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무더운 여름철, ‘생맥산(生脈散)’으로 원기보충 어떠세요
[한동하의 식의보감] 무더운 여름철, ‘생맥산(生脈散)’으로 원기보충 어떠세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6.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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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왕들은 무더운 여름을 보내기 위해 맥문동 2돈, 인삼, 오미자 각 1돈 등을 물에 넣고 다려 ‘생맥산’을 만들어 먹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여름철에는 무더위로 고생하고 땀을 많이 흘려서 기진맥진하기 일쑤다. 그럴 때 차가운 얼음물을 마시며 에어컨 앞으로 자리를 옮겨 더위를 달랜다. 하지만 더위가 쉽게 사그라들거나 기운이 나는 것도 아니다. 에어컨이 있어도 더운데 옛 왕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냈을까. 왕들은 이럴 때 생맥산(生脈散)을 만들어 먹곤 했다.

생맥산은 왕들의 여름철 보약으로 어의들은 왕에게 수시로 복용할 것을 권했다. 한국고전종합 DB를 통해 검색해 보면 <승정원일기> 본문에 생맥산이 347회 나온다. ‘승정원일기’에는 왕의 건강과 관련해 내의원의 업무까지도 기록돼 있는데 이것을 보면 그만큼 왕들에게 많이 권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맥산(生脈散)은 금나라 때 이고(李杲)가 편찬한 <내외상변혹론(內外傷辨惑論, 1231년)>에 처음 나온다. ‘내외상변혹론’은 줄여서 보통 <내외상변(內外傷辨)>이라고 부른다.

내용을 보면 ‘성인이 세운 치료법에 여름철에는 마땅히 보(補)해야 한다고 한 것은 천진(天眞)의 원기(元氣)를 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화열(火熱)을 보하라는 것이 아니니 여름철에 찬 것을 먹는 것이 이 때문이다. 고로 인삼의 단맛은 기를 보하고 맥문동의 쓰고 찬 기운은 열을 식히면서 수(水)의 근원을 보하고 오미자의 신맛은 조금(燥金)을 청정(淸淨)하게 만들어 억누르기 때문에 생맥산(生脈散)이라고 이름 지었다’라고 했다. 본서에는 용량이 나오지 않는다.

생맥산의 구성과 용량은 서적마다 다르다. <동의보감>에는 ‘맥문동 2돈, 인삼, 오미자 각 1돈 등을 물에 넣고 달여서 여름철에 숭늉 대신 마신다’고 했다. 1돈은 약 4그램으로 계산하면 된다. 성인 기준으로 하루 2배 용량으로 해서 물 2리터에 넣고 약한 불로 1시간 정도 끓여서 식힌 다음 하루 동안 수차례 나눠 마시면 된다.

<의감중마>에는 ‘맥문동 2돈, 인삼 오미자 각 1돈에 황기, 감초 각 1돈을 더한다’고 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기운이 없는 경우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황기와 감초를 넣는 것은 무난하다. 참고로 <경악전서>에는 인삼 5돈, 맥문동, 오미자 각 3돈으로 돼 있다. 하지만 여름철에 인삼을 한 번에 20그램을 사용하기에는 용량이 너무 많다.

생맥산 구성 원료들의 개별 효능을 살펴보겠다. <의방집해>에는 ‘인삼은 맛이 달고 따뜻하니 폐기(肺氣)를 크게 보해서 군약(君藥)이 되고 맥문동은 땀을 멎게 하니 폐를 윤택하게 하고 수(水)를 촉촉하게 대주며 심장을 서늘하게 하고 열을 식혀주니 신약(臣藥)이 되고 오미자는 맛이 시고 따뜻하니 폐기(肺氣)를 수렴하며 진액을 생하게 하고 흩어지는 기운을 거둬드리니 좌약(佐藥)이 된다’고 했다. ‘심(心)은 맥을 주관하고 폐는 모든 맥을 알현하게 하니 폐를 보하고 심을 서늘하게 해서 기를 충만하게 하고 맥을 되살리기 때문에 이름을 생맥(生脈)이라고 한 것이다’라고 했다.

생맥산은 여름철 원기(元氣)를 보충한다. <동의보감>에는 ‘생맥산에서 말하는 맥(脈)은 원기(元氣)이다’라고 했다. <급유방>에는 ‘쇠나 돌까지 녹일듯한 날에 찬물은 몸에 해롭다. 이런 날씨에는 생맥산으로 몸의 정기(正氣)를 기르고 원기를 북돋아 준다’고 했다. 원기(元氣)는 생명력이나 항병력을 의미하는데 면역력을 의미하는 정기(正氣)와 비슷한 용어다.

