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VI시술 통합진료? 그 어디에도 환자·보호자의 결정권은 없다”
“TAVI시술 통합진료? 그 어디에도 환자·보호자의 결정권은 없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0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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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동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동훈 이사장은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심장내과 전문의들의 역할과 책임은 갈수록 막중해질 것”이라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문제사안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결국 국민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고령화속도가 빠릅니다. 균열됐을 때 보수하지 않으면 와르르 무너지고 말 겁니다.”

최동훈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이사장(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인구고령화로 심장질환자가 증가일로인 상황에서 심장내과의 현 상황을 이렇게 개탄했다. 국민생명과 직결된 심장내과에서 과연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최동훈 이사장을 직접 만났다. 

- 심혈관중재술은 국민에게 생소하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심장질환은 크게 판막질환과 부정맥, 심장혈관질환(관상동맥질환)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가장 위험부담이 큰 질환은 심장으로 향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발생하는 심장혈관질환이다.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시도할 수 있지만 혈관이 꽉 막혀 심장으로 피가 가지 못하면 이를 물리적으로 넓혀줄 수 있는 스텐트(그물망) 삽입이 필요하다. 심혈관중재술은 막힌 심장혈관을 잘 넓혀 혈액이 다시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게 하는 치료이다. 심장내과분과는 ▲심장초음파 ▲부정맥 ▲심혈관중재술 3개 파트로 나뉘는데 대한심혈관중재학회는 심혈관중재술을 전문분야로 택한 심장내과 의사들이 모인 학술단체이다.   

- 최근에는 인구고령화로 심장판막시술이 증가했다고.

심장판막은 심장이 내뿜는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혈류를 통제하는 여닫이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심장판막 역시 노화를 피할 수 없어 나이 들면 낡고 딱딱해진다. 특히 대동맥 판막이 좁아지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이 고령층에서 늘고 있는데 이 질환은 사망률이 높아 제때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10여년 전만 해도 가슴을 열고 좁아진 판막을 제거하는 수술이 유일했지만 2015년 우리나라에도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해 인조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삽입술(이하 TAVI시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위험부담이 큰 고령환자와 아예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큰 희망이 됐다. 

- 이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TAVI시술은 전체 비용이 3000만원가량으로 매우 비용부담이 큰 시술이다. 2015년 도입 당시만 해도 본인부담금이 80%였는데 2022년 5월 1일을 기점으로 급여가 확대돼 현재는 ▲80세 이상 고령층 ▲고위험군(수술에 의한 사망, 즉 STS점수가 8% 이상으로 예상되는 환자)환자는 본인부담률이 5%로 낮아졌다. 중위험군은 50%(STS점수 4~8%), 저위험군(STS점수 4% 미만)은 80%를 자가부담한다.

다만 시술재료가 워낙 고가이고 중증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TAVI시술은 순환기내과(중재전문의 1인, 심장초음파 전문의 1인), 흉부외과(2인), 마취과(1인), 영상의학과 전문의(1인)으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의 회의를 거쳐 모든 구성원이 해당 환자의 TAVI시술이 합당하다고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시행할 수 있다. 만일 1차 회의에서 불일치로 결론이 나면 2차 회의에서 심초음파전문의가 치료방법을 직권결정하도록 돼 있다. 

TAVI시술이 필요하고 급여조건에 해당하는 환자여도 심장통합진료팀 전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불가한 것이다. 심지어 심장통합진료팀 회의에는 환자·보호자가 참석하지 않아 이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기회가 전혀 없다. 환자는 위험부담이 큰 이 시술에 몸을 맡기면서도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만일 TAVI시술을 못해 어쩔 수 없이 수술받았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병원에 대한 신뢰가 철저히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자칫 의료소송으로도 번질 수 있다. 

- 외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미국이나 유럽 등의 심장통합진료팀 운영원칙 중 하나는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과 TAVI시술의 장단점을 명확히 설명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다. 통합진료의 본 취지는 환자, 보호자가 전문가들과 함께 자리해 본인의 상태와 왜 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을 듣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현재의 TAVI시술 통합진료는 본래 취지와 철저히 어긋나며 말 그대로 전문가들만 모여서 논의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STS점수를 기준으로 급여대상을 정하다 보니 환자의 기저질환이나 수술이력 등 개개인의 문제들이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데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TAVI시술은 최신 치료법이지만 그 세부절차는 다학제진료, 개인 맞춤진료가 중요시되고 있는 현 의료 패러다임과 역행하고 있다.

