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도 시력검사를 할 수 있나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도 시력검사를 할 수 있나요?
  • 윤현정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안과 과장 | 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5.0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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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정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안과 과장
윤현정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안과 과장

시력검사라 하면 먼저 멀리서 한쪽 눈을 가리고 가리키는 숫자를 읽는 모습이 떠오른다. 강아지에게 한쪽 눈을 가리고 숫자를 읽어보라 하면 좋겠지만 강아지는 그렇게 시력을 검사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들은 우리 반려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보면서 살아가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이럴 때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위한 맞춤방식으로 시력검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시력이란 물체의 미세한 세부사항을 개별적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강아지가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정상시력인지 판단하려면 정상시력의 사람이 23미터 정도 거리에서 알아볼 크기의 글자를 6미터 정도까지 와서 읽을 수 있는지 보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실 강아지 입장에서는 작은 글자가 잘 보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보호자와 함께 산책하고 던져진 공을 잡으러 달려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아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력평가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눈앞에 손을 갑자기 가져갔을 때 자연스럽게 눈을 감는 반응을 확인하는 방법, 앞에서 흥미를 끄는 물체를 떨어뜨렸을 때 시선이 그 물체를 따라오는지 확인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장애물들이 있는 길을 지나갈 때 부딪히지 않고 잘 피해서 통과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평가방법이지만 그 반응에 대한 해석은 수의사의 판단이 필요하다. 대략적인 형태를 인지하기만 하면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시력이 실제로 저하돼 있는 경우에도 반응을 잘 할 수 있고 눈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인지기능 저하나 다른 질환으로 인해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아지가 갑자기 앞이 안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면 빠르게 환자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위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객관적인 결과로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물체를 보기 위해서는 빛이 강아지의 눈에 들어와서 눈 안쪽의 ‘망막’이라는 얇은 막에 닿은 뒤 망막에서 그 빛 에너지를 모아 시신경으로 보내주는 경로를 거쳐야 한다. 망막에 문제가 발생하면 물체를 보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망막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수치화된 파형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망막전위도검사(Electroretinography, ERG)다. 파형이 정상적으로 그려지면 망막이 잘 기능하고 있는 것이고 낮은 수치로 측정되면 망막의 기능이 저하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강아지가 갑자기 잘 움직이려 하지 않고 겁이 많아지거나 간식을 잘 못 찾거나 낮은 턱에 자주 부딪힌다면 늦지 않게 동물병원에 방문해 시력에 대한 면밀한 검사를 받아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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