또 <경악전서>에는 ‘이 처방은 생맥(生脈)이란 이름 때문에 의사들이 맥탈(脈脫)의 치료에 다용하는데 맥탈은 양기에서 비롯되는데 어떻게 맥문동과 오미자의 마땅함이겠는가? 역시 얕은 견해다’라고 했다. 맥탈(脈脫)이란 손목의 촌구맥을 잡아도 잘 잡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름은 혈맥(血脈)을 생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기(氣, 원기)를 보하는 처방이라는 것이다.

생맥산은 여름철에 기운이 나게 한다. <의본>에는 ‘무릇 여름 더위에는 마땅히 기(氣)를 보해야 한다. 이 시기에 사람의 양기는 모두 피부 바깥쪽으로 뜨기 때문에 속은 비어 허(虛)해진다. 이 약은 폐장을 식히고 수분을 공급하며 원기를 보한다’고 했다. <경악전서>에는 ‘열이 원기를 상하게 해서 몸이 권태롭고 기운이 딸리며 팔다리와 몸의 늘어짐, 하지무력을 치료한다’고 했다.

생맥산의 재료인 맥문동(맨 위), 인삼(왼쪽), 오미자(사진=한동하한의원 제공).
생맥산의 재료인 맥문동(맨 위), 인삼(왼쪽), 오미자(사진=한동하한의원 제공).

또 생맥산은 여름철 갈증과 땀을 줄인다. <경악전서>에는 ‘갈증이 있고 땀이 그치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화(火)가 몹시 성하여 금(金)이 굴복하는 때에는 한수(寒水)가 몸에서 끊어지기 때문에 급히 치료해야 한다. 생맥산으로 습열(濕熱)을 제거한다’고 했다. 눅눅한 열을 내리고 수분을 공급해준다는 의미다.

생맥산은 숨참과 기침에도 좋다. <경악전서>에는 ‘금(金)이 화(火)에 의해 억눌려서 수(水)가 생(生)하지 못해서 나타나는 기침과 숨참을 치료한다’고 했다. 오행으로 보면 금(金)은 수(水)를 생하는데 금이 약해지면 수가 생성되지 않는 것이다. 이밖에도 <의방집해>에는 ‘기가 짧고 권태로운 것, 폐가 허해 기침하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생맥산은 기운이 없으면서 오래 가는 만성기침에도 도움이 된다.

생맥산은 일사병에 의한 경련에도 좋다. <경악전서>에는 ‘여름철에 졸도로 인해서 갑자기 경련증이 나타나는 경우는 화(火)가 금(金)을 이겨서 열(熱)이 기(氣)를 상하게 한 것 때문이니 이것은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서풍(暑風)이다. 만약 수(水)가 화(火)를 억제하지 못해서 갈증이 많은 경우에는 생맥산이 마땅하다’라고 했다. 생맥산은 여름철에 물 대신 마시는 이온음료의 효과를 낸다.

원래 이름이 생맥산(生脈散)이라고 한 것을 보면 원래는 가루로 만들어 놓았다가 이것을 물에 타서 먹서나 또는 끓여서 먹었던 것 같다. 마치 쌍화탕(雙和湯)과 같은 경우다. 쌍화탕도 원래는 쌍화산(雙和散)이란 이름으로 가루로 만들어 놓았던 것을 필요할 때 끓여서 먹었다. 따라서 생맥산 재료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먹거나 꿀에 재 놓았다가 여름철 냉수에 타서 먹어도 좋고 원재료를 물에 끓여서 생맥탕(生脈湯)으로 활용해도 좋다.

생맥산은 여러 체질이 먹기에 궁합적으로 문제가 없다. 뜨거운 약성의 인삼이 있지만 서늘한 약성의 맥문동이 잡아준다. 만일 전형적인 태음인이 확실하다면 인삼을 빼고 맥문동과 오미자만 사용해도 좋다. <동의사상신편>에는 생맥산을 태음인 처방으로 설명하면서 인삼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무더워지는 여름, 생맥산을 건강음료로 만들어 먹어 보자. 더위를 덜 타고 땀도 덜 흘리고 기운이 소모되는 것도 막아줄 것이다. 특히 어쩔 수 없이 뙤약볕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라면 생맥산이 더욱더 절실할 수 있다. 생맥산은 무더운 여름철, 기진맥진한 몸을 쌩쌩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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