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제제는 중증천식환자의 희망…치료 접근성 확대해야
생물학적제제는 중증천식환자의 희망…치료 접근성 확대해야
  • 안훈영 기자 (h0ahn@k-health.com)
  • 승인 2023.07.2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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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의원, ‘중증천식환자 삶의 질 : 치료 사각지대 개선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오늘(23일) 국회에서는 중증천식 진료현황과 치료접근성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
오늘(25일) 국회에서는 중증천식환자 치료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천식은 기관지에 알레르기염증이 생기면서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호흡기질환이다. 특히 기침뿐 아니라 가래, 숨이 참,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음),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 등으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증상조절이 힘든 중증천식환자들은 심한 호흡곤란, 장기간 경구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고 있어 더욱 고충이 많다. 

이에 중증천식환자들의 어려움을 알리고 치료 사각지대 개선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늘(25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중증천식환자 삶의 질 : 치료 사각지대 개선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함께한 이번 토론회는 중증천식환자들이 겪는 삶의 고통을 공유하고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지영구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중증천식환자가 얼마나 힘들고 고생하는지에 대해 전달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 토론회에서 환자들의 상황이 잘 전달되길 바라며 진료현장의 상황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범 교수
김태범 교수는 중증천식환자의 질병부담과 삶의 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생물학적제제 사용 필요성을 설명했다.

첫 주제발표는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가 ‘중증천식환자의 질병부담과 삶의 질’을 주제로 발표했다.

천식은 한 번 발생하면 평생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새벽 ▲감기나 기타 호흡기 바이러스감염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 꽃가루, 날씨 ▲지나친 운동, 흡연, 스트레스 ▲알레르기 유발물질, 자극성 물질 등 생활 속 여러 요인으로 인해 증상이 쉽게 나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폐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일부 환자들은 심한 증상으로 응급상황을 겪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천식환자는 200만명이다. 문제는 중증천식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천식환자 중 중증천식 유병률은 2002년 3.5%에서 2015년 6.1%(7만여명)이며 현재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따르면 중증천식은 고용량 흡입스테로이드, 지속형 베타작용제 복합제 등을 사용했지만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약물 투여량을 줄이면 악화되는 경우를 말한다.

중증천식환자는 늘어난 섬유조직과 염증세포, 두꺼워진 근육(평활근), 많은 점액 등으로 인해 숨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에 중증천식환자는 비중증천식환자에 비해 약 3배 병원을 많이 방문하며 그에 따른 약제비용도 비중증환자에 비해 10배 높다.

이는 중증천식환자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경증 대비 9배에 달하며 천식환자 의료비용의 50~60%을 차지한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증천식에 특화된 생물학적제제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의료인프라가 좋다고 평가지만 천식 지표는 나쁜 상황이다. 특히 천식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OECD) 중 2위, 입원율은 2배에 달한다.

중증천식환자들은 급성악화 경험, 경구 스테로이드 장기 사용으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설문응답자 중 40%가 천식으로 인해 이직을 고려하거나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었다. 또 반복되는 증상악화로 극심한 우울감 호소, 사회생활 어려움 등을 토로했다.

이에 국내 의료기관들이 중증천식환자에게 5가지 생물학적제제를 적용, 발병기전의 차이에 따른 정밀의료 맞춤치료 모델을 구축하고자 ‘중증천식환자 삶의 질 연구(PRISM)’을 진행했다. 연구에는 ▲한국형 성인 천식 삶의 질 평가(QLQAKA) ▲중증천식환자의 삶의 질 평가(SAQ), 천식환자의 기침평가(CQA) ▲건강 측정도구(EQ-5D) 등 네 가지 지표가 활용됐다.

