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식의보감] 밀크시슬보다 더 뛰어난 ‘엉겅퀴’…상처도 장(腸)도 다스린다
[한동하의 식의보감] 밀크시슬보다 더 뛰어난 ‘엉겅퀴’…상처도 장(腸)도 다스린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23.07.3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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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밀크시슬’은 방송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도 자주 등장한다. 밀크시슬 제품 포장지에 그려진 식물을 보면 낯설지가 않다. 어디서 많이 봤던 식물이다. 바로 들녘의 ‘엉겅퀴’다. 그렇다면 엉겅퀴는 밀크시슬을 대신할 수 있을까? 오늘은 엉겅퀴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보통 엉겅퀴라고 하면 Cirsium japonicum 종에 속하는 식물을 칭한다. 이 종은 우리나라에 거의 20여종이 있는 만큼 다양한 식물이 혼재돼 있다. 이 중에서도 큰엉겅퀴, 지느러미엉겅퀴, 고려엉겅퀴 등 10여종의 식물이 같은 Cirsium 속에 속한다. 하지만 엉겅퀴와는 구별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약용되는 엉겅퀴(Cirsium japonicum var. maackii)는 국화과 엉겅퀴속 엉겅퀴종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다 자라면 거의 1m 정도에 달한다. 잎 가장자리에 크고 작은 가시가 있다. 독특한 꽃송이 모양을 하고 있는데 한송이 꽃 안에는 수백 개의 통 모양으로 생긴 작은 꽃이 들어 있다.

반면 큰엉겅퀴는 개체가 비교적 크고 꽃이 여러 개 달리며 아래를 향해 핀다. 또 지느러미엉겅퀴는 줄기에 지느러미처럼 잎과 많은 잔가시가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엉겅퀴는 보통 곤드레밥에 사용되는 먹는 식물로 잎모양이 엉겅퀴 부류와는 완전히 다르다.

엉겅퀴는 영어로 보통 ‘시슬(thistle)’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 시슬은 국화과 식물 중에서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식물들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밀크시슬(Milk thistle, 학명 Silybum marianum)이 있다. 줄기 등에 상처가 나면 우유 같은 즙이 나와서 붙어진 이름이다. 우리말 이름은 흰무늬엉겅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밀크시슬은 국내 자생종 엉겅퀴와는 다른 종이다.

밀크시슬에는 ‘실리마린’이라는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항암 ▲항바이러스 ▲항산화 ▲항당뇨 등의 효능이 있다. 특히 간기능 활성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리마린은 국내에 자생하는 엉겅퀴뿐 아니라 큰엉겅퀴, 고려엉겅퀴에도 상당히 높은 농도로 존재한다(국내에 자생하는 큰엉겅퀴와 고려엉겅퀴의 분자유전학적 및 화학적 분석. Journal of Life Science, 2012년). 따라서 밀크시슬 대신 엉겅퀴를 잘 활용해도 좋다.

엉겅퀴라는 이름은 피를 엉기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 이름으로는 대계(大薊)라고 한다. <본초강목>에는 ‘계(薊)는 상투이고 그 꽃이 상투와 같다’고 했다. 꽃모양이 상투처럼 생겨서 대계라고 한 것인데 꽃모양이 큰 것은 대계(大薊)이면서 엉겅퀴, 작은 것은 소계(大薊)라고 해서 조뱅이를 지칭한다. <동의보감>에는 해서 ‘항가시’라고 한다. ‘큰가시’라는 의미로 엉겅퀴에 가시가 달려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엉겅퀴는 맛이 달고 성질은 따뜻하고 독이 없다. 일부 서적에는 성질이 ‘서늘하고 차다’고 돼 있다. 보통 뿌리와 잎을 모두 약으로 사용한다. 엉겅퀴 뿌리는 혈증(血症)약에 속한다. 특히 지혈작용이 강하다. 문헌에 따르면 엉겅퀴는 처방에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너무 흔해서 천시하기 때문이다’라고 적혀있다. 그만큼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엉겅퀴는 몇 가지 종류의 꽃 색깔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꽃이 노란색인 것을 황화지정(黃花地丁)이라 하고 자주색인 것을 자화지정(紫花地丁)이라고 한다’고 했다. 약용할 때는 자색꽃 엉겅퀴인 자화지정을 주로 사용한다. 황화지정은 포공영(蒲公英)의 이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들녘에는 흰꽃 엉겅퀴도 있다.

