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수은 들었다는 쇠비름, 보다 안전하게 섭취할 순 없을까
[한동하의 식의보감] 수은 들었다는 쇠비름, 보다 안전하게 섭취할 순 없을까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4.03 07: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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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이제 곧 들녘에서 쇠비름을 쉽게 볼 수 있겠다. 쇠비름을 식용하거나 약용하는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문제는 쇠비름에 수은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쇠비름 속 수은은 문제가 없는지, 또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자.

쇠비름(Portulaca oleracea)은 석죽목 쇠비름과 쇠비름속에 속하는 풀이다. 쇠비름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식물로는 8위, 새로운 지역에서 잘 군생하는 자연종으로는 12위에 오른 식물로 전 세계에 걸쳐 자라고 있으면서 많은 사람이 섭취하고 있다.

쇠비름의 유효성분으로는 노르아드레날린, 플라보노이드, 호박산, 말산, 글루탐산 등이 확인됐으며 비타민 B1, B2 및 감마리놀렌산 같은 오메가3계 지방산이 전초에 풍부하다. 또 폴리페놀 화합물이 풍부해 항산화 활성이 높고 항균, 항염, 항종양, 진통, 상처치유, 면역조절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쇠비름에 수은이 포함돼 있다는 말은 사실일까?

쇠비름은 토양의 중금속을 축적하는 경향성이 있고 다른 식물에 비해 뛰어나다. 즉 토양에 중금속이 많다면 쇠비름에는 그곳에서 자라는 다른 식물보다 더 많은 중금속이 축적된다는 의미다. 수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쇠비름을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의 토질을 개선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고 그 가치가 충분하게 인정된다는 논문들도 많다. 한마디로 쇠비름을 ‘토양 중금속 청소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쇠비름에 수은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의보감>에는 ‘잎이 작으면서 마디와 잎사이에 수은(水銀)이 있는 것을 약으로 쓴다[葉小者節葉間有水銀者入藥]’고 했고 <의학입문>에는 ‘10근을 말리는 경우 그 속에서 수은 8냥을 얻게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말린 쇠비름 10근(6kg)에 수은 8냥(0.3kg)이면 쇠비름 중량비율의 약 5% 정도가 수은의 무게임을 알 수 있다. 꽤 많은 양이다.

‘8냥을 얻게 된 것이 가장 좋다’라고 한 표현은 당시에도 쇠비름을 말렸을 때 채취지역이나 종류에 따라 어떤 경우는 수은이 많이 나오고 어떤 종류는 수은이 덜 나오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쇠비름에서 수은을 얻는 방법으로 <의방합편>에는 ‘쇠비름을 많이 채취하여 펼쳐서 연기에 말린 후 돌출된 곳에 두어 다 마르기를 기다린다. 구덩이를 파고 말린 쇠비름에 불을 붙인 후 바리를 덮어서 올라오는 연기를 받으면 이것이 바로 수은(水銀)이다’고 했다. 수은은 열이 직접 가해지면 쉽게 수은증기로 기화됐다가 상온이 되면 응축되면서 다시 액화된다.

한의서에는 쇠비름을 마치현(馬齒莧)이라고 해서 종기(외용), 치질(외용), 사마귀(외용), 곤충독(외용), 양매창(楊梅瘡, 매독)(내복, 외용), 구충(내복), 이질(내복) 등의 치료효과와 함께 다양한 효능들이 기록돼 있다. 여기에는 쇠비름 속의 다양한 생리활성물질과 함께 수은 또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해 보인다.

인터넷에는 쇠비름과 수은에 대한 여러 오해들이 있다.

첫 번째 오해, 쇠비름에 포함된 수은은 식물성이기 때문에 안전하다?

인터넷에는 ‘식물성 수은’이란 표현이 떠돈다. 하지만 식물성 수은은 없다. 심지어 ‘쇠비름 속의 수은은 독성이 전혀 없는 인체에 유익한 천연 수은’이라는 허무맹랑한 표현도 나온다. 쇠비름 속에 수은은 참치에 포함된 메틸수은과 동일한 종류의 수은일 뿐이다.

