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심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환자, 수혈부담 덜어도 경제적부담은 아직”
“빈혈 심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환자, 수혈부담 덜어도 경제적부담은 아직”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1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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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지현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지현 교수는 “MDS환자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빈혈로 잦은 수혈을 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수혈말고 다른 치료옵션이 없었지만 루스파터셉트가 개발되며 수혈의존도를 현저히 감소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교수는 “MDS환자들은 빈혈로 자주 수혈을 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수혈 말고 다른 치료옵션이 없었지만 루스파터셉트가 개발되며 수혈의존도를 현저히 감소시켰다”고 강조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하 MDS)은 골수의 조혈모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희귀혈액질환으로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빈혈, 감염,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3명 중 1명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악화돼 수개월 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결국 환자들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이환에 대한 두려움과 잦은 수혈 부담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 한국혈액암협회가 MDS환자와 보호자 181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MDS환자의 수혈이 삶에 미치는 영향’ 조사결과는 이러한 어려움을 방증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MDS환자 85.1%(154명)는 진단 후 수혈 경험이 있었다. 또 이 중 절반 이상(55.9%)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정기적인 수혈에 의존하고 있다. ▲1주에 1번 수혈받는 환자는 18.2% ▲2주에 1번은 19.5% ▲3∼4주에 1번은 18.2% 등이었다.

특히 환자의 절반 이상(51.3%)은 수혈 후 빈혈 증상 없이 유지되는 기간이 2주 이내였다. 결국 잦은 수혈이 필요하고 수혈 부담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 잦은 수혈은 철과잉증뿐 아니라 여러 합병증을 유발한다.

하지만 다행히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MDS환자의 고충이 줄게 됐다. 지금까지 빈혈이 있는 MDS환자들의 치료옵션은 ‘수혈’이 유일했지만 적혈구성숙제제 ‘루스파터셉트(제품명 : 레블로질)’가 2022년 5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MDS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것. 이지현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MDS환자의 고충과 치료과정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 MDS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MDS는 골수의 조혈모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희귀혈액질환이다. 원인은 다양하다. 체내 세포 변화 또는 노화로 인한 유전자 변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현재는 SF3B1이 골수이형성증후군의 진단에 중요한 유전자돌연변이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TP53도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항암치료나 방사선 등 여러 위험에 노출돼 생기는 경우도 있다.

정확한 환자수 추산은 어렵지만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1371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 총 환자는 6010명으로 보고됐다. 이 중 60대 이상 환자가 3636명으로 전체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 악성희귀혈액질환인 만큼 최종진단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백혈구와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 골수검사를 바로 진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단이 빠르다. 하지만 MDS의 대표적인 증상은 빈혈이다. MDS환자 중 약 89%에서 빈혈이 발견된다. 빈혈증상만으로 병원을 방문하면 골수검사 진행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2차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치료받았던 과거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과거력들도 MDS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계속 빈혈이 진행됐다는 것은 MDS를 진단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대체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 MDS는 저위험군과 고위험군 등으로 나뉘는데. 각 치료방법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의 모세포 비율, 염색체 이상의 종류, 혈구감소증, 수혈의존도 등의 점수 합계에 따라 크게 저위험군과 고위험군 등으로 나뉜다. MDS의 유일한 완치법은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다.

고위험군은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젊은 환자에게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하고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어려운 고령환자는 저메틸화제 치료를 진행한다.

반면 저위험군은 이식이나 저메틸화체 치료를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 단 빈혈이 심해 수혈의존도가 있는 저위험군환자에게는 적혈구형성자극제를 사용하고 필요한 경우 수혈을 계속 한다. 수혈의존도가 있는 환자는 저메틸화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 빈혈을 호소하는 MDS환자는 수혈이 빈번하다.

수혈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빈혈증상이 심하면 할 수밖에 없다. 수혈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반응은 적혈구 주입반응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발열증상과 혈압하강, 알레르기,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수혈을 자주 받다 보면 체내의 철이 배출되지 않는 ‘철과잉증’이 생길 수 있다. 철과잉증은 체내 철이 쌓여 발생한다. 철과잉증 증상으로는 간수치 상승과 심하면 간경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이밖에 당뇨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또 췌장에 철이 침착해 피부변화가 생긴다. 이렇게 다양한 이상반응이 나타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수혈을 계속 받는 실정이다.

- 수혈의존성의 의학적 기준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수혈이 필요하거나 약 두 달에 두 팩씩 수혈이 필요하면 수혈의존도가 있다고 표현한다. 문제는 수혈의존성이 높아지면 수혈받는 주기가 짧아진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수혈의존성이 있어도 별다른 치료옵션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적혈구성숙제제인 ‘루스파터셉트’가 들어왔다.

