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회복’은 아직…팬데믹에 성인 중증우울증 2배↑
‘마음 회복’은 아직…팬데믹에 성인 중증우울증 2배↑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6.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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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청년층 환자 급증
이상 느꼈을 때 도움받아야
조기진단·치료로 극복 가능
젊은층의 우울증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진단·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분 저하는 물론 식욕저하, 피로감, 집중력저하 등의 증상이 지속돼 일상생활에 영향이 크다면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완전한 일상 회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기나긴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마음의 흔적은 뚜렷하게 남았다.

최근 우리나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인구기반 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19 대유행 전후의 우울증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팬데믹시기의 우울증 유병률이 이전에 비해 증가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가정의학과) 김승재(교신저자) 교수,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응준(제1저자) 교수팀은 팬데믹 전후 대한민국 19세 이상 성인 우울증 유병률 변화 및 우울증 유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 위와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PHQ-9설문(우울증 건강설문) 결과가 수록된 2018년과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이용, 총 1만5351명의 표본 중 2018년 표존 6837명, 2020년 표본 5265명을 대상자로 선정했고 우울증은 PHQ-9 총점을 바탕으로 10점 이상으로 정의했다.

분석결과 팬데믹 시기(2020년)의 우울증 유병률은 5.2%로 팬데믹 이전(2018년)의 4.3%에 비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설문결과가 20점 이상인 중증우울증 유병률은 2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연구팀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 팬데믹시기에 우울증을 야기하는 독립적 위험인자를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 1.63배 ▲50세 미만의 연령(80세 이상 대비 20대는 7.31배, 30대는 7.38배, 40대는 4.94배) ▲실업(2배) ▲가구 소득 중상위층(소득 상위층 대비 1.83배) ▲의료급여자 2.35배 ▲낮은 주관적 건강상태(높은 주관적 건강상태 대비 4.99배) ▲현재흡연(2.29배)에서 우울증 발병위험이 높았다.

연구를 주도한 김승재 교수는 “여성은 학교 폐쇄로 인한 비대면수업 및 가족구성원의 코로나 감염 등으로 양육 및 가사부담이 늘어난 것이 우울감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또 50세 미만에서 우울증 발병위험이 높은 것은 해당 연령의 경우 코로나 이전부터 은퇴, 독거 등으로 감정적고립을 경험하던 고령층에 비해 활발하던 사회활동이 갑자기 줄면서 우울증 발병에 더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 :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팬데믹기간 우울증 유병률 비교 그래프. B : 코로나19 팬데믹시기 우울증 발병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인자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젊은층의 우울증은 큰 사회적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 우울증환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20대 환자는 2016년 6만4497명에서 2020년 14만6977명으로 절반 이상 늘었으며 30대 환자 역시 2016년 7만5949명에서 2020년 11만7186명으로 1/3가량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 “2030 세대는 취업 또는 직장스트레스, 인간관계, 가정환경, 이성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다른 연령층에서보다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이 곧 절망감과 무기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부를 수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증상이 우울증인지 인지하지 못하거나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받을 때까지 얘기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또 우울증은 신체적증상으로로도 나타나다 보니 내과진료만 받다 결국 우울증 진단과 치료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준 교수는 “우울증이 찾아오면 우선 기분이 저하되지만 수면장애, 식욕감퇴(또는 비정상적인 식욕증가) 등 다양한 신체적증상을 동반하며 집중력저하 같은 인지기능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위와 같은 증상들이 거의 매일 또는 온종일 이어져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마음의 문제를 의심해보고 조기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볼 것”을 당부했다.

우울증으로 진단됐다면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시행해 증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조성준 교수는 “우울증은 심신이 나약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 자책할 필요가 없으며 전문가 상담과 항우울제 복용 등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는 우울증환자 대부분에 효과적이며 가벼운 우울증은 인지행동치료나 대인관계치료와 같은 심리치료만 진행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중증우울증은 항우울제 복용 등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정성훈 교수는 “약의 의존성과 내성을 걱정해 복용을 꺼리는 환자들도 많은데 정신과 약은 다른 약물에 비해 의존성이 높지 않고 일부 약물에서 의존성을 보이더라도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고 중단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꾸준한 치료와 더불어 자기관리, 즉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생활환경에 변화를 줘야 한다. 조성준 교수는 ▲신체에 무리 없는 운동 꾸준히 하기 ▲틈틈이 햇볕 쬐기 ▲우울한 감정 숨기지 말고 친한 지인이나 전문가에게 털어놓기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기 등을 권했다. 알코올은 증상을 악화시켜 술로 우울한 감정을 달래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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