수은은 자연계에서 금속수은, 무기수은, 유기수은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 중 자연상태의 무기수은은 미생물들에 의해서 유기수은 화합물인 메틸수은(CH3HgCl)으로 바뀌는데 쇠비름과 같은 육상의 식물이나 참치와 같은 바닷물고기에 이온상태로 축적됐다가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면 장에서 90~95% 흡수된다. 문제는 체외 배출이 늦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많은 양이 들어오면 신경계에 고농도로 축적되면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참고로 메틸수은의 반감기(들어온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는 평균 70일이다.

만일 쇠비름 속의 수은이 문제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식물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려 수준 이하의 함량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밖에 없다.

두 번째 오해, 쇠비름을 물에 데치면 수은은 모두 휘발된다?

쇠비름 속에 들어 있다는 메틸수은은 일단 물에는 녹지 않는다. 메틸수은은 알코올과 아세톤과 같은 유기용매에만 녹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메틸수은을 끓는 물에 데치거나 끓인다고 해서 용출, 휘발, 제거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로 메틸수은의 끓는 점은 241.73°C로 높다. 이 점은 쇠비름을 끓여 먹는 경우 탕액에는 수은이 녹아나지 않는다고 추측할 수 있겠으나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묵나물로 말려 놓은 상태는 어떨까. 메틸수은은 상온에서 공기 중에 접촉되면 쉽게 휘발되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쇠비름의 조식 속에 포함된 상태라면 공기와의 접촉이 차단돼 있기 때문에 건조해도 휘발이 불가능하다. 만일 햇볕에 바짝 말렸을 때 쉽게 휘발된다면 과거 말린 쇠비름을 태워 연기를 통해 수은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쇠비름 속의 수은은 태워서 휘발시키지 않는 한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가정에서 직접 열을 가해 휘발시키는 것 또한 메틸수은이 호흡기로 유입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

세 번째 오해, 쇠비름 속의 수은함량은 무시할 만하다?

쇠비름 속의 수은은 토양에서 흡착돼 축적된다. 따라서 토양의 오염도에 따라 쇠비름 속의 수은 함유량도 달라진다. 국내에서 자생하는 쇠비름 속의 수은함량에 관한 연구를 보면 생체줄기에 0.22~81.2mg/kg, 잎에 0.47~1.1mg/kg가 함유돼 있다는 결과들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본지에 썼던 칼럼 <쇠비름 속 수은, 정말 문제없을까. 2014.07.09>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정도의 수은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기 위해 심해 어류인 참치와 비교해보자.

미국 FDA 자료(Mercury Levels in Commercial Fish and Shellfish, 1990-2012)를 보면 눈다랑어(tuna, bigeye) 0.689mg/kg, 황새치(sword fish) 0.995mg/kg, 날개다랑어(tuna, albacore) 0.358mg/kg, 황다랑어(tuna, yellowfin) 0.354mg/kg 정도의 수은이 포함돼 있었다. 앞의 2종류는 수은 함유량이 너무 높아 섭취를 제한하고 있는 종류이고 뒤의 2종류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너무 많이 먹지 말도록 한 종류다.

이것을 보면 쇠비름 속의 수은은 참치 수준을 넘어선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수산물의 수은 허용잔류 기준을 대략 0.5mg/kg 이하로 정하고 있다. 주식인 쌀의 경우 대만은 0.05mg/kg 이하, 중국은 0.02mg/kg 이하로 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과 비교해도 쇠비름에 포함된 수은 함량 정도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쇠비름 또한 과량섭취에 주의해야 함이 맞다.

그렇다면 쇠비름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자.

첫 번째 방법, 중금속으로 오염된 토양에서 쇠비름의 채취 및 섭취를 금한다.

