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맞춤치료 이끌고 업무 효율성↑…디지털병리, 선택 아닌 ‘필수’
암 맞춤치료 이끌고 업무 효율성↑…디지털병리, 선택 아닌 ‘필수’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23.07.19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병리학회-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디지털병리 활성화 정책간담회 개최
정찬권 교수가 디지털병리 시스템 도입의 정책적 지원에 관한 질의사항에 답변하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의료영역에서도 빅데이터 구축이 가능해지면서 환자의 특성을 분석해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정밀의료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암 맞춤치료가 활성화되면서 진단과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시작점인 병리진단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이 분야에도 디지털기술이 적극 도입되면서 새로운 변화가 찾아왔다. 이른바 디지털병리진단 시대가 열린 것이다. 

디지털병리는 환자의 조직이나 세포가 담긴 슬라이드를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 현미경이 아닌 고화질 모니터로 판독하는 것을 말한다. 업무효율성은 물론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여 질 높은 맞춤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에 글로벌 디지털병리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논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지털병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정부조차 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것. 이에 초기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은 디지털 병리시스템이 사실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마침 디지털병리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국내 디지털병리 활성화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장이 열렸다. 대한병리학회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오늘(19일) ‘디지털병리, 대한민국 암관리에 앞장섭니다’를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병리학회 한혜승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인구고령화와 암 치료의 변화 등으로 병리과 업무영역이 확대됐지만 현재 병리과 전문의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에서도 병리진단의 디지털화는 더더욱 필요하지만 초기 도입 비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학계와 산업계, 언론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오늘 자리를 통해 디지털병리의 현 상황을 공유하고 개선방향을 치열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은 “디지털병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병리진단에 대한 디지털화 속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병리는 혁신적인 기술이자 의료기관에 빠르게 도입 가능한 영역으로 관련 기업들도 디지털병리 시스템 개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모쪼록 디지털병리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를 높여 적절한 제도적 지원은 물론, 암환자 치료에 확대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분 교수는 ‘병리진단, 디지털 전환이 답이다’를 주제로 발표하며 디지털병리가 가져올 변화들과 이것이 환자와 의료현장에서 갖는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병리진단분야의 최일선에 있는 전문가들의 발표로 시작됐다. 

첫 주자로는 서울대병원 병리학과 이경분 교수(대한병리학회 정보이사)가 ‘병리진단, 디지털 전환이 답이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경분 교수는 “병리진단을 디지털로 전환하면 업무 소요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결국 정확한 정보를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며 “라벨 오류 작업을 할 필요 없이 슬라이드 자체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돼 저장되기 때문에 검체의 안전성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병리는 병리과 의사들 간의 원활한 소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경분 교수는 “다른 병리과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하려면 과거에는 해당 슬라이드를 퀵으로 보내야 했다”며 “하지만 디지털병리 시스템이 구축돼 공유플랫폼이 만들어지면 이 안에서 다수의 병리과 의사가 데이터를 보고 서로 편리하게 자문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찬권 교수는 디지털병리가 가져올 이득을 분명히 언급하면서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했다.

뒤이어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찬권 교수(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대표 및 간행이사)가 ‘디지털병리,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을 주제로 국내 디지털병리의 현 상황과 제도적 한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정찬권 교수는 ▲재검사 감소로 인한 의료비 절감 ▲환자의 만족도 및 안전성 증가 ▲병리의사 부족 문제 해결 등 디지털병리가 갖는 이점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면서 제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병리 시스템의 도입과 실행을 위해서는 여러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적절한 보상체계가 없어 시스템 도입은 물론 도입 병원조차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의료보험수가 체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병원 간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구축도 필요한 만큼 데이터 저장 및 공유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역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팽경현 이사는 디지털병리에서 인공지능기술의 역할과 그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현장의 이해를 도왔다.

마지막으로는 루닛 팽경현 이사가 ‘디지털병리, 인공지능을 만나다’를 주제로 디지털병리에서의 인공지능기술 필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팽경현 이사는 디지털병리와 인공지능기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병리진단 시 판독해야 할 수십만~수백만 개의 데이터를 사람 눈으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인공지능기술을 결합하면 검체 분석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여 환자에게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인공지능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면 암환자에게 어떤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있을지 예측할 수 있다”며 “현재까지 찾지 못했던 환자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인공지능기술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주제발표 후에는 한혜승 이사장과 SBS 조동찬 기자가 좌장을 맡고 이경분 교수, 정찬권 교수, 팽경현 이사, 한국로슈진단 김형주 전무, 딥바이오 곽태영 이사가 패널로 자리해 디지털병리에 관한 궁금증을 자유롭게 풀어보는 시간이 진행됐다. 

현장에서 나온 질의응답 중 주목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Q. 디지털병리는 단순히 종이로 하던 것을 전산화하는 작업인가?

아니다. 종이를 없애는 효율성만 생각해선 안 된다. 전산화의 가장 큰 유용성은 공유성이며 디지털병리 역시 마찬가지다. 즉 과거 병리결과 보고서를 통해 보던 것을 영상 자체로 환자와 의사들에게 공유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영상데이터들은 누적돼 다음 환자들을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디지털병리는 공유성을 만드는 기본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Q. 디지털병리가 환자에게 갖는 의미는?

암은 평생 관리해야 할 질환이다. 병리진단이 디지털화되면 암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생체자료들을 일생동안 유지·보관하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또 이 자료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증거자료들이 되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의학발전에 기여한다고도 볼 수 있다. 

Q. 디지털병리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왜 정부가 개입해야 하는지?

디지털병리 시스템은 스캐너 설치 등 초기부터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병리진단이 디지털화되면 환자와 의료현장에 줄 수 있는 이득이 매우 크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 후에는 재검사, 인력, 의료비 면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에 의한 미래가치를 보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고민해달라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