연구결과 중증천식환자는 갑상선질환,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다음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암환자와 비교해도 삶의 질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생물학적제제 사용 시 환자 삶의 질이 향상됐다. 모든 항목에서 일반치료군(경구 스테로이드제 등 기존 약물)보다 삶의 질이 개선된 것. 이는 생물학적제제가 중증천식환자 삶의 질 개선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김태범 교수는 “중증천식을 억제하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하고 정책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원 교수
정재원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마다 치료효과가 달른 만큼 모든 생물학적제제를 급여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제대 일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재원 교수가 ‘중증천식환자의 질병부담과 삶의 질’과 ‘빼앗긴 숨, 치료 사각지대 중증천식’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천식은 5단계에 나눠 치료가 진행된다. 중증천식은 4~5단계 치료가 필요한 천식 또는 4~5단계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천식을 말한다. 특히 흡입스테로이드(ICS), 속효성 베타2작용제(SABA), 흡입 지속성베타2작용제(LABA), 흡입지속성항무스카린제(LAMA) 등의 치료제를 복합해 사용해도 조절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중증천식치료제로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구체적으로 정신질환, 신경질환, 안질환, 면역질환, 심혈관질환, 내분비질환 등 전신부작용이 발생한다. 장기간 사용 시 골다공증·골절위험은 최대 5배 증가, 심부전·심근경색증은 2.5~3배, 제2형당뇨병은 2.5배 증가하는 등 중증부작용 발생확률이 급증한다.

이에 세계천식기구(GINA)에서는 5단계 중증천식환자에게는 생물학적제제 사용을 추천하며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역시 경구 스테로이드제는 부작용 위험이 커 장기 사용을 피하고 부득이하게 투여할 경우 전신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진료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 허가된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 총 5종 중 단 한 개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보험체계를 가진 국가들이 이미 오래전에 급여환경을 구축한 것과 비교하면 반대되는 상황이다. 

정재원 교수는 “생물학적제제는 중증천식 치료의 희망”이라며 “낮은 접근성으로 한계가 명확한 국내 치료환경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생물학적제제는 경구 스테로이드제 치료 중단과 용량 감소 효과를 이미 입증했다”며 “생물학적제제를 통해 중증천식의 증상조절이 효과적으로 관리된다면 사망예방은 물론 비용효과성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 생물학적제제는 약물마다 작용기전이 달라 효과가 다른 만큼 학회는 모든 생물학적제제에 대한 급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진아
김진아 사무국장과 권선미 기자는 생물학적제제 급여화의 중요성과 중증천식의 산정특례 논의 등에 대해 발언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좌장은 지영구 이사장이 맡았으며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 중앙일보헬스미디어 권선미 기자,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유미영 실장, 이대서울병원 알레르기내과 김민혜 교수 등이 참여했다.

김진아 사무국장은 “중증천식환자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치료옵션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중증천식도 산정특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창현
오창현 과장과 유미영 실장은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 급여화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오창현 과장은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제약사들의 자료제출이 늦거나 약품가격 조정에 문제가 있는 등 평가과정에서 충분한 만족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의 급여화가 늦어진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유미영 실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받은 약을 전부 등재하면 좋겠지만 한정된 재정으로 인해 치료·경제적 가치가 높은 것을 우선적으로 허가하고 있다”며 “이번에 언급된 4가지 생물학적제제의 급여를 준비 중으로 두 약물은 논의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위험분담제 확대, 제도완화 등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민혜 교수는 ‘환자 맞춤치료를 위한 중증천식 생물학적제제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중증천식환자들이 응급실에 가는 건 예삿일이 아니며 1년에 3~4번은 호흡곤란 증세를 느낀다”며 “특히 천식은 호르몬 분비로 인해 새벽에 악화되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오늘 토론회에는 천식환자들이 직접 참석해 그동안 고생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한 환자는 10여년이 넘도록 호흡에 필요한 의료기기 네뷸라이저가 없이는 생활이 힘들었지만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해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다만 비급여로 장기간 투여는 어려운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6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중증천식 진료현황과 치료접근성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도 중증천식환자들의 어려움과 치료환경 개선 필요성의 목소리가 강조됐다. 

이후 어떤 새로운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오창현 과장은 “현재 중증천식 치료 생물학적제제 4가지 약제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한 약제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등 심평원 허가를 마친 뒤 건강보험공단과 최종 약가협상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약제는 하반기 내에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른 약제도 기전이 다르지만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급여화 진입을 예상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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