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불가촉천민 흡연자(NQ Smoker)’를 위한 금연정책
[특별기고] ‘불가촉천민 흡연자(NQ Smoker)’를 위한 금연정책
  • 윤방부 회장(연세대 명예교수,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5.3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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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방부 회장(연세대 명예교수,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
윤방부 회장(연세대 명예교수,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

오늘은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이다. 백해무익한 흡연은 건강의 주적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흡연자 중 1/3은 전혀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다. 또 금연을 시도하는 10명 중 6명은 실패하며 이들은 한 해 12조원의 세금을 낸다. 이러한 흡연자들은 자조적인 말로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만질 수 없을 정도로 천한 것으로 여겨지는 천민계층)’ 취급을 받는다고 하는 글을 어느 일간지에서 본 적이 있다. 필자는 이들을 ‘불가촉천민 흡연자’ 또는 영어로 ‘NQ(Never Quit) Smoker’라고 불러보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2021년 기준으로 19.3%다(남자 31.1%, 여자 6.9%). 흡연율은 매일흡연율(평생 5갑 이상 담배를 피웠고 현재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현재흡연율(평생 담배를 5갑 이상 피웠고 현재 30일 동안 하루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으로 나눠 정의한다. 2018년 우리나라의 매일흡연율은 17.5%로 OECD 평균 18%보다 낮으나 일본(17.8%)과 유사하고 미국(10.3%)보다는 높아 OECD국가 중 5위 정도에 해당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흡연율은 2020년 기준 현재흡연율이 4.4%(남 6%, 여 2.7%)다. 코로나19로 인해 흡연율이 감소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금연을 위해 국가적으로 많은 금연정책이 시도돼왔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완벽한 정책은 없었고 흡연율은 크게 변하지 않아 10억명의 세계인구가 흡연하고 600만명이 건강상 위해로 사망하고 있다. 

결국 완전한 금연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국민건강을 위해 금연정책은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앞에 서술한 흡연자의 1/3, 즉 금연 시도에 실패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금연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되 이들을 위한 정책적대안도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목표는 금연이지만 그 단계까지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불가촉천민’을 위한 중간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완전한 금연은 어렵지만 그 중간단계로 무엇이 가능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들을 방치할 순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흡연은 하되 건강에 유해한 물질을 감소시킨 담배가 필요하지 않을까. 노출감소(유해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거나 담배연기의 유해물질이 적거나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이 줄어든 제품)와 유해저감(개인흡연자들의 담배 관련 질환 위해 및 유해를 현저히 감소시킨 제품)을 가져오는 담배제품은 없을까? 담배 중독은 니코틴이 원인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다행히 니코틴은 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미치지 않으며 흡연 시 발생하는 기타 유해물질(약 8000종)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물론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흡연을 시작하지 않거나 금연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연을 시도하지 않거나 해도 계속 실패하는 흡연자들에게 최선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태우지 않는 제품,즉 전자담배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사료된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연소시키지 않고 350도 이하로 가열해(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 유해물질 발생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이에 따라 흡연자가 노출되는 유해물질이 크게 준다고 알려졌다. 

흡연을 중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자들과 금연론자들의 많은 반대가 있지만 한 번쯤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자담배 정책을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은 일반담배의 대체형태로서 담배로 인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채택하고 있다. 2009년 미국 FDA에 의해 가족흡연방지 및 담배규제법을 제정해 덜 해로운 제품으로 취급되거나 판매될 수 있는 제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위험저감 담배 관련 제품(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이하 MRTP)’으로 지칭했다. 이 법률에 따라 과학적으로 엄격히 검증된 제품에 대해서는 MRTP로 인정하고 있다. 

영국은 아예 전자담배를 니코틴보충제로 분류하고 금연보조제로서 인정하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95% 안전하다며 흡연자들에게 전자담배로 바꿀 것을 권유한 바 있으며 영국 의사협회에서는 ‘전자담배는 명확하게 흡연과 관련된 위해성을 줄이는 데 이점이 있으며 전자담배 사용이 일반담배 흡연보다 훨씬 안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영국 국가보건원(NHS)은 전자담배를 금연의 보조수단으로 처방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16년 영국 보건부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안전관리국에서는 담배제조업체 BAT의 전자담배 ‘e-Vok’를 금연보조치료제로 파는 것을 허가했다. 금연보조제로서 건강보조기구 판매 지위를 획득하면 담배 제조회사는 영국 국가보건원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뉴질랜드 보건부 장관 역시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 Snus 등 일반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훨씬 덜 해를 끼칠 수 있는 제품이 국제적으로 많이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뉴질랜드 내각 회의에서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약 95% 덜 해로운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전자담배에 대한 가벼운 규제를 적용하고 합법화하기로 동의했다. 

또 2021년 뉴질랜드 정부는 흡연비율을 인구의 5%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Smoke-free 2025’ 실행계획을 발표하며 각종 규제정책을 제시했는데 전자담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처럼 세계 선진국들은 담배에 대한 노출과 위험요소 감소 면에서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나온 전자담배를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자담배를 아예 백안시하고 있다. 특히 전자담배를 중간금연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면 무슨 역적이나 되는 것처럼, 전자담배회사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무조건 비판하는 각종 금연단체, 정부 관료 등이 현존한다. 불가촉천민 흡연자, NQ Smoker는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데도 말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금연정책에 유연성과 포용성을 갖고 담배피해를 저감시킨다고 알려진 담배제품을 권해 최종적으로 금연에 이르게 하는 관용적인 금연정책, 즉 현실적인 대책을 펼칠 때가 됐다. 의구심을 갖지 말고 전자담배가 과학적으로 담배의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주장도 수용해야 한다. 또 각종 담배제품의 성분을 분석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 각자가 금연하든 흡연하든 개인에게 맡기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거나 피해를 주는 금연정책은 실행돼선 안 된다.  

전자담배를 들먹이는 사람들을 역적, 매국노로 취급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독립투사나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사회 풍토는 바뀌어야 한다. 각종 금연단체부터 연구자, 정부관계자, 금연을 연구하는 일부 의료인, 언론까지 발상 전환과 이전보다 한 발 나아간 건설적인 논의와 협조가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이러한 노력이 중요해진 시점이 왔음을 자각하며 부디 담배 연기 없는 미래 실현을 위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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