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라 하면 먼저 멀리서 한쪽 눈을 가리고 가리키는 숫자를 읽는 모습이 떠오른다. 강아지에게 한쪽 눈을 가리고 숫자를 읽어보라 하면 좋겠지만 강아지는 그렇게 시력을 검사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들은 우리 반려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보면서 살아가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럴 때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위한 맞춤방식으로 시력검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시력이란 물체의 미세한 세부사항을 개별적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강아지가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정상시력인지 판단하려면 정상시력의 사람이 23미터 정도 거리에서 알아볼 크기의 글자를 6미터 정도까지 와서 읽을 수 있는지 보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실 강아지 입장에서는 작은 글자가 잘 보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보호자와 함께 산책하고 던져진 공을 잡으러 달려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아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력평가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눈앞에 손을 갑자기 가져갔을 때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 앞에서 흥미를 끄는 물체를 떨어뜨렸을 때 시선이 그 물체를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장애물들이 있는 길을 지나갈 때 부딪히지 않고 잘 피해서 통과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평가방법이지만 그 반응에 대한 해석은 수의사의 판단이 필요하다. 대략적인 형태를 인지하기만 하면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시력이 실제로 저하돼 있는 경우에도 반응을 잘 할 수 있고 눈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인지기능 저하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아지가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빠르게 환자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위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인 결과로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물체를 보기 위해서는 빛이 강아지의 눈에 들어와서 눈 안쪽의 ‘망막’이라는 얇은 막에 닿은 뒤 망막에서 그 빛 에너지를 모아 시신경으로 보내주는 경로를 거쳐야 한다. 망막에 문제가 발생하면 물체를 보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망막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수치화된 파형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망막전위도검사(Electroretinography, ERG)다. 파형이 정상적으로 그려지면 망막이 잘 기능하고 있는 것이고 낮은 수치로 측정되면 망막의 기능이 저하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강아지가 갑자기 잘 움직이려 하지 않고 겁이 많아지거나 간식을 잘 못 찾거나 낮은 턱에 자주 부딪힌다면 늦지 않게 동물병원에 방문해 시력에 대한 면밀한 검사를 받아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