- 적혈구성숙제제 ‘루스파터셉트(제품명 : 레블로질)’는 무엇인지.

루스파터셉트는 최초의 적혈구성숙제제(Erythroid Maturation Agent)로 적혈구 생성 후기 과정을 타깃하고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수혈의존성 MDS 빈혈환자의 수혈부담을 크게 줄인다. MDS환자 중에서도 특히 저위험군 수혈의존성환자에게 루스파터셉트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혁신적인 기전을 가진 치료제다.

- 루스파터셉트를 처방받으면 수혈을 중단해도 되나. 

루스파터셉트를 처방하면 수혈받는 간격이 늘어난다. 실제로 임상연구에서도 수혈주기가 짧아지기 전 초기에 루스파터셉트 투여를 시작하면 수혈의존도가 많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8주 동안 수혈할 필요가 없다. 5명 중 2명 정도가 8주 이상 수혈 없이 지내는 것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 임상현장에서도 가능한 환자에게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 비급여 약물인데 학회의 견해는.  

대한혈액학회에서도 루스파터셉트를 꼭 필요한 약으로 보고 있다. 임상연구도 충분하고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보험급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수혈 시 수반되는 여러 합병증 문제도 있다. 철과잉증을 방지하기 위한 철킬레이션제제, 데페라시록스 등과 여러 합병증 약제가 추가된다.

- MDS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빈혈이 있으면 일상생활이 어렵다. 운동한다고 해서 컨디션이 좋아지지 않는다. 빈혈증상이 있으면 걷기조차 어렵다. 보통 환자에게 단백질 많은 식사를 하고 열이 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 드린다. 또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날 것을 피해라 등 많은 얘기를 하지만 그리 효용성이 있지는 않다. 결국 루스파터셉트 투여를 통한 수혈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루스파터셉트는 최초의 적혈구성숙제제로 적혈구 생성 후기 과정을 타깃하고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수혈의존성 MDS 빈혈환자의 수혈부담을 크게 줄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루스파터셉트는 최초의 적혈구성숙제제로 적혈구 생성 후기 과정을 타깃하고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수혈의존성 MDS 빈혈환자의 수혈 부담을 크게 줄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혈의존성을 보이는 MDS 빈혈 환자들은 최소 한 달에 1번 이상 의료기관 방문해 수혈을 받는다. 하지만 잦은 수혈로 인해 간이나 심장 등에 철이 축적돼 철과잉증을 호소한다.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 MDS환자의 삶을 잠시 들여다봤다.

- 이원국 기자(이하 이 기자) : MDS는 언제 진단받았나.

환자 : 2018년 건강검진에서 혈액수치가 낮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2020년 폐렴에 걸려 동아대병원에 입원했는데 혈액수치가 낮은 탓에 검사를 진행, 우연히 MDS를 진단받았다. 지금까지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소견은 없었다.

- 이 기자 : MDS는 희귀질환인 만큼 진단 당시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환자 : MDS라는 질환을 처음 들었다. 악성희귀혈액질환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과연 치료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불안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정기적으로 수혈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너무 힘들었다. 수혈을 많이 받았을 때는 2주마다 2팩씩 수혈을 받았다.

- 이 기자 : 수혈 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환자 : 시간이 제일 부담됐다. 수혈받는 시간 자체도 힘들지만 병원에 와서 기다리는 시간도 고통스럽다. 수혈받는 날은 하루에 5시간 정도 기다렸다. 또 수혈 후 일주일 정도는 몸이 가벼운데 2주차부터는 몸이 처진다. 일어나서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 이 기자 : 간호하는 입장에서도 힘든 점이 많았을 텐데.

보호자 : 거동하기가 불편하니 옆에서 부축해야 한다. 현재는 3주에 1번 병원을 방문하지만 이전에는 2주에 1번씩 다녔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한 시간 정도가 걸리고 그 외 대기시간도 있어 기다리는 시간도 힘들다. 병원을 오가면서 생기는 비용적 부담도 있다.

- 이 기자 : 적혈구성숙제제 신약 치료를 받았다고 들었다.

환자 : 병원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좋다. 특히 2주마다 2팩씩 수혈을 받았는데 적혈구성숙제제 치료를 받고 나서는 3주마다 2팩씩 맞는다. 1주가량 수혈 주기(간격)가 늘었다. 전반적인 컨디션도 좋아졌다. 하지만 적혈구성숙제제를 지속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있다.

보호자 : 정년퇴직하고 퇴직금으로 치료받고 있다. 아직은 괜찮지만 치료를 지속하려면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까지 자녀들에게 치료비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아마 짐작하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 보험급여가 언제 될지 기다리고 있다. 치료가 힘든 건 버텨야 하는 일이지만 경제적 부담은 사실 버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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