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검사’ 답은 아닙니다
‘무조건 검사’ 답은 아닙니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4.27 10: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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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취약건강권 보장 애썼지만
과잉검진의 시발점 된 ‘문케어’
문재인 케어는 의료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해줬지만 CT·MRI의 무분별한 급여확대로 과잉검진이 확대됐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 MRI·초음파·CT 등을 재점검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문재인 케어는 의료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해줬지만 CT·MRI의 무분별한 급여확대로 과잉검진이 확대됐다. 이에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 MRI·초음파·CT 등을 재점검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건강검진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초음파 ▲MRI ▲PET-CT 등의 과잉검진으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은 악화일로다. 2018년 1891억원이었던 MRI·초음파진료비는 2021년 1조8476억원으로 3년 새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과잉검진 지속 시 2028년에는 건강보험재정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잉검진의 시작 ‘문재인케어’

문재인케어(이하 문케어)는 국민의료비부담을 줄이고자 2017년 시작됐다. 핵심은 꼭 필요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비급여진료 3800여개를 급여화하고 노인·아동·여성·저소득층의 의료비를 대폭 낮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의료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해줬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과잉검진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CT·MRI다. CT는 2016년 915만2147건에서 2019년 1192만561건으로 30%, 뇌질환자의 MRI촬영건수는 2017년 904만명에서 2020년 925만명으로 증가했다. 문케어 시행 1년 후 중간보고에서 뇌·뇌혈관MRI 급여가 예상보다 2배 이상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CT·MRI검사증가와 함께 특수의료장비 수입도 급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CT는 2017년 1964대에서 2020년 2104대로, MRI는 2016년 1425대에서 2020년 1775대로 늘었다. 국내 CT보유량은 100만명당 38.6대로 OECD 평균 27.4대보다 훨씬 높다.

이에 복지부는 올 2월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을 발표, 급여화된 MRI·초음파 중 재정목표 대비 지출초과항목과 이상사례발견항목 중심으로 급여기준을 명확하게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뇌·뇌혈관MRI의 경우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있을 때만 급여로 인정, 최대 2번까지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무분별한 CT, 방사선 피폭량 늘려

고가의료장비는 정확한 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만 무분별한 검사는 오히려 국민건강에 독이다. 대표적인 예가 CT와 엑스레이(X-ray)다. 질병관리청 ‘의료방사선 이용에 따른 국민 방사선량 평가연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평균 방사선검사건수는 2016년 6.1건에서 2019년 7.2건으로 20% 증가했으며 1인당 유효선량은 2016년 1.96mSv에서 2019년 2.42mSv로 23% 증가했다. 이는 유럽 평균 0.97mSv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고려대안암병원 영상의학과 성득제 교수는 “암 진단에 사용되는 CT촬영방사선은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체내에 쌓인다”며 “복부CT촬영은 자연방사선 4~5년치를 한 번에 맞는 것과 같아 무분별한 촬영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교육이 일회성에 그쳐 관리가 미흡했다며 2년 주기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강검진항목에 PET-CT(전신암검사)를 비롯해 뇌CT, 폐CT, 복부CT, 관상동맥CT 등이 포함돼 있어 보수교육이 아니라 건강검진항목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원협회는 “무분별한 혜택이 줄면 방사선검사건수와 방사선피폭선량이 자연스럽게 감소한다”며 “2년 주기 보수교육이 1회 교육보다 유효선량과 피폭선량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전 세계 ‘불필요한 검진 줄이기’ 나서

국가건강검진재정은 연간 약 1조9500억원이며 이중 1조8550억원을 건보재정이 부담한다. 민간검진규모도 약 1조원에 육박해 우리나라는 매년 건강검진에만 약 3조원이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건강검진만 줄여도 건보재정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의료선진국은 10여년 전부터 불필요한 진단, 검사, 치료 등을 배제하고 적정진료를 제공하자는 취지의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PET-CT가 국내에 급격히 유입되면서 건강보험공단 PET청구건수가 2017년 15만2229건에서 2021년 17만3306건으로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역시 2021년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권고문 개발사업’을 통해 분야별 권고문을 마련 중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과잉진단은 불필요한 치료과정으로 자원 낭비와 국민불안감 증가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 만큼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건강검진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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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허 2023-04-30 17:16:29
덕분에 의사들 배가 아주 빵빵히 불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