- TAVI시술의 낮은 수가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TAVI시술의 상대가치점수는 고가의 시술재료에 대한 반작용으로 2015년 5641점(수가로는 52만원)으로 정해진 뒤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스텐트시술은 TAVI시술보다 위험부담과 참여 인력이 적은데도 무려 2배 이상 많은 1만5972점으로 책정돼 있다. 

TAVI시술은 중간에 잘못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응급수술이 이뤄져야 해서 흉부외과의사가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스탠바이(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하면 최소 2만8000점의 상대가치가 부여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흉부외과의사가 대기를 위해 수술장까지 비우는 시간을 고려해 120%의 가산수가를 부여하고 있다. 

- TAVI시술환경은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 심장통합진료팀의 회의에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해야 하며 ‘만장일치 합의’라는 현실 불가한 결정방법에서 탈피해야 한다. 

치료재료가 워낙 고가라 수가 향상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최소한 TAVI시술에 들어가는 시간과 인력 등을 반영해 상대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령화로 TAVI시술의 수요는 점점 더 확대될 텐데 현 수가로는 시술하면 할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 필수의료가 뜨거운 감자다. 심장내과 상황은 어떠한가.

2012년 62명이 배출되던 심장내과 분과전문의는 2022년 42명으로 확 줄었다. 특히 이 중 심혈관중재술 전문의는 28명에 불과했다. 1950~60년대 출생한 1세대 심혈관중재술 전문의들은 이제 퇴임할 때가 돼 상급종합병원마다 최소 1명 이상은 은퇴하는 상황인데 이 자리를 메울, 또 메우려고 하는 젊은 심혈관중재술 전문의 부족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 인력 부족이 뚜렷해진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너무나 긴 근무시간(주당 80시간 이상 근무)과 이로 인한 번아웃, 일상적인 응급과 당직, 심지어 당직 대기를 해도 현장에 투입돼 의료행위를 하지 않으면 보상은 전혀 없는 상황 등이 주 원인이라고 본다.      

우리 같은 시니어 세대는 늘 그렇게 해왔으니까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티지만 젊은 세대는 일만큼이나 자기 시간도 소중히 생각한다. 힘들 것이 불 보듯 뻔하면 애초에 선택·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 젊은 심혈관중재술 전문의 양산을 위한 학회 차원의 노력은.

지난해 7월 이사장으로 취임 후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이 심혈관중재술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관심을 높이는 일이었다. 이에 지난해 동계학술대회부터 심혈관중재술 실습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체험 기회를 제공했고 레지던트와 펠로우들에게는 토론패널 등의 역할을 부여해 어떻게든 학술대회에 참석하게 했다. 숙박 등 학회 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끼지 않고 지원했다. 동계학술대회에는 약 75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올해 부산에서 진행한 하계학술대회는 지원자가 100명 이상을 넘어 꽤 효과가 있었음을 실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유인책으로 관심을 높일 순 없다. 장기적으로 보고 젊은 의사들이 심장내과, 나아가 심혈관중재술분야를 택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대정원을 늘려 의사를 많이 뽑는다 한들 보상책이 없으면 아무도 그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 필수의료문제는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 제언 한마디 부탁한다. 

요즘 레지던트와 인턴을 거치지 않는 일반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기사로까지 나오고 있더라. 힘든 수련과정을 안 거쳐도 의사 면허로 경험과 돈 벌 수 있는 기회를 찾아 활용한 뒤 개원가로 발을 들이는 젊은 의사들이 많아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환자 전담 인력 채용 면접관으로 참석했을 때 이렇게 지원 이유를 밝힌 젊은 의사들이 많아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보건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코로나19 등의 상황으로 폭발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러한 선택을 하게끔 몰아간 것일 수도 있다. 

정부도 알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가 아니라 각 필수의료과에 적합한 실질적인 보상책이 답이라는 것을. 하지만 의료보험료 상승 등 뒤따르는 후폭풍을 생각해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일반국민도 필수의료문제가 자신에게까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 정보전달자인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국민들이 필수의료가 왜 화두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심각성을 느낀다면 정부도 좀 더 과감한 정책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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