엉겅퀴는 여성의 자궁출혈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여자의 적백대하를 치료한다. 또 자궁출혈로 하혈하는 증상을 주치한다’고 했다. 냉대하에도 좋고 부정기 자궁출혈에도 도움이 된다. 보통 자궁출혈을 치료하는 약재들이 대하를 동시에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별초단방>에는 ‘엉겅퀴는 붕루(崩漏, 자궁출혈)와 대하를 치료한다. 찧어서 즙을 내어 먹는데 혈붕(血崩, 부정기 자궁출혈)에는 뿌리 5냥, 냉대하에는 뿌리 3냥을 술로 달여서 먹는다’고 했다. 술이 아니더라도 말린 잎이나 뿌리를 물로 끓여서 탕으로 해서 마셔도 도움이 된다.

엉겅퀴는 코피를 멎게 한다. <본초강목>에는 ‘토혈이나 코피를 멎게 한다’고 했다. 엉겅퀴라는 이름 자체가 피를 엉기게 한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으로 엉겅퀴의 지혈작용은 가장 대표적인 효능이다. 반대로 혈전이 잘 생기는 경우에는 복용하지 않는다.

엉겅퀴의 펙토리나린(prctolinarin) 성분은 지혈작용이 있다. 혈관을 수축시키고 출혈시간을 단축한다. 동시에 고혈압, 심혈관질환, 고지혈증, 간섬유화, 당뇨병에도 도움이 된다. 모두 어혈을 제거하면서 혈압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고혈압환자에게도 좋다.

엉겅퀴는 염증성장질환을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잎은 장옹(腸癰)과 배 속의 어혈을 치료한다’고 했다. 생잎을 갈아서 술로 복용한다고 했다. 장옹(腸癰)은 염증성장질환으로 충수돌기염, 만성장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게실염 등을 통틀어서 일컫는 병증명이다. 급만성염증이나 자가면역질환으로도 발생한다.

<의휘>에는 ‘식적(食積)이나 담적(痰積)에는 엉겅퀴 뿌리를 가루 내어 물이나 술에 타서 많이 복용한다’고 했다. 식적과 담적, 염증성위장질환 등으로 발생한 장뭉침증상으로 볼 수 있다. 이때 복진을 해보면 위 부위에 큰 혹이 들어 있는 것처럼 단단하게 느껴진다.

엉겅퀴는 상처를 잘 치료한다. <본초강목>에는 ‘악창(惡瘡)이나 개선(疥癬)에서는 소금과 함께 갈아서 환부를 덮어 준다’고 했다. 악창은 피부의 악성궤양을 의미하고 개선은 옴을 말한다. 외용제로 활용하면 상처를 치료하면서도 피부가려움증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엉겅퀴는 종기에도 좋다. <의방합편>에는 ‘엉겅퀴 뿌리와 홍화(紅花, 잇꽃)를 분량에 관계없이 씻어서 썰고 고(膏)처럼 되게 곱게 간다. 이것을 종기 위에 바르면 얼음처럼 시원해지면서 막 생긴 종기는 가라앉고 고름이 찬 종기는 빨리 터진다’고 했다. <의휘>에는 ‘오랫동안 뒤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부위에 창(瘡)이 생겼을 때는 엉겅퀴 뿌리를 질게 찧어 붙이면 낫는다’고 했다.

엉겅퀴는 몸을 건강하게 한다. <향약집성방>에는 ‘정(精)을 보(補)하고, 피를 보호한다. 살찌고 튼튼하게 한다’고 했다. 또 ‘보양(補養)하거나 기(氣)를 내린다’고 했다. 살을 찌게 한다는 것을 보면 몸이 비만한 경우보다는 몸이 마른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서에 보면 대계(엉겅퀴)와 소계(조뱅이)를 비슷한 효능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는 구별된다. <향약집성방>에는 ‘소계는 약의 효력이 약하기 때문에 단지 열만 내릴 수 있고 대계처럼 보양(保養)하거나 기(氣)를 내리지는 못한다. <본초정화>에는 ‘다만 대계의 잎은 옹종(癰腫)을 치료하는데 소계는 오로지 혈병(血病)을 치료하고 옹종을 치료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대계가 약성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양의 밀크시슬만 고집하지 말고 토종 엉겅퀴를 섭취해보자. 엉겅퀴는 이리저리 엉킨 몸의 실타래를 잘 풀어줄 것이다. 엉겅퀴는 밀크시슬을 대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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