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참당귀부터 개당귀까지…알고 먹으면 더 좋은 ‘당귀’
[한동하의 식의보감] 참당귀부터 개당귀까지…알고 먹으면 더 좋은 ‘당귀’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22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고깃집에 가면 쌈 채소로 당귀잎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은은한 당귀향이 나면서 맛도 좋다. 당귀는 예로부터 약으로도 많이 사용됐다. 이번 칼럼에서는 당귀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자. 특히 참당귀와 일당귀의 차이와 함께 독초인 개당귀를 구별해보자.

당귀는 미나리목(산형목) 미나리과(산형과) 당귀속 당귀종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우리말로는 승검초라고 한다. 유심히 살펴보면 당귀는 미나리의 잎과 꽃모양이 비슷하다. <본초강목>에도 ‘당귀는 미나리와 유사하면서 거칠고 크다’라고 했다.

당귀는 ‘Angelica’라고 하는 영어 이름이 있다. Angelica는 천사를 뜻하는 angelu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역병이 유행할 때 꿈속에서 천사가 나타나 건네준 식물로 죽은 사람을 살렸는데 그 식물이 바로 당귀였다는 전설이 있다.

당귀(當歸)는 한자이름이다. <본초강목>에는 ‘당귀는 혈(血)을 고르게 하는 부인을 위한 중요한 약으로 남편을 생각하는 뜻이 있다. 그러므로 당귀(當歸)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했다. 당귀라는 이름에는 남편을 기다리는 부인의 애절함을 담고 있다. 옛날에 이별할 때는 작약을 주고 만나자고 할 때는 당귀를 줬다. 그래서 작약을 받았다면 헤어지자는 것이고 당귀꽃을 받았다면 만나자는 의미다.

또 ‘기혈(氣血)이 어지러운 자가 당귀를 복용하면 즉시 진정된다. 기혈이 각각의 장소로 돌아가도록[所歸] 할 수 있으므로 당귀의 이름은 필시 여기에서 기인하였다’고 하였다. 당귀(當歸)에는 마땅히 돌아온다는[所歸] 의미가 있다.

당귀는 전 세계적으로 90여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참당귀(토당귀, Angelica gigas)와 일본 기원의 일당귀(A. acutiloba)가 있다. 참고로 일당귀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당귀가 아니라 일본기원 당귀를 한국에 심은 것을 일당귀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간혹 중국당귀(A. sinensis)도 유통된다.

참당귀의 꽃은 적자색이고 일당귀 꽃은 흰색이다. 참당귀의 잎은 상대적으로 크고 맛이 달고 맵다. 반면 일당귀의 잎은 좁고 작은 편이며 향이 강하고 맛은 달고 그렇게 맵지 않다. 일당귀 잎이 상대적으로 더 짙은 녹색을 띠고 윤기가 난다. 식당의 쌈채소로는 주로 일당귀잎이 나온다.

당귀는 참당귀와 일당귀 등 종류가 여러 가지며 각기 몸에 이로운 효능을 갖고 있다. 단 평소 소화불량이나 설사가 잦거나 몸이 찬 소음인은 섭취에 주의해야 하며 개당귀는 독초로 함부로 섭취해선 안 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당귀는 혈액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재로 알려져 있다. 참당귀는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진통작용이 강하고 일당귀는 보혈작용이 강하다. 따라서 어혈에는 주로 참당귀, 보약에는 일당귀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참당귀에 포함된 데커시놀이란 생리활성물질이 진통효과와 함께 뇌신경세포 보호작용을 해 치매예방, 항암작용효과 등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당귀에 포함된 지표물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참당귀와 일당귀는 모두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등재돼 있어 약용 가능하다.

그렇다면 문헌에 기록된 당귀의 효능을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당귀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은 없다. 보통 말려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원래 문헌에는 노두를 제거하고 술에 하룻밤 담갔다가 다시 약한 불로 말려서 사용하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노두 부분만 떼고 사용하면 된다.

당귀는 혈(血)을 보해준다. <본초강목>에는 ‘온갖 피로를 보해 주며, 악혈(惡血)을 깨뜨리고 새로운 피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모든 혈병(血病)을 치료한다. 혈을 조화시키고 잘 흐르게 하며 혈(血)을 보한다’고 했고 ‘썰어서 달여 먹거나, 환이나 가루로 만들어 먹는데 모두 좋다’라고 했다. 당귀는 주로 보약에 사용되는데 실제 보혈(補血)하는 대표적인 처방인 사물탕(四物湯)에 당귀가 들어간다.

당귀는 속을 보하고 통증을 없앤다. <본초강목>에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한다’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어혈(瘀血)로 찌르듯 아플 때는 당귀를 쓰니, 혈을 조화롭게 하는 약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당귀는 속이 냉해서 나타나는 복통이나 딸꾹질에도 좋고 특히 과다출혈이나 빈혈로 인한 두통에 특효다.

당귀는 부인병의 성약(聖藥)이다. <본초강목>에는 ‘부인이 자궁출혈과 대하로 임신하지 못하는 증상, 자궁출혈로 허리가 아픈 증상, 여러 가지 부족한 증상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따라서 당귀는 예로부터 여성들의 난임, 월경통, 임신 중의 태동불안이나 난산, 산후풍 등에 요약으로 처방됐다.

당귀는 부위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본초강목>에는 ‘머리 쪽은 지혈하고, 잔뿌리는 어혈을 제거하고, 몸통은 혈을 고르게 한다’고 했다. 이에 보할 때는 주로 몸통을 사용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거나 교통사고로 인한 타박상, 피멍이나 진통작용을 내기 위해서는 잔뿌리를 사용한다.

혈액을 보하는 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에는 당귀신(當歸身, 몸통)이 들어가고 어혈을 제거한다는 당귀수산(當歸鬚散)이란 처방에는 당귀미(當歸尾, 잔뿌리)가 들어간다. 집에서 차로 활용하는 경우 구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함께 사용해도 무관하다.

당귀는 인삼이나 황기와 함께 활용하면 보혈작용이 더 좋아진다. 당귀도 그렇지만 인삼이나 황기도 모두 소음인에게 좋다. 또 당귀는 천궁(궁궁이)과 궁합이 좋아서 당귀와 천궁의 비율을 2:1로 해서 차로 끓여 마시면 빈혈로 인한 두통이나 어지럼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는 ‘천궁과 당귀를 합하면 궁귀탕(芎歸湯)이 되는데 혈약(血藥) 중에서 가장 좋다’고 했다.

당귀는 성질이 기름져서 간혹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본초정화>에는 ‘위기(胃氣)와 서로 맞지 않으므로 장위가 박약하고 비위에 병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평소 소화불량, 설사를 자주 하는 경우 섭취에 주의해야겠다. 속이 냉한 소음인이도 마찬가지다.

등산을 하다 보면 당귀와 비슷하게 생긴 식물이 있다. 바로 지리강활(개당귀)이다. 지리강활은 독초로 함부로 섭취해서는 안 된다. 지리강활 고용량을 잘 못 먹으면 마비, 경련, 의식불명 등의 독성을 나타낸다.

당귀(當歸)의 이름을 보면 예전처럼 건강한 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 자신하는 것과 같다. 각각의 효능을 알고 나니 무작정 ‘토당귀가 좋다’ ‘일당귀가 좋다’라고 할 수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섭취할 때 구분해 볼 만하다. 당귀는 당연히 건강하게 돌아와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킬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