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입 주변의 간헐적 불편함, 범인은 신경성 통증?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입 주변의 간헐적 불편함, 범인은 신경성 통증?
  • 김정미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내과 과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6.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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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내과 과장
김정미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내과 과장

고양이는 구강질환이 매우 흔한 편이다. 특히 길고양이 출신 반려묘를 기르고 있는 보호자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구강질환을 다스리는 약을 먹고 끊는 것을 반복하다 스케일링과 발치를 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얼굴조직까지 염증이 퍼져 눈 아래에서 고름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보통 고양이가 심한 입 냄새를 풍기고 사료 먹는 것을 불편해하며 침을 지나치게 흘리기도 하고 입을 쩝쩝거리며 입술을 들썩이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구강질환을 의심하고 동물병원에 방문해 진료받게 된다. 드물게는 고양이가 간헐적으로 얼굴이나 입 주변을 불편해하며 극심한 통증으로 발작하는 것처럼 몸부림치는 증상을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 의심해 볼 만한 질환이 고양이 구강안면통증증후군(feline orofacial pain syndrome)이다.

고양이 구강안면통증증후군은 얼굴 전반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주요 뇌신경 중 하나인 삼차신경과 연관된 신경성 통증장애로 추정된다. 버미즈 고양이에게 다발하며 유전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버미즈 고양이는 샴 고양이와 생김새가 유사해 두 품종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질병은 통증이 없는 간격이 있어 한동안 괜찮다가 갑자기 입 주변이나 얼굴의 발작적인 불편함 또는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은 대부분 편측성이며 입의 움직임에 의해 유발되는 때가 많다. 따라서 물 마시는 행위, 식사 등과 연관 있어 보일 수 있다.

이 질병을 앓는 고양이는 상당수가 구강질환을 앓았던 이력이 있다. 또 치아가 빠졌거나 발치 이후 발병한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이런 사건이 삼차신경의 손상 또는 민감화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과 연관된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외부요인도 질병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증이 주 증상이지만 보통 사용해 왔던 진통제로는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항경련제가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치료제 적용 후 증상이 개선되면 차츰 약을 줄이는 시도가 필요하다. 약을 끊고 난 후 오랜 기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다. 반면 재발이 잦고 시간경과에 따라 끊임없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확실한 치료제가 밝혀지지 않았기에 여러 약을 적용해 보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통증 발생 시 고양이마다 보이는 증상과 정도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 질병이 의심되면 세심한 증상관찰과 함께 고양이의 병력, 품종, 환경변화 등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구강질환이 중요한 발병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한 문진과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MRI검사 등으로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는 다른 신경 관련 질병을 배제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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