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구토, 헤어볼 아닌 염증성장질환 때문일 수도?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 구토, 헤어볼 아닌 염증성장질환 때문일 수도?
  • 신성우 화성 병점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유인선 기자 (ps9014@k-health.com)
  • 승인 202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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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우 피어프리 중점진료 동탄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헤어볼(고양이가 털을 손질하면서 삼킨 털이 몸속에 쌓여 이룬 단단한 털뭉치)을 토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고 어떤 보호자들은 고양이가 원래 토를 잘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헤어볼 구토 여부와 관계없이 한 달에 두 번 이상 토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근본적인 건강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양이가 만성적으로 토한다면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은 염증성장질환이다. 염증성장질환이란 위장관(위·소장·대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염증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수의학계에서는 위장관의 면역계가 특정단백질·장내세균 등에 지나치게 반응해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증상은 위장관의 어느 부분에 염증이 생겼는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염증이 위에 생겼다면 만성구토를, 장에 생겼다면 만성설사를 보인다. 염증이 소장 상부에 생겼다면 만성구토를 하며 위장관 전체에 생겼다면 구토와 설사가 동반된다. 다시 말해 고양이 염증성장질환의 주 증상은 만성구토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체중감소와 식욕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 위장관 벽이 염증세포 침투로 두꺼워지면서 음식을 소화·흡수하는 위장관 기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구토·설사가 나타나는 질환은 꽤 많아서 단번에 진단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으면 혈액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검사를 받으면서 의심질환들을 확인하고 배제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을 확진하는 방법은 조직검사뿐이다. 조직검사를 하려면 입·직장에 내시경을 넣거나 배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따라서 복부초음파검사로 장벽이 두꺼워진 것이 확인된다면 우선 염증성장질환으로 추정하고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염증성장질환으로 진단받으면 치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특정단백질에 지나친 면역반응이 일어나 염증성장질환이 발생했다면 식이요법으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단백질원이나 가수분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다. 약물요법으로는 면역억제제인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다. 처음에는 고용량을 복용하다가 효과가 나타나면 수의사의 지도에 따라 점차 용량을 줄여나가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은 완전히 회복한 후에도 재발이 흔한 편이다. 하지만 초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으며 보호자의 관리가 지속되면 건강한 삶과 긴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헤어볼 구토로 인한 오해로 조기진단 기회를 놓칠 수 있으니 우리집 고양이가 자주 토한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꼭 수의사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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