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애기똥풀 ‘백굴채(白屈菜)’…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자
[한동하의 식의보감] 애기똥풀 ‘백굴채(白屈菜)’…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자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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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산책을 하다 보면 풀숲에 노란 꽃이 군락을 이뤄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애기똥풀’이다.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애기똥풀은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모양도 이쁘고 이름도 독특하기 때문이다.

애기똥풀은 양귀비과 애기똥풀속에 속한 다년생 풀로 전국 각지에 퍼져 있다. 작고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어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애기똥풀이란 이름은 신선한 줄기를 꺾어보면 노란 즙이 나오는 것이 마치 애기 똥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애기똥풀은 여러 이름을 갖고 있다. 애기똥풀은 ‘젖풀’로도 불리며 줄기의 즙을 ‘유즙(乳汁)’이라고도 한다. 또 ‘까치다리’라고도 하는데 아마 씨앗이 들어있는 작은 깍지가 몇 가닥씩 올라온 모습이 마치 까치의 다리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서양에서는 애기똥풀을 ‘셀라딘(Celandine)’이라고 한다. 강한 향과 매콤한 맛을 내는 유즙 떄문에 ‘악마의 우유(Devil’s milk)’라고 한다. 웃긴건 중세 유럽에서는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에게 애기똥풀의 유즙 냄새를 맡게 했다고 한다. 애기똥풀 즙에 진정작용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애기똥풀의 한자명은 ‘백굴채(白屈菜)’다. 백굴채란 이름은 <구황본초(救荒本草)(1406년, 명)>에 처음 나온다. 구황본초는 기근 때 구황(救荒) 식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을 정리해놓은 서적이다. 하지만 이후 한의서에는 거의 기록돼 있지 않다.

흔히 볼 수 있는 약초가 왜 누락됐을까. 아마 독성이 강해 식용 또는 약용하면서 효능과 독성 사이에서 많은 부작용과 시행착오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백굴채는 ‘채(나물 채;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나물이나 반찬으로 여기기에는 독성이 너무 강하다.

백굴채를 기록한 서적으로 <구황본초> 이후 서적으로 유일하게 <야채박록(1622년, 명)>이 있는데 ‘잎을 깨끗한 흙에 버무려 삶아 익혀 하루를 묵혔다가 물을 갈고 잘 헹궈서 기름과 소금으로 간해서 먹는다’고 했다. 섭취법을 보면 백굴채의 쓴맛 성분이나 독성을 제거해서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굴채는 약간 따뜻하고 맛은 쓰고 매우며 독이 있다. 백굴채가 최초로 기록된 <구황본초>에는 ‘맛은 쓰고 약간 맵다’고 했다. <사천중약지>에는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독이 있다’고 했다.

백굴채는 ▲진통작용 ▲기침 억제 ▲근육경련 억제 ▲복통 억제작용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약대사전>에는 ‘진통하고 해수를 멈추며 이뇨,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위장의 동통, 황달, 수종, 개선(疥癬), 창종(瘡腫), 뱀이나 벌레에 물린 교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개선(疥癬)은 옴과 같은 기생충에 의한 피부질환을 말하고 창종(瘡腫)은 피부가 헐거나 종기처럼 나타나는 병증을 말한다. 하지만 백굴채는 간독성이 있어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백굴채는 외용제로서 ▲소염 ▲진정 ▲가려움증 억제 ▲점막보호 작용 등이 있다. <중국식물지>에는 ‘줄기의 즙은 사마귀를 제거하고 각종 피부병을 치료한다’고 했다. 백굴채를 말려서 물에 끓인 후 그 물로 씻어도 좋고 얼굴에 난 기미나 여드름, 염증성피부질환에 세안제로 사용해도 좋다. 사마귀에는 소독된 란셋으로 찔러 여러 번 자잘하게 상처를 낸 후 줄기의 노란즙을 수일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바르면 말라서 떨어진다.

애기똥풀은 ▲진통작용 ▲기침 억제 ▲근육경련 억제 ▲복통 억제작용 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애기똥풀은 ▲진통작용 ▲기침 억제 ▲근육경련 억제 ▲복통 억제작용 등을 하지만 독성을 함유하고 있어 활용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벌레에 물렸을 때도 줄기 속의 노란 즙을 바르면 바로 진정된다. 과거 저녁 무렵 아내와 집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는데 아내가 벌레에 정강이를 물린 적이 있다. 갑자기 엄청난 가려움증과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했고 거의 쇼크가 올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필자가 백굴채의 줄기를 꺽어서 즙을 발라주자 바로 진정됐던 기억이 있다. 백굴채의 노란색 유즙에 진통·진경·마취(마비)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백굴채 줄기 유즙의 주요성분으로는 상귀나린, 켈리도닌, 프로토핀 등의 알칼로이드가 함유돼 있다. 알칼로이드는 질소를 함유한 화합물로 식물들을 해충으로 보호하고 쓴맛 때문에 포식자들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독성분이다. 또 전초에는 플라보노이드, 페놀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들 성분으로 인해 백굴채는 위에서 언급한 진통·진경·마취(마비)작용과 함께 항염·항균·면역조절·항궤양·항암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백굴채는 항암작용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백굴채에 포함된 화학물질은 암세포의 성장을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하지만 정상세포에도 세포독성이 강하고 간염과 피부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효능과 안전성 평가에 있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백굴채는 일반인들에게는 외용제로만 사용해야 한다. 외용제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유즙이 눈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구강자극으로는 입안이 화끈거림, 구역감, 구토를 일으키고 호흡기 자극으로는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또 일부에서는 알레르기성피부염을 유발한다.

백굴채의 독성은 건조시키면 크게 감소한다. <본초학>에서는 건조된 상태로 해서 1회 복용량을 2~8g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가정요법으로 섭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적은 용량이라도 임신, 수유 중인 여성 및 12세 미만 어린이, 간질환자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

애기똥풀은 노란 예쁜 꽃을 피우며 앙증맞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성질이 사납다. 애기똥풀은 양귀비과에 속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매미꽃과 피나물도 양귀비과에 속한다. 이들 식물에도 공통적으로 애기똥풀의 알카로이드성분과 동일한 크립토핀, 프로토핀, 켈리도닌 등이 독성분이 포함돼 있고 줄기를 자르면 노란색 유즙이 나온다. 따라서 매미꽃과 피나물도 섭취하면 안 된다.

효과가 있으면 어느 정도 부작용도 뒤따른다. 하지만 부작용이 심각하다면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적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애기똥풀은 독성이 강해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따라서 활용에 신중해야 한다. 애기똥풀 백굴채(白屈菜).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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