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돌봄, ‘내 마음의 온도’ 챙기는 것부터 시작
좋은 돌봄, ‘내 마음의 온도’ 챙기는 것부터 시작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7.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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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신간] 돌봄의 온도
이은주 지음/헤르츠나인/1만5200원
이은주 지음/헤르츠나인/192쪽/1만5200원

노인은 오랜 세월 경험에 의한 지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회에서 점차 잊힌다. 이들이 잊히지 않고 본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인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무다. 노인들에게 필요한 도움과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이 단순한 배려로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돌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돌볼 사람보다 돌봐줘야 할 사람이 더 많은 인구절벽에 봉착했다. 돌봄문제는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다. 지속가능한 돌봄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초고령사회 대비 노인돌봄을 위해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약 1.3%를 노인돌봄재정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판 고려장’ ‘간병살인’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장기요양보험, 요양병원, 장애인 자립·돌봄, 노인돌봄 등 서비스가 분절돼 있어서다. 때문에 장기요양등급자, 장기요양등급외자, 시군구 자체대상 등에 따라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다르다. 결국 노인들은 요양병원으로 등 떠밀리고 있다.

요양병원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직접 부모를 모시기 힘든 가족들은 요양병원에 부모를 맡기고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다. 문제는 ‘사적간병비’가 지나치게 많이 든다는 것이다.

간병은 단순한 비용문제를 넘어 가족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오롯이 간병에만 매달려야 한다. 더욱이 간병인은 특별한 자격이나 교육 없이 고용돼 돌봄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남양주요양병원 간병인 폭행, 인천요양병원 간병인 배변패드 사건 등도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오늘 소개할 책 ‘돌봄의 온도’ 역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직접 돌보며 점점 고립돼 가는 자신과 어머니에 대한 기록으로 시작한다.

저자인 이은주 요양보호사는 장기간 요양업무에 종사한 베테랑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도 정작 자신의 일이 되자 전혀 다른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차원이 다른 고통의 과정이었음을 밝혔다.

이은주 요양보호사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 대해 쓰는 것은 나와 어머니에게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다”며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더 나은 돌봄을 추구하고 간병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모시며 깨달았던 것은 일정하게 돌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가족을 돌보는 것은 감정소모가 매우 심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도 함께 돌봐야 했다. 가족들에게 부모돌봄을 함께하자고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것 역시 중요하다.

부모돌봄은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가족에게도 책임과 의무가 공존한다. 부모를 모시는 형제에게는 ‘먹고 싶은 건 없니?’ ‘내가 하루 모실 테니 어디 가서 쉬었다 와’ ‘정기검진은 내가 모시고 갈게’ 등 구체적으로 제안하며 의무와 부담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매달 비용을 분담하고 있으니 내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픈 부모와 부모를 돌보는 이에게 돌봄의 온도를 유지하는 힘은 서로에게 진심이 담긴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돌봄을 지옥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을 제때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반드시 쉼은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돌봄을 이어나갈 수 있다.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 돌봄대상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시작점이다. 따라서 회복탄력성을 위한 자기돌봄과 가족 구성원들에 도움의 손길을 당당히 요청하는 일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돌봄시스템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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