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위험 높은 조기유방암, 실질적 지원책 고민할 때”
“재발위험 높은 조기유방암, 실질적 지원책 고민할 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4.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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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이종성 의원 ‘재발위험관리 위한 국가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개최
오늘(7일) 국회에서는 조기유방암환자의 재발위험 관리를 위한 국가지원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재발위험이 높은 조기유방암환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이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 생존율이 증가하면서 암환자들은 삶의 질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소망은 재발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것. 특히 유방암환자들은 다른 암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암 재발 두려움을 경험한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치료 시 95% 이상 완치 가능하지만 재발률이 높아 완치 판정시점과 재발방지를 위한 투병기간은 다른 암보다 길다.

실제로 연구보고에 따르면 조기유방암환자의 내분비요법치료 후 재발률은 14~23%에 이르며 재발환자 중 다시 절반 이상이 재발하는 악순환을 겪는다. 특히 조기유방암환자 중에서도 재발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의 경우 처음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해 장기간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조기유방암의 재발위험에 대한 깊은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마침 이러한 목소리를 한자리에서 듣는 공론의 장이 열렸다. 오늘(7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는 헬스경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 공동주최로 ‘유방암환자의 재발위험 관리를 위한 국가지원방안 모색 토론회(조기유방암, 재발 고위험군 치료 사각지대의 해소방안은?)’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의료진과 환자, 언론, 정부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조기유방암의 높은 재발위험과 이에 따른 어려움 등을 논하고 필요한 의료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이종성 의원은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료사각지대에 놓인 조기유방암환자들의 어려운 상황과 정책 지원을 위한 방안을 숙고해볼 시간”이라며 “실효적인 의료지원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도출되길 바라며 모든 유방암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경화 교수가 ‘국내 조기유방암 재발현황과 어려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경화 교수가 ‘국내 조기유방암 재발현황과 어려움’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박경화 교수는 조기유방암의 명확한 정의부터 실제 재발현황까지 전반적으로 설명해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조기유방암은 암이 유방 또는 겨드랑이 근처 림프절에서만 발견되고 신체 다른 부분에는 전이되지 않은 상태로 침윤성 유방암에 해당하는 유방암 1기부터 3기까지를 포함한다. 또 수술 후 보조요법을 시행하더라도 일부 환자들은 원격전이를 포함한 재발을 경험하는데 실제 내분비요법 치료 이후 재발률은 약 14~23%로 보고됐으며 특히 진단 후 첫 1~2년 사이에 재발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경화 교수는 재발 시 예후가 달라지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림프절 양성인 경우 ▲종양 등급인 높은 경우 ▲종양크기가 큰 경우 ▲세포증식속도가 빠른 경우 등은 조기유방암의 재발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며 “이에 해당하는 조기유방암 재발 고위험군 환자는 재발위험 요인이 없는 조기 유방암환자에 비해 생존율이 낮아 처음부터 재발과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적극적인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박경화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40~50대 젊은층에서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생해 재발하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언급했다. 가정과 사회에서 핵심역할을 하는 세대다 보니 직장 복귀, 가사노동, 양육활동 등 삶의 다양한 활동에 제약이 발생한다는 것. 이는 소득·생산성 감소를 초래해 국가적 손실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젊은층에서의 유방암은 더 공격적이어서 이들이 겪는 신체적인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박경화 교수는 젊은 유방암환자들을 위해 필요한 지원시스템에 관한 질문에 “현재 유연근무제, 육아휴직 등 직장 내 다양한 복지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암 환자들을 위한 제도도 마련돼 환자들이 어려움 없이 제때 집중적인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가 ‘조기유방암 재발 고위험군 환자의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어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현 교수가 ‘조기유방암 재발 고위험군 환자의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먼저 김지현 교수는 조기유방암 재발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다양한 치료제들이 개발·도입되고 있다고 최신 지견을 전하는 한편 이러한 치료제가 해당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인 현실에 그치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특히 빨리 재발할수록 생존율이 더 나쁘기 때문에 수술 직후부터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며 “조기유방암의 재발방지를 위한 수술 후 보조요법은 첫 진단 후 1~2년 내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재발 고위험군 조기유방암환자를 위한 해외 여러 나라의 지원제도를 소개하면서 정부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재발 고위험군 조기유방암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등장한 만큼 임상적 효과가 확인된 치료옵션에 대해서는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김지현 교수는 “더 많은 환자가 재발의 위협으로부터 고통받지 않도록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며 “환자들이 초기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재발과 전이를 겪지 않는다면 환자 개인과 가정에는 물론, 국가재정 측면에서도 큰 이점인 만큼 재발 고위험군 조기유방암환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제발표 후에는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패널토론에는 환자를 대표한 박피디와황배우의 박지연 대표와 본지 이원국 기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박피디와황배우 박지연 대표가 ‘유방암환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재발 공포와 두려움’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유방암환자를 대표해 참석한 박지연 대표는 ‘유방암환자들의 삶을 위협하는 재발 공포와 두려움’을 주제로 암 생존자들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지연 대표는 “가장 힘들었던 점은 신체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회복됐으나 정신적인 부분은 회복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현재 수준 높은 다학제진료를 통해 암 치료성적은 좋아지고 있지만 정신적인 부분도 다학제진료에 포함돼 심리상담 등 적극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암 생존자들의 디스트레스 관리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젊은 나이의 유방암 진단은 사회경제적 활동에 큰 장벽이 되는 만큼 치료제 급여 적용 등을 통해 환자들이 보다 빨리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본지 이원국 기자가 ‘조기유방암 재발방지정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이원국 기자는 ‘조기유방암 재발방지정책’에 대한 제언을 건넸다. 먼저 암 중에 착한 암은 없다면서 유방암을 착한 암이라고 표현하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인의 사례를 통해 조기유방암환자들이 겪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효율적인 건강검진과 재발위험을 낮추는 약물 등 조기유방암 재발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이  ‘조기유방암 치료 접근성 보장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조기유방암 치료 접근성 보장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모든 약제에 대해 보험을 적용할 순 없기 때문에 결국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재 아베마시클립이 급여 적용을 위해 서류를 제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 발표를 통해 재발 고위험군을 위한 조기유방암 약제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을 분명히 인지한 만큼 앞으로 임상현장에서 효과적인 치료제가 보다 원활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좌장을 맡은 손주혁 교수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임상현장에서 환자들과 호흡하는 전문가로선 1~2년만 빨리 치료제 접근이 확대됐다면 몇 명을 더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며 “하지만 재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도 필수와 비필수 의료를 명확히 구분해 꼭 필요한 곳에 재정적 지원이 쓰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오늘 토론회에서는 유방암 전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재발위험이 높은 조기유방암환자들의 어려움과 이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책에 대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데 있어서만큼은 공감대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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