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약물복용이 부르는 ‘독성간염’…새로운 치료 길 활짝
무분별한 약물복용이 부르는 ‘독성간염’…새로운 치료 길 활짝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3.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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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 국내 최초 독성간염 발병기전 밝혀
스테로이드 통한 새로운 독성간염 치료방법도 제시
은평성모병원 연구팀이 독성간염의 새 발병기전을 밝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방법을 제시해 독성간염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면서 몸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과 약물을 과다복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러한 무분별한 섭취는 우리 몸의 해독 장기인 간을 손상시켜 독성간염을 일으킨다. 독성간염은 급성간염과 마찬가지로 식욕부진, 오심과 구토, 피로감 등 전신증상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관절통증, 피부발진 등이 관찰되며 병이 진행되는 경우 복수, 간성뇌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성에도 일부 연구를 통해 매년 인구 10만명당 12명의 환자가 독성간염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현재까지 국내 독성간염의 실제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최초로 독성간염의 발병기전을 밝히고 그에 대한 치료방법까지 제시해 독성간염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양현 교수(제1저자), 배시현 교수(교신저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교신저자) 연구팀이 독성간염의 새로운 발병기전을 밝히고 스테로이드제를 통한 치료방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약물 복용에 따른 간수치 상승이나 간 기능 저하를 이유로 조직검사를 받은 5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간을 자극하는 면역세포의 발현양상에 대한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환자들로부터 얻은 간 조직 분석을 통해 독성간염이 단순히 독성물질을 원인으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독성물질 또는 그 대사물질에 대해 특정한 면역세포들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성간염 발병의 주요 연관인자로 밝혀진 면역세포는 ▲CD8 양성 T세포와 ▲단핵식세포로 독성간염환자들의 간에서는 정상인의 간과 달리 이 두 가지 면역세포의 침윤이 풍부하게 관찰됐으며 침윤 정도가 간 손상의 정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D8 양성 T세포는 세포독성 T세포라고도 불리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단핵 식세포는 대식세포로 분화하기 전 단계의 세포로 분화되면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병원체 및 독성물질을 포식작용으로 제거하거나 포식작용을 통해 T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독성간염환자의 간에서 관찰되는 T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다양한 침윤 모습. 1~4단계로 나뉘며 4단계로 갈수록 침윤의 정도가 심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세포의 계통 및 분화·성숙·활성화단계 등을 구분해낼 수 있는 최신 유세포 분석기법을 이용, 활성화단계에 있는 CD8 양성 T세포와 단핵식세포들이 간 손상의 정도와 더욱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두 세포에서 분비되는 작은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의 양 또한 손상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유세포 분석기법을 통해 독성간염환자의 간 조직에서 활성화(CD38+HLA-DR+)된 CD8 양성 T세포와 활성화(CD80+)된 단핵 식세포의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연구팀은 새롭게 밝혀낸 독성간염의 면역기전을 바탕으로 면역억제제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가 독성간염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치료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연구팀은 총 53명의 연구대상 환자 중 50명(94.3%)이 독성간염 완치까지 추적관찰됐는데 전체 환자 중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7명(69.8%)이었다. 이 환자들은 최소 7일에서 최장 107일까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으며 투여 중단 후 재발은 없었다. 환자들의 스테로이드 투여기간은 중앙값을 기준으로 30일이었다.

연구를 주도한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양현 교수는 “약물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성간염환자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면서 “이번 연구는 발병기전을 파악해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독성간염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는 “정확한 기전에 대한 연구가 미진했던 독성간염 분야에서 면역학적 기전을 밝혀낸 것은 환자 치료는 물론 독성간염 환자의 유병률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독성간염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의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어 기쁘다”며 “향후 독성간염환자의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활성화된 CD8+T 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간 내 침투와 약물 유도 간 손상의 연관성’이라는 제목으로 면역학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IF=8.786)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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