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시 복부초음파도…‘담낭암’ 조기발견기회 잡는 겁니다
건강검진 시 복부초음파도…‘담낭암’ 조기발견기회 잡는 겁니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4.1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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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유신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
최유신 교수는 “담낭암과 담도암은 조기발견이 어렵지만 복부초음파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며 “건강검진 시 복부초음파검사를 추가해 한 번쯤 본인의 상태를 점검해본다면 조용한 담낭암과 담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유신 교수는 “담낭암과 담도암은 조기발견이 어렵지만 복부초음파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며 “건강검진 시 복부초음파검사를 추가해 한 번쯤 본인의 상태를 점검해본다면 조용한 담낭암과 담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침묵의 살인자.’ 우리는 소리 없이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들을 이렇게 표현한다. 담낭암과 담도암도 여기에 속한다. 다른 소화기암보다 생소하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등으로 국내 담낭암·담도암 발병률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유신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를 만나 잘 몰라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담낭암과 담도암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 담낭암과 담도암은 구체적으로 어떤 암이며 최근 환자 추이는 어떠한가. 

담낭암은 우리가 흔히 쓸개라고 부르는 담낭에 생기는 암이다. 담낭은 간에서 소화를 돕는 담즙을 저장해뒀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이를 짜주는 역할을 한다. 담도암은 간에서 빠져나오는 관과 쓸개에서 빠져나오는 관이 만나 작은 창자로 들어가는 길, 즉 담즙의 이동통로인 담도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환자 추이를 보면 2007년 1900여명이었던 담낭암은 2020년 2700여명으로 약 2배나 증가했으며 최근 중앙암등록본부 통계결과 담낭·담도암은 전체 암 발생의 3%로 9위를 차지했다. 

- 담낭암 하면 담석증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유는. 

담석증은 소화되지 못한 콜레스테롤의 찌꺼기가 결합해 담낭에 돌이 생기는 질환으로 담낭암의 대표적인 발생위험인자로 꼽힌다. 담석이 담낭 점막에 만성적인 자극과 염증을 일으켜 상피세포의 이형성(세포가 종양성으로 증식하는 것)을 초래, 담낭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담낭 결석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담낭암 발생위험이 5~10배 높고 담석 유병률이 높은 나라에서 담낭암이 잘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담낭암과 담석 관련성에는 아직 논란이 있다. 서양에서는 담낭암의 약 80%에서 담석이 관찰되지만 우리나라는 담낭암환자의 약 30%에서만 담석이 발견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담낭암 발생에 있어 다른 요인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석회화 또는 도자기화 담낭, 담낭용종, 만성장티푸스 보균상태, 유전적·인종적요인, 감염, 발암물질 등 환경적요인, 약물, 위수술병력, 높은 체질량지수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발생원인과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담낭암 예방 차원에서 담낭을 절제하기도 한다고.   

담석은 담낭암의 주요 위험인자이기 때문에 담낭절제술이 증가하면 담낭암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 담낭 결석환자 중에서 담낭암이 발견되는 경우는 1% 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석이 있어도 증상이 없다면 미리 담낭을 절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증상이 있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담낭결석 ▲2~3cm 이상의 큰 담석 ▲크기와 상관없이 담석이 오래된 경우 ▲담석과 동반된 췌담관합류이상 ▲만성장티푸스 보균자인 경우 ▲1cm 이상의 담낭용종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은 담당의료진과 상담 후 담낭암 예방 차원에서 담낭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 담낭절제술 후에는 유독 소화불량과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환자가 이러한 증상들을 우려해 담낭절제술을 망설인다. 하지만 담낭을 제거해도 간에서는 하루에 약 1.5리터의 담즙을 만들어 소화를 돕는다. 즉 소화불량증상이 꼭 담낭을 제거해 발생한 건 아니라는 의미다. 담낭절제술 후 소화가 안 되거나 설사를 자주 본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해결된다. 만일 증상이 지속되면 위, 십이지장, 식도 등 다른 기관의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해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극심한 피로감 역시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담낭은 간에 붙어있어 수술 시 간에 약간의 손상이 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대부분 회복된다. 담낭을 제거해 피로감이 심해졌다기보다는 입원생활, 전신마취에 대한 스트레스 등으로 피로감이 쌓였을 가능성이 크다. 

- 담낭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발견이 어렵다고. 정말 의심할 만한 증상은 없나. 

