쳐서 잘 떨어지지 않는 기침에 효과적이다. <단곡경험방>에는 ‘적담(積痰)은 과루인이 아니면 없앨 수 없다’고 했고, <동의보감>에서는 ‘열담(熱痰), 주담(酒痰), 노담(老痰), 조담(燥痰)을 치료한다. 폐를 적시고 담을 삭힌다’라고 했다. 이것을 보면 과루인은 마르고 건조한 가래를 제거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약재로도 아주 흔하게 사용된다.

과루인은 매핵기(梅核氣)에도 좋다. <광제비급>에는 ‘담이 목구멍에 뭉쳐 뱉어도 나오지 않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완고한 담은 술을 마시거나 화가 몰린 사람에게 많이 있다. 과루인은 폐를 윤택하게 하여 담을 내려 보내서 치료한다’고 했다. 매핵기는 특히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게 흔한 증상으로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답답한 증상으로 헛기침을 자주 하게 된다. 과루인은 목에 가래처럼 달라붙어 있는 이러한 증상에 특효다.

하눌타리는 열매나 뿌리, 씨앗 모두 성질이 냉해서 속이 냉한 자, 열체질이 아니거나 열증이 원인이 아닌 자는 주의해야 한다. <본초정화>에는 ‘비위(脾胃)가 허한(虛寒)하여 설사를 하는 자는 뿌리를 쓸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중약대사전>에는 ‘대변이 무른 자, 한담(寒痰)과 습담(濕痰)이 있는 자는 복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열증에 사용하라는 말이다.

하눌타리는 하늘타리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우연치 않게 하눌타리를 얻었다면 과육, 씨, 뿌리까지 욕심낼 만하다. 하눌타리는 하늘이 내린 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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