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조직 만드는 ‘바이오프린팅’…의료현장의 새 패러다임으로 떠올라
생체조직 만드는 ‘바이오프린팅’…의료현장의 새 패러다임으로 떠올라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5.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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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프린팅(Bio Printing)’이 장기부족 현상을 해소할 차세대 기술로 꼽히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바이오프린팅(Bio Printing)’이 장기부족현상을 해소할 차세대기술로 꼽히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21년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명을 넘어섰지만 성사된 장기이식은 400건에 그쳤다. ‘장기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 이러한 상황에서 재생의학이 전 세계 장기부족현상을 해소할 차세대기술로 꼽히고 있다.

재생의학은 손상되거나 결손이 발생한 장기나 조직을 새로운 조직으로 대체, 기능회복을 꾀하는 치료법이다. 재생의학에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종류가 많지만 이 중 인체조직을 3D프린터로 재현할 수 있는 ‘바이오프린팅(Bio Printing)’이 대표적이다.

■바이오프린팅, 바이오잉크 개발이 핵심

바이오프린팅은 세포와 생체물질 등을 활용한 바이오잉크와 3D프린터를 사용해 인공장기나 조직을 제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바이오프린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오잉크’다.

바이오잉크는 살아있는 세포와 바이오분자를 말하며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바이오잉크는 우수한 세포친화성을 가져야 한다. 특히 인공조직과 장기재생의 경우 프린팅된 세포의 증식과 분화에 유리한 생물학적환경이 필수다. 또 프린팅 공정이 길어질 때는 카트리지 내에서 세포생존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공급이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도 프린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약 60~100조가량이며 세포종류에 따라 필요로 하는 생물학적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세포나 단백질 같은 유기물만으로는 적층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과학자들은 ▲알긴산(alginate) ▲콜라겐(collagen) ▲하이드로젤(hydrogel) 등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해 세포적층을 시도하고 있다.

이 중 하이드로젤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하이드로젤은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체내에 들어갔을 때 높은 온도에서 세포가 죽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하이드로젤 역시 내부에서 세포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세포의 생존율이 낮고 인쇄 해상도가 높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가운데 포스텍 차영준 학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해조류와 가시광선을 이용해 세포생존율이 높은 바이오잉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해조류 탄수화물의 일종인 알지네이트의 ‘광가교’를 통해 아주 미세한 크기의 마이크로 젤을 만들었다. 새로 개발한 잉크를 사용해 3D 바이오프린팅을 진행한 결과 기존 바이오잉크에 비해 세포 생존율이 4배 이상 크게 향상됐다. 또 마이크로 젤은 일정 시간 힘을 줬을 때 오히려 점도가 낮아지고 형태가 변형된 후 원래 형태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프린팅 결과물의 해상도와 적층능력을 높였다.

차영준 교수는 “천연 생체물질을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높은 세포탑재 능력을 지니는 바이오잉크를 실제 3D 바이오프린팅에 적용해 효과적인 인공 조직용 구조체를 제작했다”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한 개선과 기술 고도화를 통해 실제 인공장기와 배양육 제작 시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각막을 넘어 당뇨발까지 

바이오프린팅의 대표적인 성과로는 2018년 영국 뉴캐슬대학의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각막이 있다. 각막 기증자에게서 얻은 건강한 각막세포와 줄기세포, 생체 적합성 물질로 만든 하이드로젤을 혼합해 인공각막 출력용 바이오잉크를 개발한 것.

우리나라 역시 바이오프린팅 개발에 적극적이다. 이 중 로킷헬스케어가 가장 활발히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로킷헬스케어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당뇨병성 족부궤양(당뇨발) 치료에 쓸 수 있는 환자 맞춤형 패치 기술을 상용화했다.

패치는 의사가 태블릿으로 상처부위를 촬영한 후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패치를 디자인한 뒤 3D바이오프린터로 출력한다. 우리나라와 미국, 인도 등 5개국에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 인종, 나이, 환부의 크기나 위치에 상관없이 환자 맞춤형 패치시술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피부 패치는 당뇨발 치료뿐 아니라 골관절염에서도 가능성을 나타냈다. 이집트에서 이뤄진 임상에서는 관절경을 통해 연골의 손상부위를 촬영, 패치로 제작한 결과 수술 이후 3개월부터 환자의 골관절염지수(WOMAC)가 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로킷헬스케어는 당뇨발을 넘어 만성신부전증환자의 투석시기를 늦출 수 있는 패치를 개발 중이다. 신부전용 패치에는 ‘그물막’(omentum)이라는 바이오잉크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실제 신부전을 일으킨 생쥐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에서는 망가진 신장에 패치를 부착하자 섬유화(fibrosis)를 막는 효과가 관찰됐다.

참고로 만성신부전증은 콩팥의 지속적인 손상으로 신기능이 감소한 상태로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한 번 투석을 시작하면 환자는 일주일에 3~4번씩 투석을 받아야 하며 신장이식은 5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로킷헬스케어 김지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환자의 지방, 그물막 등에서 유래한 바이오잉크는 면역반응의 부작용이 없어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 복용이 필요 없는 것도 이점”이라며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융합된 바이오프린팅은 만성질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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