안타깝게도 환자가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으로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만 최근에는 건강검진 시 받는 복부초음파검사로 우연히 진단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체중감소, 피로감, 오심, 구토, 우상복부 및 명치통증 같은 비특이적인 증상이나 간기능수치 이상으로 담석증이 의심돼 담낭절제술을 받은 후 담낭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담도암(담관암)의 경우 담즙이 흘러내려가지 못하고 고이기 때문에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담도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기 때문에 담낭암보단 좀 더 빨리 발견되는 측면이 있다. 

- 암은 병기별로 치료방법이 다른데 담낭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담낭암의 완치를 위한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하지만 담낭암 역시 위치, 깊이, 림프절 전이여부 등에 따라 수술범위가 다르다. 보통 암이 점막층까지만 있으면 담낭만 절제하고 근육층과 그 주변까지 있는 경우에는 간과 림프절을 함께 절제한다. 

또 암이 전이돼 수술이 힘든 경우나 수술 후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들의 성장을 막기 위해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암이 진행돼 출혈이나 골절 또는 통증이 나타날 때는 증상 완화를 위해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 담도암은 어떠한가. 담낭암과 치료방법이 다른지 궁금하다.

담도암 역시 수술이 필수적이지만 어디에 암이 발생했는지에 따라 절제범위는 다르다. 보통 상부 담도암은 수술적 절제율이 낮고 중·하부 담도암은 높은 편이다. 또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담도암은 담낭암보다 좀 더 증상이 뚜렷해 일찍 발견될 수 있다. 아무래도 조기에 발견해야 수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담도암은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경우가 40% 정도 되는 반면 담낭암은 10~30% 정도에 그친다.  

- 그래도 최근 다양한 항암제 개발로 또 다른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게 됐다고. 

대표적으로 담도암은 세포독성항암제로 치료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아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인식돼왔다. 수술이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이지만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서의 선택 또한 세포독성항암제 외에는 없어서 환자들이 약의 독성을 견뎌야만 했다. 하지만 그 효과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항암제의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담도암에서도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이 개발, 선택할 수 있는 항암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2년 우리나라를 주축으로 한 담도암 연구에서 면역항암제를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가 갖는 생존연장효과를 의미있게 높인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수술이 어려운 환자라도 선행항암치료를 시행,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병기를 낮춰 수술하는 등 새로운 치료방법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환자 상황에 맞춰 고려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담낭·담도암에서도 분명 새로운 치료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이러한 고무적인 상황은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담낭·담도암은 다른 소화기암보다 인식이 낮고 정보가 부족해 오해도 많을 것 같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궁금한 건강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시대다. 물론 질병에 대한 기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정보만 갖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나온 내용을 본인의 상황에 대입해 주관대로 해석하면 질병에 대해 잘못된 인식만 생긴다. 어느 정도 정보를 얻었으면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 

- 치료과정에서는 어떤 점을 가장 강조하나. 

담낭암과 담도암은 조기발견이 어렵지만 그래도 수술이 가능한 상태라면 매우 운이 좋은 것이다.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이렇게 얘기하며 적극 치료를 당부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치료는 의사 혼자 해선 될 것이 아니다. 의사, 환자, 가족이 한마음으로 호흡해야 한다. 환자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주변 가족들도 정서적 지지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줬으면 좋겠다. 

- 담낭·담도암 예방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일상 속에서 담낭·담도암의 위험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좋다. 우선 식습관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식생활과 함께 지방(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간흡충증 또한 위험인자로 보고돼 민물생선 섭취를 피하고 가열해 먹어야 한다. 

높은 체질량지수도 위험인자로 보고된 만큼 적절한 체중조절도 필요하다. 단 급격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담석을 유발하기 때문에 극도로 지방 섭취를 제한하거나 식사량을 줄이는 무리한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건강검진 시에는 복부초음파검사를 추가할 것을 권장한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담낭암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1년마다 복부초음파검사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를 위한 선물로선 그 어떤 것보다도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 최유신 교수는? 

최유신 중앙대병원 외과 교수

최유신 교수는 현재 중앙대병원 외과 과장을 맡고 있으며 담석증과 담낭암, 담도암 등을 전문분야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복강경 담낭절제술 후 발생한 담도결석의 발생위험을 밝혀내는 등 연구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신속·정확한 진단·치료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극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정신적 지지를 강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건강해지는 그날까지 발벗고 뛰는 것이 소망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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