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냉증 치료하는 ‘계피(桂皮)’, 사계절 즐겨도 좋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냉증 치료하는 ‘계피(桂皮)’, 사계절 즐겨도 좋다
  •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3.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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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흔하게 섭취하는 향신료 중에는 계피가 있다. 수정과를 만들 때 넣기도 하고 빵을 구울 때, 심지어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도 들어간다. 누군가는 음식으로 섭취하고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서 먹는다. 이번 칼럼에서는 계피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계피를 알려면 먼저 육계를 알아야 한다. 육계(肉桂)는 계피나무(Cinnamomum cassia Presl)의 줄기 껍질 자체를 말하거나 코르크층을 약간 제거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때 육계의 겉껍질을 제대로 박리한 것을 ‘계피(桂皮)’라고 한다. 또다시 속 부분의 박피까지 제거한 중심부를 ‘계심(桂心)’이라고 한다. 참고로 계피나무 끝부분의 잔가지는 ‘계지(桂枝)’라고 한다.

보통 계피라고 하면 육계와 계심을 포함한다. 처방에 육계나 계심이 나오면 대신 계피를 넣어도 무관하다. 육계, 계피, 계심은 서로 비슷한 효과를 낸다. <본초정화> 계피 편에서도 ‘육계와 계심도 실지 같은 것이지만 단지 껍질을 벗긴 차이일 뿐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본 칼럼에서 계피의 효능은 육계의 효능을 포함한다고 보면 되겠다.

본 칼럼에서 언급하는 계피는 시중에 ‘계피’로 유통되는 것들로 ‘카시아 계피’다. 카시아 계피는 실론 계피인 시나몬과는 기원식물이 서로 다르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칼럼인 <웰빙의 역설> (2019.03.04.일자 ‘시나몬과 계피는 엄연히 다르다’) 편에서 자세하게 다룬 바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계피는 성질이 아주 뜨겁고[대열(大熱)] 맛은 달고 매우면서 독이 약간 있다. <본초정화>에는 ‘양중지양(陽中之陽)에 속한다’라고 했다. 보통 기운이 따뜻한 경우 ‘온(溫)’ 또는 ‘열(熱)’하다고 하는데 계피를 ‘대열(大熱)’하다고 한 것을 보면 그 약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계피는 냉증으로 인한 복통과 요통을 치료한다. <급유방>에는 ‘몸속 깊이 차갑거나 냉기가 쌓여 갑자기 산증, 심복통, 제요통(臍腰痛)이 생긴 경우를 치료한다’고 했다. <단곡경험방>에는 ‘뱃속이 차서 참을 수 없이 아픈 것을 다스린다. 달여 먹거나 가루 내어 먹거나 모두 좋다. 가을과 겨울에 배가 아픈 데는 계피가 아니면 멎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계피는 냉증으로 인한 근육의 긴장을 완화해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계피의 주성분은 계피정유로 1~2%를 함유하고 있다. 심장운동을 흥분시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혈관을 확장시킨다. 또 진정·진통작용 등이 있다. 소화기와 관련해서는 장운동을 촉진하고 소화액 분비를 높인다. 따라서 계피는 일반적으로 냉증, 통증, 복통, 소화불량, 근육통, 근육경련 등에 다용됐다.

