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야 하는 노년기…3명 중 1명은 ‘삼킴장애’
잘 먹어야 하는 노년기…3명 중 1명은 ‘삼킴장애’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5.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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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영양섭취 어려워 전신건강 악화
뇌졸중, 후두암 등 원인질환 유무도 파악해야
음식 적응훈련 및 식사 자세교정 등 재활 필수
삼킴장애는 먹는 즐거움을 빼앗을 뿐 아니라 영양섭취를 방해해 노년기 건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삼킴장애가 의심되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구고령화로 노년기 건강을 해치는 여러 질환들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삼킴장애도 그중 하나. 하지만 다른 질환에 비해 인식이 낮고 관심도 적은 것이 사실이다. 

삼킴장애는 음식물을 입에 넣어 삼키는 과정인 ‘연하’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으로 삼킴곤란, 연하장애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은 입에서 인두, 식도를 통해 위장까지 정상적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 중 한 부분에서라도 문제가 생기면 삼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은 구강인두의 변화나 노화로 인한 신경세포의 감소, 장기간 신체활동 감소 등에 의해 삼킴장애를 흔히 겪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인 3명 중 1명에서 삼킴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이장우 교수는 “예전보다 식사  시 사레들리는 빈도수가 많아지거나 음식을 씹기 어렵고 삼키는 데 오래 걸리는 등 삼킴장애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킴장애, 이럴 때 의심

1. 음식을 씹기 어려움
2. 음식을 삼키기가 어려움
3. 삼킨 후 목에 이물감, 음식물의 잔류감이 있음
4. 음식물이 코로 역류함
5. 삼키는 것이 오래 걸리거나 지연됨
6. 침이 흐름
7. 식사 중 사레들림
8. 식사 후 기침이 나거나 또는 목이 메임
9. 식사 후 목소리가 변하거나 쉰 소리가 남 

삼킴장애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혹시 모를 질병이 원인일 수 있어서다.

삼킴장애는 원인에 따라 크게 기능성 삼킴장애기질적 삼킴장애로 나뉜다. 기능성 삼킴장애는 삼킴운동에 관계되는 부위의 기능이 손상된 것으로 운동마비나 근력저하, 감각장애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뇌졸중,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루게릭병, 신경근육질환 등이 있다.

기질적 삼킴장애는 삼킴운동과 관련된 기관에 구조적인 이상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이를 일으키는 질환은 후두암이나 인두암 등의 두경부종양이 대표적이다. 식도 벽을 딱딱하게 만드는 경피증이나 식도가 움직이지 않는 식도이완불능증 등도 기질적 삼킴장애를 일으킨다.

삼킴장애로 진단되면 원인에 맞는 치료계획을 세워 적극 치료에 나서야 한다. 치료가 늦으면 영양장애와 탈수로 인해 전신건강이 나빠지며 흡인성폐렴과 패혈증 등의 합병증으로 생명에도 치명적일 수 있다.

원인질환이 있다면 이를 제거하는 급성기치료를 먼저 진행하고 이후 재활치료와 식이조절, 자세교정과 운동을 병행하는 회복기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삼킴장애환자들이 어려움 없이 식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활치료가 필수다.

비디오투시삼킴검사를 통해 어느 단계에서 삼킴곤란이 발생하는지 파악한 후 앞으로 어떤 식사를 제공할지, 어떤 자세와 재활훈련법을 교육할지 구체적인 치료계획을 세운다.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는 “먼저 다양한 점도의 음식물(푸딩, 요플레, 걸쭉한 토마토주스, 밥)을 통해 폐로 넘어가지 않고 인두 내에 잔류물이 남지 않은 음식종류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실제로 먹을 수 있게 훈련한다”며 “이와 더불어 씹는 동작과 인두근육을 강화해 흡인이 잘 생기지 않게 하는 삼킴재활훈련을 시행하고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고개를 앞쪽으로 숙이고 턱을 당긴 채 삼키는자세교정도 함께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재활치료에도 폐렴 발생가능성이 큰 경우 튜브(콧줄)나 위루관영양(뱃줄)을 이용해 식사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욱 교수는 “삼킴장애는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과 고통을 주며 흡인성폐렴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한편 삼킴장애가 노년기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학계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기존의 방법으로 진단이 어려웠던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삼킴장애 분석법이 개발됐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기욱·의공학연구소 주세경 교수팀(이하 연구팀)은 삼킴장애는 있지만 검사결과는 정상인 환자들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새로운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 분석법을 개발했다.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법(이하 VII법)은 센서가 달린 카테터를 식도까지 넣은 후 환자에게 생리식염수를 삼키게 하고 그때 발생하는 센서 사이의 저항값과 식도 내의 압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기존에는 고해상도 식도내압검사에서 측정된 저항값을 적분하는 분석방법(이하 EII법)으로 삼킴곤란을 진단해왔다. 하지만 검사결과가 정상인데도 삼킴장애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많았다. 이 경우 환자들의 예민함으로 간주하거나 약물치료만 진행할 수밖에 없어 더욱 정확하게 삼킴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VII법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삼킴장애로 식도이완불능을 진단받은 환자군 ▲삼킴장애 증상만 있고 검사결과는 정상인 환자군 ▲무증상 정상인 각 12명을 대상으로 EII법(저항값을 적분하는 방법)과 VII법(저항값의 역수를 적분하는 방법)에 대한 삼킴장애 진단 민감도를 분석했다.

분석결과 검사결과는 정상이지만 삼킴장애 증상이 있는 환자군과 무증상군의 비교 결과에서 진단 민감도가 EII법 0.51, VII법 0.68로 더 큰 폭으로 차이를 보여 VII법의 진단율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정기욱 교수는 “삼킴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존 검사결과에서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던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삼킴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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