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산후출혈’, 어떻게 대비·대처해야 할까
아는 만큼 보이는 ‘산후출혈’, 어떻게 대비·대처해야 할까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5.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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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산전검사로 고위험군 여부 파악할 수 있어
산후출혈 겪었다면 다음 임신에서도 반드시 대비
산후과정에서 분비되는 오로와도 명확히 구분해야
산후출혈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응급상황이다. 하지만 정기산전검사를 통해 고위험군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출산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아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선물이다. 이에 건강한 출산을 누구보다 바라던 엄마들은 출산 후 예상치 못한 불청객을 만나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중에서도 산후출혈은 즉각 조치하지 않으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후출혈은 출산 후 500cc 이상(제왕절개 후에는 1000cc 이상) 과량 출혈이 발생하는 것으로 ▲출산 후 24시간 이내 발생하는 조기 산후출혈과 ▲24시간 이후부터 6~12주까지 발생하는 후기 산후출혈로 나뉜다. 무엇보다 산후출혈은 대표적인 모성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해외 보고에 따르면 산후출혈은 전체 출산 중 최대 18%에서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2011년부터 현재까지 직접산과적 사망의 주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후출혈이 이처럼 생명에 치명적인 것은 짧은 시간 동안 다량의 출혈로 인해 저혈량성 쇼크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후출혈 시에는 과량의 출혈과 함께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빈백, 저혈압, 호흡수 증가, 발한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산후출혈의 원인은 잘 알려져 있어 위험인자를 가진 산모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적절한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본인이 고위험군인지 알면 얼마든 대비가 가능한 것이다. 

산후출혈은 ▲태아와 태반이 만출된 후 자궁수축력이 부족해 발생하는 자궁수축부전 ▲자연분만이나 제왕절개 후 발생하는 산도나 자궁 손상 ▲전치태반(태반이 자궁경관을 일부 또는 완전히 덮고 있는 경우) 또는 유착태반(태반의 모든 곳이 자궁과 붙어있는 경우) ▲혈액이 잘 응고되지 않는 혈액응고장애 등 크게 4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본인이 고위험군인지 알기 위해서는 산전검사주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이영주 교수는 “출산 전에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응고장애가 있는지, 초음파검사를 통해 전치태반이나 유착태반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며 “또 거대아인 경우 산도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초음파에서 태아체중을 예측해 산후출혈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에는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대비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영주 교수는 “산후출혈이 발생하면 수혈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혈액응고장애나 전치·유치태반이 관찰된 산모들은 출산 전 자가수혈 또는 지정헌혈을 통해 미리 수혈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태반이상에 의한 산후출혈은 다량의 혈액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분만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예방 노력에도 산후출혈이 발생했다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 유지로 수액을 투여하며 필요 시 승압제와 같은 약물을 우선적으로 투여한다.

이후 원인에 따른 조치한다. 자궁수축부전에 의한 산후출혈이라면 자궁수축제를 투여하고 산도나 자궁손상에 의한 출혈은 시술이나 수술을 통해 손상된 조직을 수복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혈액응고장애로 발생한 산후출혈은 부족한 혈액응고인자를 보충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한 번 산후출혈을 겪었던 여성은 다음 임신에서 산후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돼 더욱 조심해야 한다. 초음파검사를 통해 전치 유착태반 유무 등 산후출혈 위험을 꼭 확인해야 한다. 제왕절개로 분만한 경우에도 다음 임신 시 산후출혈 발생위험이 높아 반드시 태반에 대한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한편 산후출혈은 산후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오로와도 구분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은 “분만 이후 자궁에 남아있던 혈액, 탈락막조직, 세포 및 점액이 배출되는 것을 오로라고 하는데 오로에도 혈액이 섞여 있다 보니 산후출혈과 헷갈리기 쉽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영주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오로는 산후 직후부터 3~4일간 혈액이 섞인 선홍색 분비물이 발생하며 분비량이 점차 감소해 백색으로 변한다. 이후 3~4주에 걸쳐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자궁이 수축되면서 오로의 양이 점점 적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산후출혈은 출산 후 24시간 이내부터 12주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김영주 교수는 “특히 산후출혈의 증상인 빈맥이나 저혈압은 혈액 손실이 총 혈액량의 25%(>1500mL)를 초과할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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