계피는 감기에도 좋다. <식감본초>에는 계피주(桂皮酒)가 있는데 ‘감기에 걸려 몸에 통증이 있는 것을 치료한다. 매운 육계 가루 2돈을 따뜻한 술에 타서 먹는다’고 했다. 이때 계피는 땀을 내면서 근육통 등을 억제한다. 계피는 기허(氣虛)나 냉(冷)으로 인한 식은땀을 줄이면서도 혈액순환을 촉진해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소부위의 발열과 발한효과도 있다. 하지만 고열이나 극심한 편도염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계피는 특히 겨울철 복통에 요약(要藥)이다. <본초강목>에는 ‘봄과 여름에는 금기할 약으로 삼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하부와 배의 통증에 이 약이 아니면 멎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냉방시설이 잘 돼 있고 얼음음료를 즐기기 때문에 계절에 국한돼 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실제로 계피는 여름철 상비약으로 처방되기도 했다. <식감본초>에는 여름철 더위가 갈증을 푸는 처방으로 계장(桂漿)을 소개하고 있는데 ‘육계 가루 1냥을 푹 익혀 흰 꿀 2사발을 넣고 물 2말을 1말이 될 때까지 달인다. 식기를 기다렸다가 자기 항아리에 넣고 육계와 꿀을 100~200번 휘젓는다. 기름종이를 가장 아래에 놓고 면지(綿紙) 여러 층을 더하여 끈으로 밀봉한다. 매일 종이 한 겹씩 제거하고 7일 후에 열면 향기와 맛이 아주 좋다. 매번 1잔씩 마시면 더위와 갈증을 풀어주고 열을 제거하고 서늘함을 생기게 하며 기(氣)를 보익(補益)하고 담이 사라지게 하며 온갖 병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냉체질의 경우 여름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계피는 냉증으로 인한 다양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 조심해서 섭취해야 하며 특히 자궁수축작용이 있어 임신부는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계피는 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침 뱉는 것을 멎게 한다. <동의보감>에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혈맥을 잘 통하게 한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침 뱉는 것을 그치게 한다’고 했다. 침은 속이 냉하고 구역감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침이 많은 아이들은 소화기가 약한 경우가 많다. 이때 냉이 원인이라면 계피가 도움 된다. 계피와 함께 말린생강을 소량씩 끓여서 먹여도 좋다.

소화기 증상에는 계피산(桂皮散)도 좋다. <신기천험>에는 ‘계피, 생강가루 각 1돈, 백두구, 필발 각 5푼을 섞어서 가루 내어 유리병 속에 넣고 공기가 새지 않게 한다. 위장의 가스를 제거하고 위장기능을 촉진시킨다. 매번 20리(釐)에서 30리까지 끓인 물에 타서 복용한다’고 했다. 10리(釐)는 1분(分=0.375g), 10푼은 1전(錢=3.75g)이다. 계피산은 마치 가스활명수처럼 상쾌한 맛과 향이 날 것 같다. 요즘에도 한번 만들어볼 만하다.

계피는 혈액순환장애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속을 따뜻하게 하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혈맥을 소통시키며, 부족한 것을 다스려 트이게 한다’고 했다. <급유방>에는 ‘어혈을 깨뜨리고 월경이 잘 나오게 한다’고 했다. 특히 냉증으로 인한 제반 혈액순환장애에도 좋다.

계피는 노인들에게도 특히 좋다. <본초정화>에는 ‘온갖 병을 다스리고 정신을 기른다.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늙지 않는다’고 했다. <급유방>에는 ‘오랫동안 복용하면 귀와 눈을 밝히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했다. 나이가 들수록 냉증이 많이 생기는데 이때 계피는 냉증을 없애면서도 항노화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한의서에 보면 계피(특히 육계)가 신장을 보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동의보감>에는 ‘신(腎)을 보하니 장(藏)이나 하초를 치료하는 약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관념적인 내용으로 한의학에서는 우측 신장을 명문(命門)이라고 해서 이곳은 열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하는데, 육계가 몸에 열을 내게 한다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신장, 하초(下焦), 명문상화(命門相火)를 보한다는 식으로 설명되는 것뿐이다. 계피는 콩팥을 보하지 않는다.

계피는 냉증에는 특효지만 열증에는 사용하면 안 된다. <본초정화>에서는 ‘남녀공통으로 여름철 설사병과 심경(心經)에 잠복된 열로 인한 출혈 등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임신부는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동의보감>에는 ‘낙태시킬 수 있다’고 했다. 계피는 약성이 강하고 자궁을 수축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부는 특히 임신 초기에 계피가 들어간 수정과를 먹으면 안 된다.

또 계피는 쿠마린 때문에 간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쿠마린은 고용량에서 간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서 차처럼 마시고자 하면 하루 4~6g 이내로 해서 끓는 물에 10여분 정도 끓인 후 첫물은 버리고 다시 1시간 이상 끓여서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효능은 떨어지겠지만 안전한 섭취가 더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계피는 일반 향신료로 많이 사용돼 친숙하지만 약성이 강하고 독성이 있어 조심해야 할 식재료다. 하지만 냉증이 심하고 이로 인한 다양한 증상들이 있다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섭취해 볼 만하다. 계피는 모르면 자칫 독이 될 수 있지만 알면 사시사철 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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