쇠비름의 수은 함유량의 차이는 바로 토양의 오염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쇠비름에 축적된 중금속(Heavy metal accumulation in Portulaca oleracea Linn.. Journal of Pharmacognosy and Phytochemistry, 2018)’에는 쇠비름의 중금속(비소, 카드늄, 납, 구리 등) 함량은 뿌리보다는 줄기와 잎에 상대적으로 많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공장지대에서 자란 것이 높다고 했다. 따라서 식품이나 약용하기 위해서는 오염되지 않은 농경지에서 재배해야 할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즉 폐금속광산 주변, 공장 주변, 쓰레기 매립지, 매연이 많은 도심 주변에서 자라는 쇠비름은 채취해서 식용하면 안 될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논 토양의 수은함량은 평균 0.031mg/kg로 안전한 편이다. 따라서 농약을 많이 치지 않은 논두렁, 시골집 마당, 도심에서 떨어진 들녁에서 채취한 쇠비름은 비교적 안전할 것 같다. 언뜻 쇠비름 씨앗을 이용해 콩나물처럼 수경재배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수은 등의 중금속 축적 논란의 문제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 오염된 토양에서 채취한 쇠비름을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메틸수은의 섭취경로는 바로 참치나 황새치 같은 심해의 큰 어류에 다량의 메틸수은이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플랑크톤→새우→작은 생선→참치와 같은 경로의 먹이사슬 때문이다.

따라서 동일한 이유로 수은과 같은 중금속이 축적된 쇠비름을 건초로 해서 사료로 만들어 닭이나 염소, 소에게 먹인다면 그 안에 포함된 중금속은 고스란히 가축에게 흡수돼 최종 소비자인 사람에게도 축적될 것이다. 따라서 쇠비름 건초를 사료로 사용한다면 수은 등 중금속 함량 정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방법, 너무 많은 양을 오랫동안 섭취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많은 양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쩌다 한 번이라면 문제되지 않겠지만 토양 속 수은에 오염된 쇠비름을 장기간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소아,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 임신부와 수유 중인 여성은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향후 국내 토양별로 쇠비름을 샘플링해 수은 함량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또 생물과 건조물의 수은 함량 차이, 데치기 전후의 차이, 착즙 시(쇠비름즙) 함량, 설탕에 절였을 때(효소액) 함량, 100℃로 끓였을 때 함량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메틸수은이 물에 녹지 않는 점은 다행스러울 수 있지만 나물 등으로 쇠비름 조직까지 섭취하기도 해서 걱정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이러한 방법으로 쇠비름을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 평가가 절실하다.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쥐 뇌의 소뇌 및 피질에서 메틸수은 유발 인지장애와 산화 스트레스를 개선시키는 쇠비름 에탄올 추출물의 신경보호 효과(Neuroprotective Effect of Portulaca oleraceae Ethanolic Extract Ameliorates Methylmercury Induced Cognitive Dysfunction and Oxidative Stress in Cerebellum and Cortex of Rat Brain. Biological Trace Element Research, 12 November 2015)’라는 논문이다.

그렇다면 쇠비름 속에 메틸수은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쇠비름은 다른 경로를 통해 사람에게 자신이 함유하고 있는 메틸수은의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쇠비름 속에 축적된 메틸수은의 함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 이와 관련된 추가 연구를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쇠비름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을 장황하게 고민해봤다. 이 칼럼은 ‘쇠비름을 먹지 말아야 한다’ 또는 ‘먹어서는 안 된다’라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섭취하자는 데 취지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쇠비름과 수은과의 관계, 건강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필자만의 기우일 수 있다. 독자제현의 질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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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운 2023-07-16 18:02:52
쇠비름을 먹고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나
수은 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사례를 들어본적이 없다.

쇠비름은 오행초라 오장육부를 이롭게하는 약초임에 틀림없는데 메틸 수은 운운하며 치나치게 수은함량을 강조하다보니 일부 쇠비름을 구입한분들이나 들에서 쇠비름을 구입한분들이 쇠비름을 전부 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쇠비름의 수은을 지나치게 공포스럽게 표현한것 같은 느낌이네요

지구상의 식물은 약초든 독초든 부작용과 독은 공존하는데 적당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쇠비름의 효능보다 유별나게 쇠비름속의 수은의 독성분을 강조한 해석은 좀 불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